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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효능감 높이는 비례대표제

기사승인 2015.05.13  22: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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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발언대] 이정화 기자

   
▲ 이정화 기자

스웨덴이 대표적인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당제를 보장하는 선거제도가 있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SAP)은 복지국가 실현을 목표로 하는 대표적인 정당이다. 선거를 통한 합법적 집권을 추구해 온 사회민주당은 몇 차례 집권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사회민주당의 복지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었다. 연립정부 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다당제 덕분이다.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택한다. 도가 기본단위다. 수도인 스톡홀름시 등 3개 대도시는 단일선거구다. 349명의 국회의원 정수 중 310명을 정당명부제에 의한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일정 득표율 이상만 넘으면 소수정당과 신당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다.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다당제 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뒤따른다. 독자정당만으로는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좌파정당과 중도좌파 혹은 중도보수 정당과 중도좌파가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합의사항이 수백 쪽에 이를 정도로 심도 있게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웨덴이 일관된 복지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는 승자독식체제다. 비등하게 득표해도 1등에 투표하지 않은 표는 사장(死藏)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당체제는 이미 투표 전부터 양자대결구도를 형성한다. 소수정당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이념이나 정책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양당제의 정치지형은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 ‘1등’이 아니면 ‘사표’가 되니 신당이나 무소속의 새로운 후보는 야권분열의 장본인으로 낙인 찍히거나 단일화 포섭대상으로 여겨진다. 선거에서 1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새 인물을 어떻게든 자신의 정당으로 포섭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당의 정책이나 철학으로 승부하는 대신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려는 인물 중심정치의 한 단면이다. 인물 자체에 대한 호감도나 이미지 위주로 투표하게 되는 인물중심정치에서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치효능감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시작될 수 있다. ⓒ 국회 공식 누리집

지난 2월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제도적으로 다당제를 보장한다는 데 있다. 모든 정당이 최소 조건인 득표율 3% 이상만 획득하면 자신의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사표(死票)를 걱정하지 않고 소신에 따라 투표할 수 있다. 노동자, 농민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하는 소수정당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수의 소수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독자적으로는 정부운영이 어렵게 된다. 독자정당이 과반수를 넘기 힘든 탓이다. 불가피하게 이념 지형상 다른 위치에 있는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책은 조율을 거치게 된다. 날치기 통과, 단독처리 등 양당구조에서 벌어지는 국회 파행이 다당제 안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다른 정당들과의 연립 가능성이 늘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정책조율과 합의의 과정이 매끄러워지면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등을 논의하는 폭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다.

“정치가 일상의 담론이 될 때 정치가 좋아진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의 말이다. 사회 각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정당의 국회 진출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정치효능감이 높아지게 된다. 정치 효능감이란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이다. 정치에 참여해 자신이 의도한 바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개인의 일상과 정치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정치 참여 욕구도 높아진다.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이것이 다시 건강한 정책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시작은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다당제 확립이다. 기득권을 가진 지금의 정치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이정화 기자 cool98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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