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양특강]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주제 ② 동북아 국제정치와 북핵 지렛대

“아마 북한은 전 세계 역사상 헌법 전문에 핵보유를 선언한 처음이자 마지막 국가가 될 겁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의 헌법 전문 이야기를 꺼내며 두 번째 특강 주제로 넘어갔다. 실제 북한은 2012년 4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을 통해 김일성 주석의 업적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추가하면서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핵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명문화했다.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동북아 국제정치와 북핵 지렛대'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정교진

개정 헌법 서문에는 “세계 사회주의 체계의 붕괴와 제국주의 연합 세력의 악랄한 반공화국 압살 공세 속에서 선군정치로 김일성 동지의 고귀한 유산인 사회주의 전취물을 영예롭게 수호했다”며 김 위원장을 추앙했다. 헌법은 이어서 “우리 조국을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 강국으로 전변시켰다”며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이전에도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가지고 있음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왜 북한은 이렇게 핵에 집착하는 걸까? 도대체 언제부터 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런 북한의 태도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반핵 부르짖던 북한, 헌법에 핵보유 선언

“북한은 처음에는 반핵 입장에 섰다가, 소련과 중국의 핵실험을 보고 핵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조선통신 사이트’를 잘 읽어보면 북한의 동향을 예측하기 쉽다. 2002년 10월 제네바협정이 깨지고, 2003년 1월에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한다. 그리고 북한은 “탈퇴는 하지만 핵무기는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2003년 4월에 핵 억제력(nuclear deterrent force)을 가져야겠다는 말을 하고 다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 2013년 12월 북한은 세번째 지하 핵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발표했다. USGS에 따르면 같은 시기에 북한에서 지진파가 특정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관측됐다. ©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북한은 이라크를 보면서 핵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시작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3차례 핵실험을 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 집권 직전 3차 핵실험을 했고 4차 핵실험 카드를 여전히 쥐고 있다. 4차 핵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것이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에 그 기술이 사용된다면 북한이 미국으로 핵탄두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발표했다. 이는 핵과 경제 어느 하나도 약화하지 않고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90년도 중반 경제위기를 겪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핵•경제 병진노선’의 발표를 통해 알 수 있다.

핵억제력 확보의 조건들

“2013년 상반기를 지나며 북한은 핵보유의 영구화로 방향을 잡은 듯합니다.”

북한은 핵억제력 확보를 위해 핵능력을 강화하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국면에서 국내적, 국제적 결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우리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 억제력”이라고 주장한다. 스스로 핵억제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억제력 확보의 시작이긴 하지만, 방어적이든 공격적이든 핵억제력은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핵억제력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첫째 물리적 ‘능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상대방 공격의 예방은 물론 공격을 응징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은 핵억제력의 필요조건이다. 핵실험, 핵운반체 실험,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 등이 필요한 이유다. 북한은 이 물리적 능력을 시현하며 플루토늄 원자폭탄을 개발했고, 북한에 다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우라늄 농축을 통해 또 다른 핵무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

둘째, 핵억제력은 억제의 대상인 상대방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즉 핵능력과 공격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상대방이 수용해야 한다. 따라서 핵억제력의 인정은 갈등하는 국가들의 협력을 의미할 수 있다.

북한은 게임이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핵위협이라는 값비싼 신호를 보내, 협력을 유도하는 ‘인정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북한의 핵억제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상황은 달라졌다. 구 교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북한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한국도 사실상 북한이 핵국가임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 사회교양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이 구갑우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정교진

5.24 조치 해제는 남한에도 이롭다

’북한 핵 문제를 기회로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라는 학생 질문에 구 교수는 큰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북아에서 어느 한 국가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게 다자간 해결방식을 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를 다루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동아시아에서 다자간 틀을 만드는 것이다. 다자안보협력은 협력체 내 국가들이 권력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다자의 틀 안에서 권력을 공유하는 제도들이 만들어져 나갈 때 한국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자간 안보협력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6자 회담‘ 성사도 불투명한 상태다.

구 교수는 이어 “우선 5.24 조치를 슬기롭게 넘기는 해법이 필요하다”며 “이익 측면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이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한국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난다.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북정상회담은 많은 국내 정치 난제들을 돌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현 정부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유인이 있는 시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조준상 박인수 홍기빈 김동춘 구갑우 전중환 박상훈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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