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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곡선을 탄생시킨 휴머니즘

기사승인 2015.03.19  19: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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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교양특강] 이주헌 미술평론가 주제
② 서양미술사 주요 장면 II

검은색 바탕에 회색 선이 가로와 세로로 교차하고 있다. 교차하는 지점에는 하얀색 점들이 찍혀있다. 교차점 한 곳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얀색 점들이 여기저기서 반짝반짝 깜빡이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 교차점 한 곳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얀색 점들이 여기저기서 반짝반짝 깜빡이는 것처럼 보인다. ⓒ 이주헌 강의자료

“교차하는 부분에 반짝반짝 하는 게 보입니까? 존재하지 않는 게 보이는 것일 뿐이에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환영은 존재하는 겁니다. 하나의 실체예요. 존재는 없는데 힘은 있는 겁니다. 그걸 의식할 필요가 있어요.”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우리 눈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두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미술은 각 시대마다 그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메시지 전달에 중점을 둔 중세미술

중세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메시지 전달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메시지란 ‘성경 메시지’를 의미한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거나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경 메시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세미술은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이다.

오토 3세 복음서에 나오는 ‘채색 필사본 그림’은 사실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예수가 제자들 발을 씻어주고 있는데 사람들의 뼈나 근육에 대한 묘사가 하나도 없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그림 속에서 예수의 손가락이 세 개로 그려져 있는데, 이를 근거로 신도들에게 성경의 내용과 가르침을 전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 평론가는 “손가락 세 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한다’는 뜻이거나 ‘신께서 당신에게 말씀하십니다’라는 의미”라며 “주로 예수라든지 교황, 가브리엘 천사상이 이렇게(손가락 세 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 사실성보다 메세지를 중시한 '채색 필사본 그림'에는 사람들의 뼈나 근육에 대한 묘사가 없다. ⓒ 이주헌 강의자료

메시지와 관련 없는 부분은 장식적으로 처리한 것도 중세미술의 특징이다. 오노레 화가가 그린 <필립 르 벨의 기도서 중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을 받는 다윗’과 ‘다윗과 골리앗’>은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사무엘, 골리앗, 다윗 등의 이름을 그림에 직접 써놓아 정확한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두었지만, 배경은 사실적인 공간과 전혀 관계없다. 이 평론가는 이 작품을 ’일종의 만화’라고 빗댔다. 그는 “만화와 중세미술에 공통점이 있다면, 사실성과 관련한 많은 부분은 생략하고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적으로 모방하는 전통에서 벗어나게 되면 표현의 자유가 굉장히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중세 말로 넘어가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메시지 전달을 중시하면서도 사실성이 두드러지는데, 그 전조가 된 위대한 화가가 바로 이탈리아 화가 조토다. 조토가 그린 <애도>라는 작품을 보면, 예수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사도 요한이 손을 뒤로 제치면서 달려 나오는 모습도 역동적이다. 이 평론가는 “배경이 산언덕으로 보이는데 정작 산에 풀이 보이지 않는 등 표현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그림자와 입체감을 넣어 사실성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르네상스, 고대미술의 부활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오면서 고전이 부흥하고 고대미술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고전의 부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조형들은 미켈란젤로의 <모세>, 만테냐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도나텔로의 <다비드> 등이 있다. 특히 <다비드>는 고대 이래 처음으로 사람과 같은 크기로 제작된 누드 입상(立像)이다. 물론 중세 때도 누드 조각상들이 있긴 했지만, 한 단면이 아니라 물체 전부를 조각해 독립적으로 인체를 표현한 것은 도나텔로의 <다비드> 상이 처음이다.

   
▲ 한 단면이 아니라 물체 전부를 조각해 인체를 표현한 것은 <다비드> 상이 최초이다. ⓒ 이주헌 강의자료

“다비드 조각을 보면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조각처럼 아주 사실감 있으면서도 굉장히 아름답게 표현돼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성경 이야기를 그려도 중세미술과 달리 매우 사실적이고 역동감 넘치는 표현들이 나오게 됩니다. 만화적인 표현은 다 사라지게 됐죠.”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신화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다. 이 평론가는 “기독교 주제만을 표현해야 했던 중세와 달리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 고전이 부활하고, 고대 미술에 대한 동경과 관심이 생기면서 신화에 대한 주제가 관심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르네상스 화가 가운데 신화를 주제로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화가는 폴라이월로이고, 그 다음이 보티첼리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 비너스를 그린 작품이다.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 역시 신화를 소재로 은하수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해 그렸다.

   
▲ 르네상스 시대에는 신화를 소재로한 작품이 많다. <비너스의 탄생>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 비너스를 그린 작품이다. ⓒ 이주헌 강의자료

“제우스가 아내 헤라 몰래 인간인 알크메네와 사랑을 나누고 아들 헤라클래스를 낳았어요. 질투의 화신인 헤라의 복수를 두려워한 알크메네는 헤라클래스를 내다버렸지만, 아들을 굶어 죽게 할 수 없었던 제우스는 아기를 안고 헤라가 잠들어 있는 침실로 들어갑니다. 아기는 헤라의 젖을 물었는데 너무 세게 물어 헤라가 잠에서 깨어나고, 이에 다급해진 제우스가 억지로 아기를 떼어놓는 순간 헤라의 젖이 분수처럼 솟아 올라 은하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대미술 부활의 근원, 휴머니즘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신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신화 속에 휴머니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평론가는 “휴머니즘은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라면서 “휴머니즘을 통해 디자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크리스 뱅글”이라고 소개했다. 크리스 뱅글은 직선 위주의 비엠더블유(BMW) 자동차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장본인이다. BMW 7시리즈는 그가 디자인한 자동차다.

   
▲ 이 평론가는 크리스 뱅글의 ‘인문정신’이 곡선 위주의 BMW를 디자인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 이주헌 강의자료

당시 마니아층에게 혹평을 받았으나 대중들은 크게 호응했다. 이후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벤츠, 포드, 아우디도 잇따라 곡선 위주 자동차를 디자인하게 된다. 이 평론가는 크리스 뱅글의 ‘인문정신’이 남다른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고 자동차를 표현하면 그런 차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상스 정신이기도 했던 휴머니즘은 현대에 부흥하며 자동차 디자인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양미술을 이해하는 창(窓), 원근법

르네상스 시기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원근법이다. 원근법은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창안했다. 원근법을 적용한 대표적인 작품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다. 수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모여 있지만 그림은 통일된 느낌이 든다. 이 평론가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에 모든 선들이 모여 소실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실점은 수평선 상의 단 한 점에서 모두 만나게 되는 점을 의미한다.

   
▲ <아테네 학당>은 원근법을 적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원근법에는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가 나타나있다. ⓒ 이주헌 강의자료

이 평론가는 ‘원근법과 개인의 관계’에 따라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1인칭 시점을 가진 서양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지만, 3인칭 시점을 지닌 동양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자기에게 투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양미술 중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금강전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가 작품에 ‘인사이더’가 되는 것이 아니고,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이야기다.

반면 서양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주체가 ‘인사이더’가 돼서 자신이 보는 특별한 단면에 집중한다. 그 때문에 서양 미술은 개인주의적 태도와 개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1인칭 시점인 투시원근법이 발달한 배경 역시 개인주의 문화 덕분이라는 것이 이 평론가의 논지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개인주의 발달을 잘 나타내는 것이 초상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그토록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로 “개인을 개성적인 존재로 생생히 묘사했다”는 점을 꼽았다. 해부학자이기도 했던 다빈치가 웃을 때 근육의 움직임을 잘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라파엘로가 그린 <라포르나리나> 작품 역시 본인이 사랑했던 여인을 세미누드 모델로 세워 그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티치아노의 <수염 난 남자의 초상> 작품은 위압적이면서도 권위적인 듯한 표정묘사가 매우 디테일하다. 이 평론가는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 아주 생생하게 표정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고유한 개인의 삶에 대한 여정까지도 우리가 느낄 수 있을 만큼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네상스 이후에도 개인의 특징을 섬세하고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작업은 계속됐다.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 소녀>와 게르스틀의 <웃는 자화상>이 대표적이다. <진주귀고리 소녀>는 소녀가 입을 살짝 벌리고 몸을 약간 튼 채 시선은 관객을 향하고 있다. 설렘이 느껴지기도 하고 슬픔을 간직한 것 같기도 한 소녀의 복잡한 심리가 잘 담겨있다. 이 평론가는 “동양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표정을 잘 표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르네상스 이후에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정도로 발달했다”면서 “이 모든 것은 개인의 발견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근대의 위대한 문명사적 발전은 개인주의가 발달한 곳에서 천재들이 창조해 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대의 개인주의 발달, 미술에서 보는 개성적인 표현들과 더불어 서양 문물의 토대는 개인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죠.”

1인칭 시점이 개인주의 문화 발달로 이어져 르네상스 시대의 한 축을 이뤘지만, “관점은 어디까지나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평론가의 설명이다. “원근법이라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표현법이긴 하지만 ‘나’를 중심으로 한 표현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3인칭 시점을 지닌 동양인들은 우주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역원근법’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역원근법이란 그림은 앞으로 볼 때 작고, 뒤로 갈수록 커진다는 의미다.

천재미술가들의 대두

르네상스 시대에는 개인주의적 가치가 발달하면서 개인의 천재성이 더욱 부각됐다. 다빈치와 타치아노는 사회적 출세를 누리게 된다. 학문은 누구나 습득할 수 있고 학문이론을 따르면 대부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예술은 인격에 따라서 무엇을 그리든 제각각 다른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술은 고유한 인격의 산물이며, 이론이나 규범을 넘어서 오히려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예술가의 지위는 높아졌다.

예술가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작품뿐 아니라 구상단계인 스케치를 수집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완성된 유화나 프레스코화는 여러 수정작업을 거치면서 처음에 작품을 구상한 화가의 생각이 많이 옅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세 화가들도 스케치를 많이 남겼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에 반해 르네상스 때부터는 스케치가 계속 수집됐다.

