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불패]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 참가기

농업만큼 산업 발전이 더딘 분야도 드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과의 FTA 체결로 시장이 개방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데, 우리 농업은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 위기를 넘겨왔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농산품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이 지원하는 농업전문언론인양성 장학생 4명(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이 농업리더 장학생 8명과 함께, 우리 농업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농업 혁신의 현장을 지난 5일부터 3박4일간 둘러보고, 추가 취재한 뒤 하계 연수 참가기를 썼다. (편집자)

애물단지 자연조건이 보물단지로, 남해 ‘다랭이마을’

45도에서 70도에 이르는 산비탈에 108개 층층 계단과 680여개 논이 펼쳐진다. 남해군 홍현리 가천마을, 일명 ‘다랭이마을’은 설흘산 자락 층층이 다랭이논을 만들어 농사짓고 살았다. 논은 3평부터 300평까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쓰고 다니는 삿갓 밑에 한 배미의 논이 있었다는 데서 ‘삿갓배미 논’이라 불리는 조그마한 논에는 산자락에 힘겨운 삶을 일군 어머니들의 노고가 담겼다. 바다가 인접해 있지만 파도가 높아 어업도 불가능했던 터라 산을 한 땀 한 땀 일궈 농사지어야 했다.

▲ 다랭이논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춘 다랭이마을. ⓒ 하상윤

먹고 살기의 팍팍함을 상징했던 다랭이논은 2002년 마을개발이 시작되면서 효자 관광자원으로 변신했다. 다랭이마을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선 이경희(56) 남해군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팀장은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된 것’을 마을의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주민들이 다랭이논을 손으로 갈거나 괭이질을 해서 일궜어요. 경사지니까 물이 잘 빠져서 노력은 평지보다 5배 이상 들고요. 삶의 터전이 너무 힘들고 고달팠는데, 관광지가 되고 보니 많은 사람이 다랭이논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려고 찾는 거예요. 동네 어머니들도 마을을 다시 인식하게 된 거죠. 내가 왜 이 동네에 시집왔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기 동네를 떳떳하게 소개할 수 있어요. 그게 참 와 닿았어요.”

▲ 다랭이마을회관 ‘두레박’에서 연수단이 이경희 남해군농업기술센터 체험마을팀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2002년 다랭이마을에 부임해온 이 팀장은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다랭이논을 테마로 마을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과정에서 일등공신은 마을 지도자들이었다. 마을 리더들과 공무원들은 서울로 세미나를 들으러 다니며 관광자원개발에 앞장섰다. 2005년부터 자립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고, 문화재청이 다랭이논을 명승 제15호로 지정했다. 시골학교운동회, 몽돌해변에서 손그물로 물고기 잡기, 여름 모내기를 함께하는 다랭이논축제 등 체험활동을 마련해 남해의 대표 농촌전통테마마을로 거듭난 다랭이마을은 한 해 33만여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다랭이마을의 성공 비결은 ‘농촌다움’을 잘 보존한 데 있다. 도시에 버금가는 편의시설을 짓거나 큰 사업비를 따내는데 몰두하지 않았다. 마을 근처에 100여 호 펜션이 들어섰지만 다랭이마을에는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농가민박만 세 군데 있을 뿐이다. 다랭이논과 환경을 잘 보존하는 게 편의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김효용(46) 다랭이마을 사무장은 “사업성보다 마을 유지가 중요한 과제였다”고 강조했다.

“사업이라고 생각했다면 성공하거나 실패했겠죠. 망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건 마을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사업도 꼭 필요한 부분만 해요. 큰 자본은 없어도 돼요. 이어갈 사람만 있으면 돼요. 제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마을 모습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에요.”

▲ ‘오래된 미래 새로운 패러다임 농農’을 주제로 한 대산농촌재단 하계연수에서 이경희 체험마을팀장과 김효용 사무장, 장학생들이 다랭이마을을 둘러본 뒤 한데 모였다. © 대산농촌재단

청년의 상상이 이루어지는 농촌을 만들다

이날 저녁 연수단은 농촌 관광을 체험하기 위해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가지리의 이수미팜베리를 찾았다. 이곳에서 대학 시절 농활이 인연이 되어 귀농해 농촌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거창군농업회의소 김훈규(43) 사무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15년 전 소를 키우기 위해 거창에 내려와 그가 처음 한 일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김훈규 소마구’란 간판을 매단 것이다. ‘축사’ 대신 ‘소마구’란 정겨운 우리말을 내거니 동네 사람들이 오며 가며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레 마을 주민들과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이렇듯 작은 상상력을 실천하는 김훈규 사무국장에게 농촌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무한한 공간이다.

