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미성년자 방송출연 무엇이 문제인가

<슈퍼스타K>를 탄생시킨 Mnet 김용범 PD의 새로운 프로그램 <위키드>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위키드>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동요를 만들자는 취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전까지 김 PD가 다뤄왔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아이들이 노래 경연을 펼치지만, 탈락은 없는 착한 서바이벌이다. 제작진은 출연진이 평균 7.5살 아이들이라는 점에 고민한 듯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동요를 선사하겠다는 게 <위키드>의 취지라면서 정작 어린이들은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볼 수 없다. 방송은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30분인데 그 시간이 12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이다.

▲ Mnet <위키드>는 평균 7.5살 출연자들이 볼 수 없는 12세이상 관람가 프로그램이다. ⓒ Mnet <위키드> 갈무리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볼 수 없는 아이들

<위키드>뿐 만이 아니다. MBC <아빠 어디가>의 준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이, SBS <오! 마이 베이비>의 서우도 자신의 모습을 TV로 볼 수 없다. 역시 모두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JTBC의 <내 나이가 어때서>도 12세 이상 관람가인 탓에 출연 어린이들 모두 모니터링을 할 수 없다. 최근 종영한 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한 7살 준욱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대한 유산>은 15세 이상 관람가인 심야 11시 10분에 방영되었다.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12세이상 관람가로 출연 아이들은 시청할 수 없다.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갈무리

어른용 방송에 동원된 어린이들

아이들이 방송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자가 어른이라는 뜻이다. 어린이가 출연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방송이 아닌 ‘어른’용 방송이다. 어린이들은 어른용 방송에서 상품화되고 있다.

장수 육아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기획의도는 일만 했던 아빠들이 엄마 없이 48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육아 도전기다. 한마디로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을 끌어나가는 것은 아빠가 아닌 ‘아이’라는 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사랑이, 삼둥이, 쌍둥이, 대박이를 배출했다. 사랑이의 먹방으로 시작하여 삼둥이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아이들 관련기사가 줄을 잇고 시청자들은 아이들을 보기 위해 다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켠다. 아이들의 천진한 행동과 성장은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한다. 아이들은 세상에 찌든 어른들을 위로하기 위해 TV에 출연한다.

문제는 <위키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이 TV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많은 아이가 자신은 볼 수 없는 어른들 프로그램에서 어른의 필요 때문에 상품화되고 또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아이들의 방송출연

미성년자 방송출연의 또 다른 문제는 많은 경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방송출연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영유아의 경우 부모의 선택이 곧 아이의 선택이 된다.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나이 어린 아이들이 대표적 경우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자신의 의지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시기의 잦은 방송 출연은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때로는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 달리는 비난과 악성 댓글은 아이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위키드>에 출연 중인 박소윤 어린이는 방송 중 눈물을 쏟았다. 과거 SBS <K팝스타>에 출연했을 때 악플에 시달린 기억 때문이다. 아이돌을 꿈꾸며 <위키드>에 다시 한 번 도전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어린이와 아이들의 무분별한 방송출연에 현직 연예인조차 우려를 나타낸다. 가수 헨리는 지난 1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은 관심을 받으면 이상해질 수 있다. 20대에 연예인 생활을 시작해도 연예인병에 걸리기 때문이다”라고 아이들을 걱정했다. 헨리는 방송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소신을 밝혔지만, 모두 편집되었다. 흥행에 중요한 ‘어린이’를 방송가가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JTBC <내 나이가 어때서> 출연자 모집공고. <내 나이가 어때서>는 12세 이상 관람가다. ⓒ JTBC <내 나이가 어때서> 홈페이지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1위는 연예인이다. 연예인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TV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위키드>는 약 4000여 명의 어린이가 오디션을 봤다. TV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다.

방송 심의규정 제6절 어린이・청소년 보호 제45조(출연)는 미성년자 방송 출연에 관한 규제 조항을 담고 있다. 심의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안 되며 성인 대상 프로그램의 방청인으로 동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걱정하고, 어린이의 입장에서 어린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내용은 없다. 어른들의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이용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새로운 인식과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시청자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의 상품화를 거부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편집 :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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