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컨퍼런스] 인터뷰 ② 박태훈 '뉴스퀘어' 창업자

“신문지 한 면 분량의 기사를 한 단락으로 줄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단순한 아이디어는 대성공을 거뒀다. 2013년 미국, ‘야후(YAHOO)’가 17세 영국 소년이 만든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 ‘섬리(Summly)’를 3300만 달러에 인수하는 ‘사건’이 있었다. 뉴스를 잘게 쪼개 맥락에 맞춰 재구성해주는 '서카(Circa)'는 창업 1년 차를 맞아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찬사를 누렸다. 뉴스를 선별하고, 재가공하는 “뉴스 큐레이션(선별)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태평양 건너편에서는 미디어 생태계가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그해 9월, 한국에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의 선구자격인 <뉴스퀘어>가 탄생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사 이슈 정리에 어려움을 겪던 스물다섯 살 대학생이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해설이 있는 쉬운 뉴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박태훈(28) <뉴스퀘어> 창업자의 이야기다. 언론 지형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했던 <뉴스퀘어>가 걸어온 지난 3년간 궤적은 한국 뉴미디어 시장의 변화와 절묘하게 포개졌다. 지난달 30일, 건국대 근처 카페에서 <뉴스퀘어> 박태훈 창업자를 만나 창업 뒷이야기를 들었다.

▲ 박태훈 <뉴스퀘어> 창업자가 <뉴스퀘어> 첫 화면을 띄운 모니터를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혜연

“뉴스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한진해운 발(發) 물류대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특별감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논란’…. 나열된 단어들을 읽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나 ‘뉴스’를 읽기 위해선 참아야 한다.

기성언론은 취업준비생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종이신문 첫 면부터 마지막 광고까지 읽는 독자, 8시뉴스를 틀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시청자만이 기성 언론이 관심을 두는 뉴스 소비자였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관심 있는 이슈에 한해서 단편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애초부터 독자층에서 배제됐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기성언론은 첫 화를 놓치면 그다음 화를 이해할 수 없는 대하 드라마 같았다. <뉴스퀘어>는 바로 이 지점을 노렸다.

“또래 친구들이 뉴스를 어려워하는데,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쉬운 해설을 붙이면 뉴스를 읽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뉴스퀘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종의 실험 같은 거였어요.”

▲ 박태훈 창업자가 설명하는 ‘뉴스 콘텐츠 진입장벽’. ⓒ 박태훈

실험은 순조로웠다. 군대에서 정보를 다루는 보직을 맡았던 박 창업자 주변에는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많았다. 지인들을 개발자, 디자이너로 ‘꾀어냈다.’ 20대 중후반 또래였던 지인들은 “기성 뉴스가 어려우니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했고, 사업에 흔쾌히 동참했다. 특히 박 창업자 자신의 의욕이 컸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박 창업자는 미디어와 언론 생태계에 관심이 많았다. 포털에 뉴스 에디터로 취업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미국에서 ‘섬리’와 ‘서카’가 유행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뉴스 큐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던 때였다. 박 창업자는 <뉴스퀘어>에 대한 수요를 직감했다.

<뉴스퀘어>의 타깃 독자는 시사 상식을 단기간에 습득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과 기성 뉴스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하던 10대와 20대였다. 전략은 먹혀들어갔다. 취업시즌에 특히 트래픽이 몰렸다. ‘<뉴스퀘어>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오는 독자도 있었고, ‘대학에 입학해 같이 일해보고 싶다’며 연락하는 고등학생 독자도 있었다. 주변에서 <뉴스퀘어>를 사용하는 지인도 늘어갔다.

블로그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거쳐 2014년부터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런칭하기에 이른다. 박 창업자는 “안드로이드 앱 평점을 볼 때 기분이 좋았다”며 “자체 제작한 앱인 만큼 미숙한 곳이 많았는데, 그걸 감수하고 찾아줄 정도로 <뉴스퀘어>는 가능성이 많은 서비스였다”고 평가했다. 9월 15일 현재 <뉴스퀘어>의 안드로이드 앱 평점은 5점 만점에 4.8로, 다운로드 수는 5만이다.