김 국장은 청년 실업률이 높은 시대에 직업을 무려 3개나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거창농업상상력임대사업소의 대표로 농촌공동체의 교류를 돕고 있으며, 사단법인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으로 농촌자치기구를 이끌어가고,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사무국장으로 농촌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함은 다르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농촌에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제공해 농촌에 대한 인식과 한계를 넓혀가는 일이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돕고 도시 청년들에게 농촌에서의 재미있는 일을 소개하는 등 농촌에 유익하고 주민들에게 유쾌한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

▲ 이수미팜베리 카페에서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이 ‘농촌은 청년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김훈규 사무국장이 농촌에서 ‘청년’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농촌의 절체절명의 숙제는 ‘재미없는 곳’이라는 인식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상상력임대사업소에서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였다. ‘부산에서 공연 배달, 거창에서 통닭 배달’이란 이름으로 ‘농촌 치킨 페스티벌’을 구상해 SNS로 홍보하고 도시의 기획자와 뮤지션들을 모아 축제를 열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청소년 인문학파티’라는 이름으로 이어졌고, 농촌 청년과 청소년에게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홍보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게 해 스스로 재미를 느끼게 했다. 행사를 통해 도시 청년과 농촌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농업의 가치와 농민의 지위를 위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농촌의 주민들에게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농촌의 사람들이 먼저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김 국장이 도시민이나 젊은층만을 대상으로 농촌문화기획을 하지 않은 이유다.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에서는 농촌 어르신들의 지혜와 유산을 보존하고 청년들이 그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여러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마을의 유산인 노인들이 돌아가시고 남겨진 농기계를 모아 ‘리립박물관’을 만들었다. 지역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이 될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찾아오는 명실상부한 마을 박물관이 되었다. 최근에는 일본 대학생들이 이곳을 농촌 선진지 연수로 찾기도 했는데, 시골 폐가의 가이드를 직접 그곳에 살던 분이 맡으면서 더욱 효과적인 체험 활동이 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글과 그림을 배우는 ‘할매할배 학교갑시다!’ 프로젝트, 폐교를 활용한 마을 백일장 등 김훈규 사무국장의 아이디어는 농촌 주민들의 ‘놀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의 녹색관광이나 체험마을의 경우 도시의 패스트푸드점보다 빠르고 똑같아요. 비빔밥이 햄버거보다 더 빨리 나오는 격입니다. 떡메치기, 엿가락 만들기 등 비슷비슷한 행사만 하죠. 체험마을끼리, 로컬식당끼리 경쟁하는 게 농촌관광의 현주소입니다.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돌아오는 농촌’을 지향하지만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농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획일화한 농촌 풍경을 바꿀 힘은 청년에게 있어요. 개성 있는 마을을 만들어 가는 상상력이 청년들로 하여금 농촌을 떠나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6차산업의 모범지, ‘이수미팜베리’

이튿날 저녁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연수단은 이수미팜베리에 묵었다. 이수미팜베리는 1만4천 평 규모 유기농 베리 농장과 가공농장, 농가레스토랑, 교육농장, 펜션까지 갖추고 있는 ‘종합 농업 단지’이다. 복분자, 블렉베리, 아로니아, 블루베리, 산딸기를 친환경으로 수확해 바로 따 먹을 수도 있으며, 농가레스토랑에서 베리를 이용한 음료와 디저트도 즐길 수 있는 데다 거창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펜션까지 갖추고 있어 ‘팜스테이’로 손색이 없다.

