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심장의 떨림은 어디서 오는가?

‘MR 제거 동영상’이라는 게 있다. Music Recorded의 약자인 MR은 반주 음악을 가리킨다. 반주 음악에는 코러스도 포함되기 때문에 노래에서 MR을 제거하면 가수들의 실제 목소리만 남는다. 가수라면 모름지기 가창력이 기본.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진짜 노래실력을 알고자 했다. 그래서 자신을 현혹하는 가수들의 빼어난 외모와 현란한 춤 실력 등 시각적 요소와 MR에 섞인 기계음을 제거한 것이다. 드라마에도 이처럼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요소가 있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에서는 한 여인을 두고 몰락한 양반 출신 투전꾼과 일국의 왕이 투전을 벌인다. 여성 상품화부터 도박 미화까지. 요즘 드라마에서 시청자가 불편해 할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서는 주인공이 변종 바이러스가 퍼진 실험실에 갇힌다. 화장품 브랜드가 연상되는 바이러스의 이름(MK2), 실험실까지 허술하게 유인되는 주인공, 조잡해 보이는 실험실 세트장까지.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그런데도 심장이 떨린다. 과연 누가 여자를 ‘쟁취’하게 될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바이러스를 피해 탈출하라며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왜 그럴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두 드라마의 결정적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빠른 템포와 낮은 음역대가 주를 이루는 음악이 깔린다.

▲ 복순을 두고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이는 숙종과 백만금. ⓒ SBS <대박> 공식 홈페이지

사람은 호흡, 맥박과 같은 일정한 신체 리듬을 지닌다. 리듬이 반복되는 음악은 혈관과 심장, 신경에 영향을 주어 맥박을 빠르게 올리는 효과가 있다. 템포가 빠른 음악일수록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이유다. 게다가 낮은 음이 큰 소리로 울리면 피부에 자극까지 줄 정도로 강한 파동이 된다. 사람의 몸은 갈비뼈가 척추를 중심으로 속은 거의 비어 있는 폐를 둘러싼 모양을 하고 있다. 스피커처럼 진동을 잘 느끼는 구조다. 피부 등 우리 몸에 진동이 오면, 폐와 그 아래 있는 심장에까지 전해 져 음악이 전하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고대부터 음악의 감정 증폭 효과는 전투나 운동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전장과 스포츠 경기장에서 북과 징을 치고 나팔 등을 불어서 사람들의 심장을 자극하는 것이다. 2002년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붉은 악마의 리듬응원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ㅡ. 일정한 리듬의 박수 소리와 뜨거운 함성은 사람들을 흥분시켜 열정적인 응원을 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OST도 마찬가지다. OST는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고 주인공에 공감하도록 돕는다. 문제는 드라마의 OST가 시청자들을 흥분시켜 이성적 판단 없이 드라마를 받아들이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OST가 드라마의 문제를 가리거나 부족한 스토리를 메꾸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OST는 스토리나 배우의 연기와 함께 드라마의 주요한 요소다. 드라마의 극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청자가 스토리 전개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배경음악이 없는 드라마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MR 제거’를 하고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가 있다. 드라마를 시청할 때 내 심장의 떨림이 스토리와 연기, 영상미학 때문인지 아니면 음악 때문인지 헷갈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편집 : 김영주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