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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은 왜 K-팝만 한 한류가 못 됐나

기사승인 2015.02.28  22: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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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교양특강] 이창식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주제 ② 아리랑의 미학과 한류의 가능성

“K-드라마, K-시네마, K-팝… 한류, 엄청나죠. 문제는 아직까지 한국적인 걸 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 열광하는 외국인이 늘고 관광수요가 급증한 데는 한류 콘텐츠의 힘이 컸다. 일본과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한류는 한국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이창식 교수는 한류 콘텐츠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는 데 의미를 두면서도 “정작 ‘한국적인 것’을 담은 한류 콘텐츠가 아직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이 교수가 제시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아리랑이다. 그는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촌스러운 아리랑이야말로 한류 킬러 콘텐츠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恨)과 신명을 함께 드러낼 수 있는 노래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함께 이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소홀했다”며 “문화적 민족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문화적 민족주의란 단순히 자기 만족적이고 우월주의적인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래된 지혜’가 녹아있는 문화를 통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민족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영토분쟁, 중국의 동북공정처럼 폐쇄적인 민족주의나 개인에게 상처를 주는 민족주의가 아닌 ‘창조적 민족주의’가 필요하다”며 “백범 김구도 <백범일지>에서 문화적 강국주의와 문화적 민족주의를 핵심으로 강조했다”고 말했다.

   
▲ 세명대 이창식 교수가 '아리랑의 미학과 한류의 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강명연

“아리랑은 한(恨)의 소리지만 때로는 놀이판에서 신명의 소리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아리랑은 세계인의 영혼을 흔들 만한 미학성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문화적•창조적 민족주의의 시작점은 아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무형문화유산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그것이 곧 민족의 브랜드와 캐릭터가 되고 미래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며 “민족의 삶과 늘 함께하면서 아픔, 환희, 지혜, 역사 등을 총체적으로 담은 아리랑이 눈에 보이는 유형의 유산보다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다양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정선·진도·밀양·영월·평창아리랑을 비롯해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포들의 아리랑까지 지역별로 다양한 아리랑이 존재한다. 음악·무용·패션 등 다양한 장르가 맞물린 형태의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이 교수는 “아리랑은 일종의 통합장르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다”며 “가장 한국적이지만 디자인이나 영화·음악 등으로 다양하게 녹아들 수 있는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가 정한 ‘아리랑 상’이 사라진 이유

그러나 한국에서 아리랑은 제대로 된 평가도, 관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내부에서는 평가과정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한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아리랑 상’이 폐지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리랑 상’은 유네스코가 가치 있는 세계 문화유산을 전승하기 위해 지원하는 제도로 소멸 위기에 있는 세계 각국의 구전 또는 무형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한 단체에 주는 상이었다.

   
▲ 제천 구비문학대계 아리랑 구연현장. ⓒ 이창식 교수 강의자료

‘아리랑 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리랑의 자생력과 생명력을 표본으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아리랑이 가치 있는 세계 무형문화유산의 상징어로 인정받은 셈이었다. 이 교수는 “아리랑이 무형문화유산을 상징하는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었는데 정부의 관리 소홀로 사라졌다”며 “큰 기회를 놓쳤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승·보존 노력도 부족하다. 아리랑 보존단체가 지역별로 여러 개 있지만 축제나 공연 등을 통해 아리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대중화·통속화한 아리랑이 아닌 ‘생활 속 아리랑’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에서 나물을 뜯으며, 물레방아를 돌리며 아리랑을 부르던 모습은 다 사라졌습니다. 상업화, 대중화한 아리랑만 남아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요. 생명력 있는 아리랑을 진정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화유산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도 언론의 임무

이 교수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활 속 아리랑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네스코 문화유산도 생명력 있는 문화유산을 위해 지정하는 것”이라며 “아리랑을 킬러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관리와 전승·보존에 힘쓰는 한편으로 아리랑을 어떻게 미래 콘텐츠화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수원형을 보존하되 끊임없이 살아 숨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어떤 문화든 그 주체가 제일 중요하다”며 “지역 사람들이 아리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축제·공연 등 어떤 형태가 되든 아리랑을 즐기는 주체가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주체를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그 문화가 생명체로 유지될 수 있다”며 ‘문화 환원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2011년 제주에서 열린 '아리랑파티' 공연 모습. ