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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에서 배운 ‘언론인의 길’

기사승인 2016.01.18  1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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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준 손은민 기자 smqaz@naver.com

- 저널리즘스쿨 12기 ‘대학언론인 캠프’ 열기 후끈

‘어라! 여긴 딴 나라네. 눈이 꽤 내렸어.’ 15일 오후, 호기심 어린 눈빛의 이방인들이 잘생긴 소나무가 전날 내린 눈으로 더욱 자태를 뽐내는 제천 세명대 캠퍼스로 모여들었다. 저널리즘스쿨 제12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59명의 예비언론인들이었다.

서울에서 온 김형조(25•한양대 정치외교)씨는 “학교 수업만으로 언론을 배우는 데 갈증을 느껴 오게 됐다”며 “현직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의 조언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를 바꿔놓은 사건들의 공통점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최대한 배워가길 원한다”는 제정임 교수의 인사말로 1박2일 밤낮없이 진행되는 캠프가 시작됐다. 이봉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환영사에서 ‘서울대 강석진 교수 성추행 사건’,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통진당 경선부정 사건’ 등을 줄줄이 열거한 뒤 “한국사회를 바꿔놓은 이들 사건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져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그는 “모두 우리 졸업생들이 특종보도해 한국기자상을 받은 것들”이라며 “기획보도 등으로 삼성언론상 수상자도 지난 4년간 셋이나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이 원장은 “좋은 기사 발굴과 기획보도는 풍부한 교양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교양교육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을 키워줄 뿐 아니라 언론사 입사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력 없는 기자들이 쉽게 굴절된다”며 “저널리즘스쿨 출신 기자 1백여 명 중에 아직 ‘기레기’ 소리 듣는 이가 없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자가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맛이라도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이봉수 원장이 캠프 참가자들에게 장수생들을 위한 스터디룸인 ‘글감옥’을 소개하고 있다. ⓒ 전광준

스쿨을 잠시 둘러본 뒤 이봉수 원장의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라는 강연이 시작됐다. 그는 ‘고장 난 민주주의 제도의 비극’, ‘청와대 기자들은 죽었다, 민주주의와 함께’ 등 자신이 쓴 시민편집인 칼럼을 보여주며 잘못된 한국 정치와 사회의 원인제공자인 한국 언론을 비판했다. ‘최장수 백악관 출입 기자였던 헬렌 토머스의 ‘사랑받고 싶다면 이 직업에 뛰어들지 말라’는 격언을 소개하며 올바른 기자의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진영(29•경북대 신문방송)씨는 “수업을 들으며 내가 너무 입시준비에 매몰됐던 점을 느꼈다”며 “해외의 뛰어난 신문들 보도사례를 보고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부채 상환해야” “일자리 늘려야” 열띤 토론

7가지 반찬이 나온 저녁식사를 느긋하게 즐길 여유도 없이 제정임 교수의 ‘시사현안 백분토론’ 강의가 시작됐다. 제 교수는 “기자는 수십•수백만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시사현안을 정확히 알고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저널리즘스쿨 인기 강좌인 ‘경제사회쟁점토론’과 ‘시사현안 세미나’처럼 학생들의 참여와 토론을 유도했다. 그는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170%로 OECD 1위”라며 “가계소득은 높지만 갚을 능력은 최저”라며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먼저 강의했다.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로 ‘부채를 바로 상환해야 한다’와 ‘부채 상환 대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의견이 갈렸다. 권자경(25•숭실대 경영)씨는 “빚을 직접 탕감해줘야 한다”며 주빌리 은행 등을 예로 들었고, 박상연(26•건국대 사학)씨는 “현실적으로 원리금 탕감보다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 이후, 제 교수가 스크린에 '바람직한 가계부채 대안'을 띄우자, 언제 갑론을박을 했냐는 듯이 대안을 받아적는 키보드 소리와 펜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 참가자들이 제정임 교수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전광준

“탐사보도 강의 듣고 가슴 뜨거워졌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 강의에서 존 필저 기자의 말을 인용하며 “저널리즘은 원래 ‘탐사’의 속성을 가졌기에 탐사 저널리즘은 동어반복”이지만 “오염된 기존 저널리즘과 구분하기 위해 탐사 저널리즘이란 말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5공 때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부 자성이 있었다”며 “현재는 그런 게 없어 제도권 언론에 희망이 없는 상태”라 말했다.