▲ 경남 거창군에 있는 ‘이수미팜베리 농장’ 전경. 다섯 종류의 유기농 베리를 생과와 과즙, 진액, 차, 후레이크 등의 2차 가공품으로 생산한다. © 하상윤
▲ 친환경 공법으로 건축한 농가레스토랑과 펜션이 자연 환경과 어울린다. © 하상윤

1991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접고 귀향한 이수미(46) 대표는 농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노력으로 농장을 완성했다. 귀농한 여성 농사꾼으로서 쉽지 않았던 농사일을 이어나가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던 저력은 ‘생명산업’인 농업을 천시하는 인식을 바꾸고, ‘당당한 농부’로 살고 싶었던 열정 덕분이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에, 주경야행이었다. 낮에는 열심히 농사 짓고, 버스를 타고 도시의 백화점에서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농사와 관련된 행사는 스스로 찾아다녔고, 관련 교육을 받는 것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농사짓는 게 참 힘들었지만 농업을 통해 다양한 걸 할 수 있어 좋아요. 외국계 베리로 만드는 음료 업체와 경쟁해 건강한 베리 제품을 만드는 게 희망사항이에요. 맛과 향이 첨가된 값싼 베리류를 찾는 소비 흐름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더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 ‘착한 소비’를 이끌어 낼 생각입니다.”

품이 많이 들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친환경 유기농 베리 재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유통 구조나 날씨 변수에 속상한 일도 많다. 하지만 이수미 대표는 자신만 열심히 일하는 농부가 아니고, 오랜 기간 열심히 살고도 인정받지 못한 농부들을 생각할 때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자가 소비자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와 가격을 묻지도 않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SNS홍보도 활발하다며 이수미 대표는 당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연수단 박성화 학생이 이수미팜베리 농장에서 블랙베리를 따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 이수미 대표가 교육농장에서 연수단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자연과 이웃과 어우러진 삶, 산청 ‘얼레지 피는 마을’

셋째 날 오후 일행은 자연생태 우수 마을인 산청군 둔철산 ‘얼레지 피는 마을’을 방문했다. 지리산 둔철산 자락 해발 550여 미터에 있는 ‘얼레지 피는 마을’은 생태적 삶과 대안교육을 찾는 귀농·귀촌인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각 가정은 생태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수세식 화장실 대신 생태화장실을 설치해 똥과 오줌을 퇴비로 쓴다. 부엽토를 넣어 냄새를 없앤 생태화장실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밑거름이 되고,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현장이 된다.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태양열 오븐과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사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자연을 존중하는 발걸음이다. 주민들은 마을 내 간디학교를 다니며 대안교육을 선호하고, 마을에 관한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공동체적 삶을 지향한다.

‘얼레지 피는 마을’은 다양한 체험거리로 유명한 농촌체험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과 재능이 체험활동의 원천이 된다. 친환경 순환농법으로 운영되는 ‘간디유정란농장’에서는 닭 모이주기, 유정란 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인뇨로 퇴비를 만들어 텃밭을 일구는 ‘먼당교육농장’에서는 똥에 대한 교육과 똥 모양 빵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일손이 모자라 미처 농산물을 수확하지 못한 논밭에서는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 등산로를 이용한 생태숲길 걷기 체험, 계곡 물놀이와 다슬기 잡기, 계곡트레킹처럼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을 이용한 체험거리도 풍성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성경모(54) ‘얼레지 피는 마을’ 대표는 “다양한 마을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거리를 만들어 함께 어울리고 수익은 나눠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을에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체험활동을 하나씩 맡는 거죠. 저는 코디 역할만 하면 돼요. 프로그램을 짜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수익의 5%만 받아요. 받은 돈으로 단합대회를 열거나 마을에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들죠. 지역사회 내에서 수익을 나누고, 어울려 살 수 있는 게 체험 프로그램의 경제성, 규모보다 중요해요.”

▲ 최세현(56) 간디유정란농장 대표와 장학생들이 닭장을 둘러보고 있다. 간디유정란농장은 닭들의 배설물을 부엽토 속 미생물로 분해해 퇴비로 이용하는 ‘자연순환농법’으로 운영된다. © 하상윤

‘얼레지 피는 마을’만의 특색 있는 농촌민박도 체험활동의 별미다. 독립된 별채로 마련된 민박 시설은 깔끔하지만, 목조·황토·흙집과 같이 자연친화적 소재로 만들어졌다. 민박체험은 생태화장실을 직접 이용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저녁에 집주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아침식사를 하며 농촌 경험을 교류할 수도 있다. 마을 한의사, 간디중학교 교사 등 민박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닌 집주인들과 함께 하며 다양한 색깔의 추억이 쌓인다.

