[상상사전] '국가'

▲ 윤연정 기자

'테러(Terror)'의 어원은 프랑스어 'Terreur', 곧 '공포' 또는 '공포정치'다.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의 공포정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말 그대로 국민에 대한 국가의 폭력을 뜻한다.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테러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테러는 국가가 국민에게 가하는 국가테러다. 민주주의가 꽃피고 국가의 공공성이 확대되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가하는 테러행위가 덜 부각되었을 뿐이다. 그 대신 비정부적 테러리스트 그룹에 의한 폭력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국가에 의한 테러 행위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쟁도 국가테러의 일종이다. 최근 많은 나라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트럼프 현상, 아베의 개헌 논의 등 세계 각국이 안보위협을 과장하며 배타적 민족주의를 강화해가는 것이 그 예다. 그 중심에는 애국심을 조장하는 극우 정치세력이 있다.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애국심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극단적 보수주의는 애국심을 먹고 자란다. 그들이 주장하는 애국심은 내가 속한 국가를 사랑하는 감정인 동시에 다른 나라를 배척하는 감정이다. 경쟁국이나 적대국에 대한 증오심이나 혐오감이 그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국가는 '애국심'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하고 때로는 애국심을 동원하기 위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 진정한 애국심은 함께 귀속되어 살면서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 또는 목적에 대한 사랑과 충성심인 것이다. ⓒ pixabay

이렇게 보면 박근혜 정부는 테러의 원 뜻을 되살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을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애국심을 강요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를 주장하고, 애국심을 고취한다는 명목으로 교과서를 재편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12.28 합의와 건국절 논란도 모두 그 주장의 연장선 위에 있다.

신학자이자 자유주의 철학자 에러네스트 르낭은 "국가란 함께 귀속되어 공동의 삶을 계속해나가기를 원하는 민중의 의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개개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국심도 '함께 귀속되어 살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가치나 목적에 대한 사랑과 충성심'이다. 결국 자신의 의지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이 스스로 '살고 싶은 나라'로 느끼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자유의지다. 박 대통령은 '헬조선'이란 비판에 신경질을 부릴 게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가 바뀌길 원하는 민중의 정치 참여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좋은 국가이기에 스스로가 귀속되고 싶은 곳이 되길 바란다. 진정한 애국심은 그때 생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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