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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 몰락과 대안미디어 부상

기사승인 2016.03.09  19: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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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요칼럼]

   
▲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미디어 지형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했던 팩트TV의 누적 시청자 수가 2월 29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580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음 팟플레이어나 아프리카TV, 유튜브를 통해서도 생중계를 시청했다.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서도 활발하게 생중계를 실어 날랐다.

온라인과 모바일 생중계는 국회방송이 있어서 가능했다. 국회방송은 공익채널로 지정돼 있어 케이블, 위성, IPTV 모두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채널이다. 웹상으로도 국회방송 홈페이지로 들어가 '오늘의 생중계' 버튼을 누르면 시청할 수 있고, 스마트폰용 앱을 통해서도 '생방송' 버튼을 클릭하면 바로 시청할 수 있다. 크로스-플랫폼을 통해 필리버스터 생중계 방송은 국회방송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마국텔’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 모든 플랫폼과 채널들을 통해 시청한 시청자를 합하면 그 수는 58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국회방송은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무편집, 무해설을 중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 C-SPAN과 영국 BBC Parliament 채널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시청자들은 생중계 방송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신문이나 방송사가 편집하고 프레임화 시킨 보도가 아니라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전모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 현장에 함께 있는 것 같은 현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 무편집, 무해설을 중계 원칙으로 삼는 국회방송은 영국 BBC Parliament 채널을 벤치마킹 했다. ⓒ pixabay

보수매체든 진보매체든 기존 매체는 이렇게 할 수 없다. 지면과 시간의 제약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보도는 의제설정, 프레이밍, 프라이밍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역으로 다종다양한 왜곡과 변질이 일어날 수 있다.

기성 매체들이 보인 필리버스터 보도의 한계

의제설정이란 측면에서 보면 기존 매체, 특히 지상파 방송은 필리버스터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다루었다. 공공적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의제라 하더라도 정부·여당에 불리한 의제는 다루지 않음으로써 논의의 확산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지상파 방송은 이 사안을 잘 다루지 않거나, 다룬다 하더라도 싸우는 장면, 눈물 흘리는 장면, 장시간 기록 세우기 경쟁 등 지엽적이거나 정치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는 모습만 다루거나 하는 식이다. JTBC 손석희 앵커는 이를 두고 ‘필리버스터를 가십거리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프레이밍은 이제 웬만한 독자나 시청자들은 다 눈치채고 있는 변질과 왜곡 방법이다. TV조선은 문제의 ‘요실금 팬티를 입고 장시간 기록을 세우려 한다’는 발언을 했고, KBS는 ‘국가 안보 국민 안전에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 우린 뭐하고 있는 걸까요?’라는 보도를 했다. SBS는 ‘전 세계의 눈들이 과연 지금 우리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다’라는 앵커 멘트를 했고, YTN은 ‘강기정 의원이 눈물을 흘린 것은 공천을 받지 못해서’라고 보도했다. 일상화된 풍경이다.

점화 이론이라 불리는 프라이밍은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하는 특정 자극이 추후에 진행되는 정보처리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하는 방법이다. MBC는 의원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을 먼저 제시하고 필리버스터 진행 소식을 보도했다. 필리버스터 자체를 비난하거나 시간 낭비, 단순한 정치싸움으로 일축하거나 총선용 쇼로 보이게 보도했다.

필리버스터 정국 보도에서 미디어는 뚜렷이 양측으로 나뉘어 전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한 편은 종편을 비롯한 기존 미디어들이고 다른 쪽은 온라인과 모바일, SNS 등의 연합군이었다. 전자는 미디어가 개입하여 가공한 요리를 제시했고, 후자는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제시했다. 날 것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는 소비자로만 인식되었던 시청자들의 몫이 되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흔히 전자는 5~60대가 선호하는 익숙한 방식이고 후자는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 그러나 누적 시청자 수가 580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가 2~30대 젊은이들 만으로도 채워질 수 있는 숫자일까? 5~60대의 독자와 시청자들 중 일부도 이제 가공한 요리에 식상해서 자신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공한 요리가 왜곡과 변질임을 인식하면서.

   
▲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 <국회tv> 화면 갈무리

새 플랫폼, 새 메시지

온라인과 모바일, SNS 등은 메시지를 직접 생산하는 거점이라기보다 유통경로일 뿐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한계였다. 그러나 새로운 플랫폼에 적합한 메시지를 직접 제작해 업로드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기존의 메시지라 하더라도 이를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쪼개고 나누고 덧붙여서 재가공해 새로운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사 링크와 댓글 같은 것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최근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 있는 한 여경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들끓고 있다. 여경을 파면하라는 요구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댓글이나 온라인상에서의 토론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진화하는 현상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댓글이 많은 메시지에 더 주목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누리꾼들 간의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 때문에 온라인 체류시간은 늘어난다. 포털은 뉴스 홈페이지의 구성을 통해 또 다른 수준의 뉴스 소비 행위를 조정하기도 한다. 실시간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 핫토픽 키워드 등의 메뉴 설정이 그것이다. 공공적 여론 형성이 온라인과 같은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패러디 같은 것도 일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창조 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

젊은 층들만 이런 과정에 호응하고 있다면 지금의 현상은 온라인 등에서만 일어나는 찻잔 속의 폭풍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방식이 젊은층에서 시작해 그 외연을 점점 확장해 가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거치면서 중장년층들이 카카오를 버리고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중장년층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위하여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SNS 등이 대안매체로서 기존 매체 못지않은 사회적 기능을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고, 그 기능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미디어 네이버 포털의 열독률이 기존 매체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다른 어떤 시대보다 현재 우리나라 미디어 상황은 급격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형성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거치면서 대안 매체들은 기존 매체와 뚜렷이 다른 기능을 보여 주었다. 대안매체들이 성장하고 여기에 중장년층이 결합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균형을 되찾고, 사회적 공론장 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논객닷컴에 실린 글입니다. 

편집 : 이지민 기자

이상요 교수 leesy5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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