귀농 11년차에 접어든 성 대표는 “비록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하는 농업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2006년부터 산청군 농촌관광대학에서 농촌관광에 대해 공부하며 ‘얼레지 피는 마을’을 기획했다. 먼당교육농장을 운영하며 산청군농촌관광연구회 사무장도 역임하고 있다. 작년 3월 시작된 산청 ‘지리산 목화장터’ 추진위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농촌관광의 궁극적 목표는 농촌의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교류를 넓혀가는 거예요. 농촌체험과 농촌민박을 통해 농촌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판로를 개척하죠. 농촌에 살면서 직장 생활의 술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고, 경쟁하지 않고 욕심 없이 사는 법을 배웠어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아이들에게는 추억과 고향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성공적인 귀농이었다고 얘기합니다.”

▲ 성경모 대표가 자연생태 우수 마을이자 농촌관광마을인 ‘얼레지 피는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기업형 유기농업의 선두주자 ‘장안농장’이 가는 길

충북 충주시 신니면 장안농장에는 100여 가지 유기농 쌈채소를 맛볼 수 있는 채식뷔페가 있다. 이 식당은 장안농장 류근모(56) 대표가 17년 동안 준비해 2014년 5월 개장했다. 농장 내 330㎡ 규모로 조성된 채식뷔페 1층은 15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식당, 2층은 유기농 교육 강의실, 세미나실, 음악감상실로 꾸며졌다. 채식뷔페에서는 장안농장과 100여 곳이 넘는 협력농가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쌈채소를 맛볼 수 있다. 대한민국 쌈장 및 된장찌개 선수권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쌈장도 제공된다.

▲ 류근모 대표는 "식당을 50억 원에 팔라는 투자자가 나타났지만 팔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에서 1등 유기농 식재료를 쓰며 이 가격에 맞추는 곳은 없다”고 자부했다. 점심 12,900원, 저녁 15,900원. © 대산농촌재단

국산 친환경 농식품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해 수입산 농식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판로 확보가 쉽지 않고 수확한 농산물을 그대로 파는 단순한 판매 방식으로는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어 개별 농가에서 재배에 나서기 주저하게 된다. 류 대표는 “농업에도 규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주변 농가들과 공동 생산하는 방식의 협력농장을 구축했다. 개별농가들과 협력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유통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류 대표는 2004년 협력농가 10곳을 묶어 유기농 영농조합법인 ㈜열명의농부를 설립한 뒤 협력농가들에게 자신의 유기농 재배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항상 쓰고 읽어 언제나 이유를 알아 재촉하되 걸어두지 말고 모든 사람이 알게 하라.’ 류근모 대표의 6대조 류제완 선생이 지은 <과채재배법> 서문이다. 류 대표도 할아버지 가르침대로 채소를 기르는 것이다. ㈜열명의농부는 우리나라 농업계 최초로 INNO-BIZ(혁신인증)로 인정받은 매출 100억대 기업이 됐다.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훨씬 많아요. 하지만 장안농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쉽고 기본적인 것을 꾸준하게 계속하는 게 기술이고 경쟁력이거든요. 농사짓는 사람이 16년째 일기 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매일 책을 읽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일기를 쓰죠. LG그룹 같은 대기업이 농업에 뛰어들어도 저를 절대 못 뛰어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농사를 지으며 지키는 기본적인 원칙은 땅을 섬기는 일이에요. 상추를 재배한 뒤 일정기간 동안은 땅을 쉬게 하고, 다시 수수, 보리, 밀 같은 녹비작물을 심어 땅심을 길러줍니다. 쉬워 보이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따라가는 게 기술인 거죠. 우리 농업이 그렇게 해야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의 무한한 가능성을 체험하다

대산농촌재단 장학생들은 3박4일 간 연수를 통해 농촌이 생명산업으로서 농촌의 가치를 전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촌다움을 유지하는 균형과 마을 주민 중심 개발의 중요성을 배웠다. 연수에 참가한 최명재(24‧경상대 축산학) 씨는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마을을 위해, 농촌을 위해 일하는 분들을 만나 새로웠다”면서 “이런 분들이 농촌에 있다면 우리 농촌이 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금방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농촌에서의 발전은 ‘깎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었다. 가지고 있는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도 도시민의 접근과 주민생활이 용이하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와 여유를 누리지 못한 마을 사람들에게 농촌의 장점을 살려 ‘기본소득’과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명산업으로서 농촌에 자부심을 갖고 경쟁이 아닌 공생으로 농촌 공동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는 사람들을 통해 무한한 농촌의 변신을 꿈꿀 수 있었다.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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