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청년’

▲ 송승현

봄날 초록으로 물든 드넓은 초원. 지저귀는 새 소리 들려오고 서늘한 바람이 나무를 흔든다. 청춘(靑春)은 말 그대로 ‘푸른 봄’처럼 약동하는 느낌을 준다. 가을에 뿌려진 씨는 오랜 시간 흙 속에서 자신을 가꾸다가 땅으로 치솟아 존재가치를 뽐낸다. 청춘이 자신을 희생시키며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다가 언젠가 존재가치를 드러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날 청춘의 이미지는 어떤가? 절망, 아픔, N포세대 등이 떠오를 뿐 어느 것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주체적 인간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짜놓은 틀 안에 갇혀 사육되는 동물을 연상시킨다. 

▲ 오늘날 청춘은 틀 안에 갇혀 사육되는 동물을 연상시킨다. ⓒ Flickr

1월 청년실업률이 9.5%로 치솟은 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고인 나라에서 청년과 비정규직은 발언권이 거의 없다. 청년은 청년들끼리 스펙 쌓기 경쟁에 몰입하고 정규직은 자본가가 아니라 비정규직과 밥그릇 싸움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청춘은 한때 혁명세력이었고 적어도 개혁세력이었다. 4·19혁명, 87년 민주화 운동 등의 주체는 학생이자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분노를 결집하고 연대함으로써 기득권 세력에 저항했고 끝내 승리했다. 죽음조차 불사하며 군부독재를 쓰러뜨렸고 사회를 바꿨다. 청년들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변화를 이끌었다. 

오늘의 청년들은 정보화 물결을 타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청년들은 누구보다 똑똑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 약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별세한 신영복 교수는 자신의 책 <담론>에서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로부터 발에 이르는 여행이라고 했다. 머리는 지식이요, 가슴은 열정이요, 발은 행동이다. 진정한 지식이란 머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열정으로 끓어올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임을 돌려 말한 것이다. 그는 그것이 가장 어렵고 긴 여행이라 했다. 오늘날 청년들은 그 여행을 온전히 마치지 못한다. 얼마 전 5개월에 걸친 토론과 교육을 마무리 짓는 모임에서 한 참가자가 말했다. 

“토론 시간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나이도 있고 학점도 따야 하고, 개강도 걱정이 되네요.” 

우리가 토론한 내용이 ‘청년들이 취업과 돈 그리고 명예만을 따라가고 있는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였으니 결말치고는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2014년 겨울에는 고등학교 3학년을 상담한 적이 있다. 충격적인 것은 고등학생의 고민도 취업이라는 사실이다. 

청년들은 이제 취업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 문제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사회를 바꾸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과제인데 청년들은 정치를 외면한다. 정치에 관심을 보인다 하더라도 메시아를 기다릴 뿐 자신이 정치의 주체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청년들이 만든 ‘헬조선’이란 말 속에는 그것을 바꿔보려는 실천 의지보다 탈출하려는 도피의식이 진하게 감지된다. 

청년들은 이제 자신을 가두고 있는 헬조선의 우리를 각자도생으로 벗어나려 하지 말고 힘을 모아 그것을 깨부수고 함께 탈출해야 한다. 청년이 연대하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이 글을 쓴 이는 성공회대 학보사 기자로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했지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는 응모기일 뒤에 글을 보내와 첨삭만 해서 <단비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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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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