탐사보도만의 대표적 속성으로 그는 공적인 사항에 대해 기자가 독창적 취재를 통해 취재원이 감추려 하는 정보를 폭로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탐사보도에서 자주 쓰이는 CAR(컴퓨터를 활용한 탐사보도)를 설명하며 미국의 공직감시단체 CPI가 엔론 임직원 자료와 부시 전 대통령 후원 정보를 결합•분석해 부시 정부의 후원 아래 급격히 성장한 엔론의 비밀을 밝혀낸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필수”라며 “입사해 언론을 바꾸려는 굳은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보도에 대해 잘 몰랐다는 손성배(28•연세대 국제관계)씨는 “강의를 통해 탐사보도에 관해 알게 돼 가슴이 뜨거워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질문 쏟아진 ‘술값’의 언론사 입사 특강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 아랑’에서 ‘술값’으로 통하는 운영자인 이현택 <중앙일보> 기자는 추운 겨울날에 땀까지 흘리며 열강을 했다. 그는 언론사 입사에 떨어지는 이유로 '실력 부족', '태도의 문제', '면접의 문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면접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 7, 회사가 듣고 싶어하는 말 3으로 대답을 구성해야 한다”며 “면접관 등 상대방의 생각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술값’으로 통하는 이현택 기자가 캠프 참가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전광준

강의 중간에 잠깐 가지려던 질문시간은 스무 명 가까이 질문에 나서는 바람에 삼십 분 넘게 이어졌다. “언론사는 학벌을 중요시하나”, “스터디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장평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글은 어떻게 써야 하나”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기자는 “언론사는 ‘지방대 나온 천재’를 원한다”, “공부해야 하는데 귀찮은 걸 스터디 해라”, “현장 보낼 곳 뻔하니 미리 가봐라”, “서론을 치고 들어가거나 과감히 생략하라” 등 ‘즉문즉답’ 방식으로 답했다. 저널리즘스쿨의 유익성에 관한 질문에는 “장기적으로 기자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D지망생은 왜 노는 데 강한가?

첫날 강의가 끝난 뒤, ‘사귐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현택 기자와 "비록 기자가 됐지만 예비언론인 필수 코스인 세저리 캠프에 꼭 오고 싶었다"는 <뉴스1> 오경묵 기자, 올해부터 저널리즘스쿨에서 강의할 <SBS> 기자 출신 김문환 교수, 저널리즘스쿨 출신인 <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안동MBC> 엄지원 기자도 참석했다.

이봉수 원장은 “언론계의 삼청교육대 입소를 환영한다”며 건배를 했다. 그는 “4팀 가운데 우승팀에게는 귀가 차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이번에는 PD팀의 연승행진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해 은근히 기자 편을 들었다.

이번 캠프 참석자들의 ‘끼’는 레크레이션 중 ‘이 노래를 아시나요?’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아이돌 그룹 ‘미스A’의 ‘배드 걸, 굿 걸’이 나오자 한 참석자는 바닥에 누워 춤을 췄다. ‘GOD’의 ‘촛불 하나’가 나올 때는 팀을 막론하고 십수 명이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번에도 PD팀의 우승으로 게임이 끝나자 이 원장은 시상을 하면서도 “PD는 인간이 아니다, 놀기만 잘한다”며 '악담'을 했다. 새벽 두세 시가 되자 대부분 참가자들은 기숙사로 갔지만 소수는 새벽 4시까지 교수진 등과 얘기를 나눴다.

   
   
▲ ‘사귐의 시간’ 노래 경연에는 십 수명이 나와 함께 합창을 하기도 했다. ⓒ 전광준

몸은 고된데 정신을 강조하는 열강에…

16일 오전 8시 20분. 첫 수업을 맡은 장해랑 교수는 새벽까지 이어진 ‘사귐의 시간’의 여파로 지각생들이 발생하자 스트레칭을 유도하며 10분 늦게 강의를 시작했다.

