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 성공이 반가운 이유

미국의 투자전문가 톰과 데이비드 가드너 형제가 쓴 <젊을 때 시작하라>에 따르면 사람은 현실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행복해진다. ‘행복=현실/기대치’라는 행복의 공식은 콘텐츠 산업에도 적용된다. 물론 콘텐츠가 수준을 갖췄을 때의 이야기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가 성공에는 전작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높은 시청률이 이어졌다는 점, 익숙한 ‘맘마미아’ 이야기를 한국 정서에 맞으면서도 신선하게 풀어냈다는 점,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이 ‘행복의 공식’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백희가 돌아왔다> 관련 기사나 리뷰에서도 ‘예상외로 꿀잼’이라는 문장을 찾을 수 있다.

▲ '한국판 맘마미아'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백희의 딸 옥희는 아빠를 찾아 나선다. ⓒ <백희가 돌아왔다> 공식 홈페이지

<백희가 돌아왔다>가 시작할 때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바닥에 가까웠다. 흥행성을 가진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줄거리가 참신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방송 횟수는 고작 4회였다. 한국에서 밤 10시에 방영되는 평일드라마가 16부도, 20부도 아닌 4부작이라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정규물 사이의 ‘땜빵’용으로 편성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4부작 월화드라마는 찾기 어려울까? 단막극과 장편드라마의 중간인 미니시리즈가 대표적인 드라마 포맷으로 메인 시간대인 평일 오후 10시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적은 제작비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정영희 2009). 1992년 MBC 16부작 미니시리즈 <질투>가 큰 인기를 얻은 이후 SBS는 미니시리즈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기 투자비용을 매번 들여야 하는 단막극이나 긴 방영기간으로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장편드라마보다 미니시리즈가 상대적으로 방송하기에 부담이 덜 했다. 미니시리즈는 주연배우의 인기와 소재의 참신함이 반영되면 24회 동안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었고, 시청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도 적당했다(이양환 외 5명 2014).

미니시리즈가 최소 16부작으로 굳어진 또 다른 이유는 시청자가 입소문이나 홍보를 통해 드라마를 인지하고 실제로 시청하기에 적당한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6개월마다 이뤄지는 방송 개편에 맞춰 광고주가 유동적으로 반응하는데 2-3개월의 방영기간(방송 횟수 20-24회)이 유리하였다.

미니시리즈가 16회에서 30회 사이로 방송 횟수가 굳어지면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우선 이야기 소재가 한정되었다. 16부를 끌고 갈 스케일을 갖춘 이야기만 메인 시간대에 방영될 수 있었다. 미니시리즈의 방송 횟수인 16부에 맞춰 이야기를 늘리는 드라마도 생겨났다. 당연히 스토리 전개는 느슨해지고 플롯은 작위적이 된다.

▲ 아빠를 찾는 과정에서 옥희가 정작 알아차리는 것은 자신에 대한 엄마 백희의 사랑이다. ⓒ <백희가 돌아왔다> 공식 홈페이지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드라마에 방송사는 검증받은 제작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4부작 드라마라는 관행을 벗어난 포맷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해냈다. <베이비시터>로 시작해 <페이지터너>, <백희가 돌아왔다>까지 최근 KBS가 선보인 4부작 드라마들이 보여준 성공이 반가운 이유다. 다양한 이야기와 그에 걸맞는 포맷을 실험하는 용기를 얻은 방송사들이 다음번엔 어떤 드라마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편집 :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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