당신이 이해할 때까지

‘뉴스의 원자화를 통한 맥락저널리즘의 실현.’ 기성언론에서 <뉴스퀘어>의 실험을 요약하는 말이다. <미디어오늘>이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연사로 박 창업자를 초청하면서 부탁한 강연 주제이기도 하다. 정작 박 창업자는 ‘원자화’ ‘맥락저널리즘’이란 말이 “거창하다”고 손사래 친다. 뉴스를 쪼갠다는 뜻에서 ‘원자화’라는 개념에 동의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단다. “오히려 뉴스를 보기 쉬운 형태로 ‘재가공’한다는 게 더 맞는 말 같다”고 했다.

원자화 개념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서카’다. 박 창업자는 <서카>와 <뉴스퀘어>의 차이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뉴스를 잘라내 보기 편한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둘이 비슷하다. 다만 <뉴스퀘어>는 서카보다 부연 설명이 많고, 내용적으로 풍부하다. 콘텐츠가 풍부한 만큼 압축도는 떨어진다.”

▲ 특정 이슈에 대한 뉴스만 뽑아내 모아서 보여주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서카’. 서카는 2015년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 박태훈

박 창업자가 말하는 <뉴스퀘어>의 핵심 가치는 따로 있다. ‘Better Understanding(더 나은 이해)’이다. 서카가 기존 이슈를 충분히 따라잡고 있는 독자에게 원자화된 뉴스를 손쉽게 챙기는 창구 역할을 했다면, <뉴스퀘어>는 목적 자체가 달랐다. 추상적 사실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보다도 뉴스를 처음 접한 이가 해당 이슈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다.

“<뉴스퀘어>는 ‘뉴스를 위한 뉴스’에요. 뉴스 인트로(소개, 앞머리)이기도 하고요. 기성 언론을 잘 따라가고 있는 분들 말고, 뉴스를 읽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 <뉴스퀘어>는 각 기사의 핵심 내용을 뽑고, 해설을 덧붙여 기사의 이해를 돕는다. ⓒ 박태훈

지난달 21일 <뉴스퀘어>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기획이 올라왔다. 이 기획을 클릭하면 에디터가 쓴 두 개의 글이 나온다. 첫 번째 글은 '구조조정'의 정의와 용례를 설명한다. 글의 말미에는 참고할 수 있는 기성 언론의 기사들이 링크돼 있다. <뉴스퀘어>는 모든 글의 말미에 이런 식으로 에디터가 설명한 내용과 관련해 참고할만한 기사들을 링크로 제공한다. 두 번째 글에서는 '채권단 자율협약'과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에 사용되는 용어들을 친절하게 풀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관련한 읽을거리를 추천한다. ‘구조조정’ 글과 관련해선 작년에 <뉴스퀘어>가 정리했던 '좀비기업 구조조정' 기획이 추천글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발표하며 쟁점이 됐던 사안을 2015년 10월부터 12월에 걸쳐 5개의 글로 정리한 기획이다. <뉴스퀘어>의 장점은 이렇게 하나의 이슈와 관련한 소식을 담은 글들이 그때그때 추가돼 커다란 기획으로 남는 구조다. 기획들이 서로 엮이면서 독자는 전체 맥락 속에서 해당 사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 지난달 21일 <뉴스퀘어>에 올라온 구조조정 관련 기획. ⓒ <뉴스퀘어>

