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⑮ 한완상 전 부총리

 “사드 성주 배치는 해양세력인 미국·일본이 대륙세력인 중국·러시아와 한반도에서 정면 대치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국제관계에서 어느 정도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돌핀(돌고래)으로 성장했던 한국은 이 결정으로 인해 다시 새우가 돼 버리고 말았다.”

브렉시트와 성주 사드 배치는 ‘문명사적 위협’

김영삼 정부 때 통일부총리,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를 지낸 한완상(80) 서울대 명예교수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추락시킨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부총리는 4일 SBSCNBC에서 방송된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서 최근 이어진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결정과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문명사적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의 EU탈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전망되면서 NATO의 견제를 받던 러시아가 힘을 얻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 견제용으로 해석되는 사드의 성주 배치가 결정됨으로써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의 대결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부딪히는 곳이 우리나라 성주라고 말하는 한 전 부총리. ⓒ SBSCNBC

시진핑 주석 집권 후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구호를 내걸고 남중국해 등을 거쳐 아시아, 아프리카로 세력을 확장하려던 중국은 실제로 사드 배치 결정 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한국이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형편이기도 하다. 한 전 부총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일정 정도 할 수 있는 돌핀으로 성장했는데, 사드 배치 결정 후 주도권을 잃어 국가의 위상이 다시 새우가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제1 야당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 더 큰 성장을 위해선 북한과 평화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한 전 총리. ⓒ SBSCNBC

남북 대화 단절이 북한 핵무장 가속

한 전 부총리는 남북대화가 단절된 현재의 상황이 북한의 핵무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함께 국제적 제재를 밀어붙임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한 전 부총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교류 사업에 대해 ‘퍼주기다’ ‘핵무장 자금을 대 준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훨씬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의 남북경협은 퍼주기가 아니라 평화조성 비용이었고 통일을 위한 투자였다”며 “개성공단은 옷 등 공산품뿐만이 아니라 ‘평화’를 생산했다”고 덧붙였다.

▲ 통일에 회의적인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는 길은 '통일'이라고 말하는 한 전 총리. ⓒ SBSCNBC

한 전 부총리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청년들에게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는 남한에서 북한을 거쳐 육로로 유럽까지 갈 수 있게 돼야 우리 청년들이 진정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가질 수 있고 경제도 도약할 수 있다”며 “정치적 통일 전에 평화적 교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에 공언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도출된 6.15남북공동선언과 10.4공동성명의 합의를 되살리기 위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실무회담도 제안해야 한다”며 “이는 박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경제방송 SBSCNBC가 지난 3월 24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을 신설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주요 방송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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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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