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시, 청년수당 설명회 열어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19세~29세 미취업 청년에게 사회참여 활동비로 매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신청자를 받고, 선정된 청년 3000명에게 8월부터 활동비 지원을 시작한다. 정책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는 27일 시청에서 청년, 1인미디어 간담회 ‘청년수당 그것이 알고싶다’를 열었다. 청년수당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서울시 청년 정책의 비전을 모색하는 시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청년수당 정책 설명회가 열렸다. Ⓒ 신혜연

페이스북 유튜브 생방송 참여, 청년들 뜨거운 관심

‘청년 사회 진출의 마중물인가, 무책임한 복지 포퓰리즘인가?’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하자’센터장과 청년허브 센터장을 역임하며 서울시 청년정책에 깊이 관여해온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이 패널로 나섰다. 토론 진행은 청년문화포럼 문화예술청년위원장 최현진 씨와 네이버캐스트 ‘열린사람들’ 운영자 국도형 씨가 맡았다. 객석에서는 1인 블로거를 비롯한 청년 20여 명이 서울시 청년정책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는 페이스북 라이브방송과 유튜브 등으로도 생방송됐다. 시민들은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며 댓글을 통해 질문과 의견을 남기는 방식으로 토론회에 참여했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은 조횟수 1624회를 기록해(27일 오후 4시 기준) 청년수당 정책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관악구 청년문화단체 작은따옴표가 행사 시작에 앞서 ‘푸른꿈’을 부르고 있다. Ⓒ 신혜연

서울시 “기존 정부 청년정책 예산은 청년 아닌 기업지원 문제”  

전 기획관은 청년수당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것으로 토론회의 운을 뗐다. “저성장 사회가 되면서 사회진입이 어려워지고,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지녔다는 청년들이 자기 능력을 실현할 기회를 잡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지지기반, 안전망이 돼 주자는 게 정책의 취지다.”

청년수당은 기존 청년 정책과 다른 새로운 시도다. 전 기획관은 “중앙정부의 청년 정책이 2조 1천억 원인데 청년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왜 일까?”라고 물은 뒤 정부가 청년인턴비, 고용유지비 명목으로 기업 보조금을 보태는 데만 예산을 쏟아온 현실을 지적했다. “청년정책인지 기업지원정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다르다는 게 전 기획관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 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청년 스스로 정책을 만들도록 수 백 차례 모임을 진행했다”며 “정부가 쓰는 2조원에 비하면 청년수당 90억 원은 0.01%도 안 된다.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하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신혜연

서울시 청년 수당 정책 중앙 정부와 갈등

이런 실험은 환영받지 못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실행 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점을 이를 잘 말해준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서울시와 협의한 사안을 번복하고, 서울시가 청년수당 정책을 강행하면 정책 중단을 강제하는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전 기획관은 이런 논란에 대해 “기관과 기관 사이의 갈등만 부각되다보니 정작 정책의 핵심인 청년의 삶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의한 내용이 있는데, 복지부가 시정명령까지 하면서 청년들의 열악한 삶을 부인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또 “부득이하게 법정으로 가더라도 이길 것으로 본다”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청중이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 신혜연

부작용 우려 지적에 “일탈은 기우”

청년수당이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용 출처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전 기획관은 “청년들이 사용하는 돈은 교통, 통신, 음식 등 생활비가 대부분”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일탈 사례는 기우”라고 말했다.

또 청년수당 수혜자가 취업 후 수혜 금액을 상환하도록 강제해 무상복지의 폐해를 막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청년들은 이미 취업 후에 상환해야 할 학자금이 있다”며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면 상환을 의무화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환원이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청년에게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청년수당 모집 글을 올린 뒤 달린 첫 댓글은 “너무 기다린 정책이다. 내가 직장을 갖게 되면 훨씬 더 크게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한 청년의 다짐이었다. 청년에 대한 신뢰는 창조경제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 있다.

▲ 청년들이 서울시 청년정책에 대한 질문을 영상으로 보내왔다. Ⓒ 신혜연

“청년 정책 기본은 사람에 투자하는 것”

서울시의 신뢰 기반 정책은 프랑스에 뿌리를 둔다. 프랑스는 구직 프로그램 지원금 대신 개인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실시해 효과를 봤다. 서울시 청년수당의 모델이 된 프랑스의 ‘알로카시옹(현금수당)’은 청년들에게 우리 돈으로 60만 원 정도를 1년 이상 지급한다.

전 기획관은 “한국에서는 기술을 배워 취업하는 게 ‘구직 준비’라고 생각하는데, 창조경제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사회가 만든 일괄적인 틀에 맞춰 구직 준비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KBS <명견만리>에서는 금융위기에도 안정적인 독일 경제의 비결을 청년에 대한 투자로 꼽지 않았던가. “청년 정책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공식이 이미 선진사회에서 입증됐다는 게 서울시측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이런 흐름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다. 전 기획관은 “박 시장이 다른 예산보다도 청년 관련 예산에 훨씬 관대한 편”이라며 “박 시장은 청년이 우리의 미래인 만큼, 이들을 믿지 않고 한국사회의 10년 후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리더가 청년에게 가급적 많은 기회를 주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이 청년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네이버캐스트 ‘열린사람들’의 운영자 국도형씨가 시민들이 SNS에 올린 질문을 읽고 있다. Ⓒ 신혜연

제출서류 많고, 지원 대상 제한 지적에 “지금은 디딤돌 놓는 것” 

토론 진행을 맡은 최현진씨는 본인을 청년수당 대상자에 해당하는 서울 청년이라고 소개하며, 청년수당 신청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꼬집었다. 청년수당 신청자는 ▴ 주민등록등본 ▴ 건강보험납부확인서 ▴ 건강보험 자격확인(통보)서(피부양자일 경우) ▴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이력 내역서(피보험자용) ▴ 최종학력 졸업증명서(졸업예정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전 기획관은 “복지부가 협조를 거부하면서 정부 정보망을 활용할 수 없게 돼 개인이 지참해야 할 서류가 많아졌다”고 양해를 구했다.

신청 대상에 연령 이외의 조건을 부여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지원자 중 ▴ 가구소득(건강보험료) ▴ 미취업기간(고용보험, 최종학력졸업) ▴ 부양가족 수(배우자 및 자녀)를 기준으로 저소득층과 장기미취업자가 우선 선발된다. 30시간 이상 근로 청년은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전 기획관 역시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며 “청년수당 제도가 자리 잡아 중산층 청년들까지 대상이 확대됐으면 한다. 지금은 투자를 위한 디딤돌 하나를 놨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성장판을 열어주세요!” 

2부 행사에서 청년들이 힘차게 외친 구호다. “앞으로 살아갈 시대가 어렵겠지만, 청년들이 동료에 대해 애틋함을 갖는 ‘사회적 세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가능성을 기성사회가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전 기획관의 말은 한계상황에 부닥친 청년에 대한 신뢰가 그들의 성장판을 열어주는 지름길임을 새삼 되새겨준다.

▲ ‘청년수당 그것이 알고싶다’ 행사에 참여한 황희두(25)씨가 청년수당에 대한 바람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신혜연

이 기사는 서울시의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내 손안에 서울'(http://mediahub.seoul.go.kr/)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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