   
▲ 미켈란젤로의 <도니 마돈나를 위한 드로잉>. 예술가들의 천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품뿐만 아니라 구상단계인 스케치를 수집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 이주헌 강의자료

매너리즘, 르네상스의 아성을 깨기 위한 발버둥

‘매너리즘’이라는 말은 ‘다른 미술가들이 보고 따를 만한 방식’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틀에 박힌 방식이나 태도에 젖어 그것을 반복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후퇴했다. 미술사에서는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이 평론가는 매너리즘이란 “내용보다 양식에 치중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양식에 치중하다 보면 남과 차이를 두려고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뒤틀기’ ‘튀기’ 혹은 교묘하게 ‘따라 하기’가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로소 피오렌티노의 <예드로의 딸들을 지켜주는 모세>는 모세가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평론가는 “근육이 발달된 인체를 주로 표현하는 미켈란젤로를 ‘따라 하고’ 있다”며 “다만 미켈란젤로보다 못하다 보니 여기저기 엉성하고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모세의 근육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보니 마치 싸움꾼처럼 묘사했다는 것이다.

   
▲ 로소 피오렌티노는 <예드로의 딸들을 지켜주는 모세>에서 근육이 발달된 인체를 주로 표현하는 미켈란젤로를 모방하려고 했다. ⓒ 이주헌 강의자료

파르미자니노는 ‘뒤틀기’를 구사한 화가다. 그의 작품 <목이 긴 성모>를 보면 성모뿐 아니라 아기 목도 길게 묘사돼 있다. 이 평론가는 “파르미자니노의 특징은 목이나 팔, 다리를 굉장히 길게 그린다는 것”이라며 “뒤틀어서 튀는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브론지노의 <미와 사랑의 알레고리> 작품도 색깔을 굉장히 화사하게 하고, 본인이 아는 고전에 대한 지식을 잔뜩 집어넣어 ‘튀게’ 그렸다.

“서태지가 나오면 그 뒤로 그를 따라 하려는 그룹들이 생기잖아요. 그게 매너리스트인 거죠.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와 같은 화가들은 중세시대 화가들을 극복했어요. 그렇게 위대한 성취를 한 선배를 또 극복하려고 하니까 쉽지 않았던 거죠. 물론 추상화를 하면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 이 시대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전체적으로 튀게 하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이 평론가는 현대 매너리즘 미술의 예로 ‘진저백’을 들었다. 그는 ‘진저백’을 “‘따라 하기’의 절정”이라고 표현했다. 진저백은 에르메스 가방사진을 천 가방에 그대로 프린트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진짜 에르메스 가방 같지만 사실은 천 가방이다. 자기 나름대로 개성을 살려 모방한 가방이다. 진짜 에르메스 가방이 아닌데도 가격은 20~30만원에 이르며 인기도 매우 높다.

‘욕망의 소비’는 ‘비전의 소비’

17세기 초에서 18세기 초에 해당하는 바로크 미술의 특징은 ‘영광과 비전, 그리고 드라마’다. 안드레아 포초가 그린 <성 이그나티우스의 승리>는 ‘종교의 영광’을 표현했다. 세상을 떠나 신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찬란하고도 영광스럽게 그렸다. 이 평론가는 “17세기는 절대주의 왕정이 성립되고 중상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바로크 미술은 ’권력의 영광’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루벤스가 그린 <마리 드 메디시스의 마르세유 상륙 17세기>는 “권력의 영광을 드라마틱하게 찬양”해주는 작품이다. 프랑스로 시집온 앙리4세의 부인이 되는 마리가 결혼식을 하러 온 건데 이 자체를 마치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처럼 묘사했다.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환상>과 티에폴로가 그린 <성 아가타의 순교>는 영광의 비전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성인의 모습을 표현한 <성 테레사의 환상>은 옷이 굽이굽이 치는 이미지,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성 아가타의 순교>는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순교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평론가는 “바로크 교회미술에는 비전의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 바로크 미술의 특징은 ‘영광과 비전, 그리고 드라마’다. <성 아가타의 순교>는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순교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 이주헌 강의자료

“욕망의 소비는 결국 ‘비전의 소비’입니다. 비전의 소비와 관련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는 유럽의 기독교 교회입니다. 특히 바로크 교회 미술은 신자들에게 비전을 줌으로써 신앙을 고무했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없던 시절에 영광스러운 교회를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 받겠습니까? 미술이 사람들에게 영광의 비전을 심어주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거죠.”

바로크 미술은 드라마틱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 평론가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시대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나타난 시기가 17세기”라고 말했다. 카라바조가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은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잘 나타난 작품이다. 젠틸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한 바로크 시대의 ‘드라마’이다. 이 평론가는 “극장이나 무대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하며,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통해 권력의 자기 욕망을 드러내고,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홍세화 정준희 정혜윤 이성규 한홍구 이창식 이주헌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유선희 정성수 조은혜 기자 un2ru2r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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