‘기획, 세상을 말하기’를 주제로 한 강의는 실제 기획안을 작성하는 방법론을 다뤘다. 장 교수는 "PD는 프로그램으로 나를 드러내는 일이며 결국 세상을 반영하고 담아내는 것"이라며, <내부자들> <베테랑> <응답하라 1988> 등 최근 대중적 소구가 컸던 영화와 드라마들이 어떻게 세상을 담아내고 있는가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PD에게 필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세상을 치열하게 드러냈는지(시대정신)', '뜨거운 마음으로 담아냈는지(인간정신)',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보여줬는지(작가정신)'를 강조했다.

이봉수 원장은 ‘개인DB 만들기와 칼럼쓰기’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BBC 모니터링센터를 사례로 들고 "조직이든 개인이든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한 자신만의 DB 구축이 미래를 결정한다"며 DB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깊이 있는 기사를 쓰는 BBC 보도의 배경에는 정보기관을 능가하는 모니터링과 DB 정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풍부하고(informative), 재미있고(interesting), 지적이고(intellectual), 영향력있는(influential) 칼럼은 개인DB에서 나온다”며 자신의 모니터링일지, 왜곡보도 모음, 편집∙사진캡쳐 모음, 독서메모 등 6가지 DB를 공개했다.

이어 캠프를 통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기자반과 PD반으로 나뉘어 50분간 논작/칼럼과 기획안을 작성하는 실습이 진행된 뒤 이상요 교수의 ‘PD는 영상으로 말한다’ 강의가 시작됐다. 이 교수는 이미지와 영상이 어떻게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 그 영향력의 크기와 차이에 대해, 1960년대 케네디와 닉슨의 대통령후보 TV토론회 등을 사례로 들어 강의했다.

   
▲ 논작/칼럼 실습 시간에 참가자들이 ‘가계부채’와 ‘청년’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 손은민

감성으로 호소하고 이성으로 설득하라

이봉수 원장은 ‘자기소개서 클리닉’ 강연에서 ‘붙는 자소서와 떨어지는 자소서’의 특징을 분석한 뒤 첨삭을 거친 ‘명품 자소서’들을 여러 편 보여줘 참가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기자반과 PD반으로 나뉘어 진행된 ‘시사현안 가닥잡기’와 ‘기획안 피드백’ 강좌에서 기자반을 맡은 제정임 교수는 ‘논술과 시사칼럼 잘 쓰기’라는 주제로 글쓰기 특강을 했다. 그는 심금(心琴)과 공명(共鳴)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좋은 글에 대해 말했다.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글, 많은 이들이 동감하고 함께 울어주는, 그래서 어떤 결심을 하게 하는 것이 시사칼럼을 쓰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참가자들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하는 시간은 갖지 못했지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등으로 추후에도 첨삭지도가 이어진다.

저널리즘스쿨이 영국 이튼이나 옥스브리지의 제도를 본떠 시행하고 있는 튜토리얼은 질의응답시간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저널리즘스쿨의 교육과정을 잠깐 맛본 캠프 참가자들은 몸은 고되지만 상당한 지적 포만감을 느끼는 듯했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감은 잡았다”

오정빈씨(26•전북대 국문)씨는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또 제가 뭘 원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PD 지망생인 김남용(27•단국대 영문)씨는 가장 만족스러웠던 강좌로 ‘기획안 피드백’을 꼽았다. 그는 “기획안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짧지만 제대로 배우는 기회였다”며 “이제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고 말했다. 장희진(25•서강대 미국문화)씨는 “언론계 선배들과 지망생 등 열정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너무 좋았다”면서도 “저널리즘스쿨 입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실제 교과과정을 체험하기에는 너무 짧은 감이 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PD반 튜터, 장해랑∙이상요 교수와 튜티들이 수료증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손은민

편집 :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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