기획할 때도 독자의 이해를 제1 원칙으로 한다. <뉴스퀘어>에 올라오는 기획들은 에디터들이 직접 발제한 내용이다. 박 창업자는 “‘더 나은 이해’라는 가이드라인을 빼고는 하고 싶은 대로 글을 쓰게 놔둔다.”고 설명했다. 글의 소재나 내용, 내러티브 방식 등은 온전히 에디터들의 몫이다. <뉴스퀘어>에서 일하는 에디터도 대부분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또래 친구들이다. 박 창업자는 “우리는 실험 중이다. 독자에게 정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포맷을 고민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미디어가 살아남을 방법

‘성공적인 실험’으로 안착했지만, <뉴스퀘어>는 사업성 면에서 아직까진 ‘실패작’이다. 현재 <뉴스퀘어>는 사업자 자격을 내려놓고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한 상태다. 박 창업자는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을 너무 늦게 시작한 점을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니 수익구조와 서비스 모델 간 융합이 쉽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시장에 있었다. 박 창업자는 “국내 미디어 시장은 작은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트래픽이 많지 않은 미디어 스타트업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못 됐다. 최근 유료화를 선언한 ‘아웃스탠딩’이 국내 뉴미디어 스타트업 중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유일한 사례다. 광고를 안정적으로 수급받기도 쉽지 않았다. 미디어 광고가 주로 대형 매체로 쏠리고, 광고 단가도 정치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광고라는 작은 햇살이 비치지 않는다”는 게 박 창업자의 설명이다.

박 창업자는 “3년 안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해답을 찾기가 점점 쉽지 않아졌다. 혼자 이끌기 무리가 있어서 지금은 에디터 공동운영 체계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퀘어> 콘텐츠를 좋아해 주는 독자들이 있으므로 문을 닫지는 않고 있지만, 당분간은 사업자 전환 없이 비영리로 운영할 예정이다.

박 창업자는 현재 중앙일보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중이다. 5개월 전부터 <중앙일보> 디지털기획팀에 소속돼 일하고 있다. <중앙>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묻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중앙>은 작년 말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영입한 이후 조직개편과 디지털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박 창업자는 “당연히 뉴스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갔다”며 “기성언론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그 현장을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을 거란 생각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뉴미디어에 대한 기대를 버린 건 아니다. 박 창업자에 따르면 “2, 30대 독자는 기성언론에서 소외된 독자층”이다. 그는 기성언론은 뉴스 소비 방식이 다른 신세대의 출현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고 본다. 애초에 기성언론의 타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점유한 시장이 있는 기성언론으로서는 신문을 펼쳐 들 리 없는 젊은 세대를 위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 동기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뉴미디어는 처음부터 신세대를 타깃으로 삼는다.

“지금 생겨나는 미디어는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위한 미디어잖아요. 조소담 대표의 <닷페이스>도 그렇고요. 타깃이 다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연히 생존이죠.”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은지 묻자 박 창업자가 짧게 답했다. 뉴미디어가 콘텐츠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활로를 찾아보고 싶다는 뜻이다. 아직 기성언론은 ‘대마불사(규모가 큰 조직은 망하지 않는다)’의 원칙을 적용받는다. 반면 신생 미디어는 시장의 생리를 맨몸으로 겪는다. 공고한 기성언론의 카르텔과 역동하는 미디어 환경 틈새에서 뉴미디어는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돈 버는 일이죠. 자발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미디어 형태를 국내 시장에서 실험해보고, 수익 모델을 찾아보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뉴스를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던 친구들 때문에 국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의 개척자가 된 그는, 이제 신생미디어 언론사가 시장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단비뉴스>는 지난 26~27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올해는 ‘스토리텔링의 진화’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34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스토리텔링 전략을 설파했다. <단비뉴스>는 전체 강연 기사에 이어 연사로 섰던, 주목할 만한 청년 뉴미디어 매체 운영자를 심층인터뷰했다. (편집자)   

 <크리티커스> 김기수 대표

 <뉴스퀘어> 박태훈 창업자

* 본래 연재 예정이던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가 성사되지 않아 취소됐습니다.

편집 :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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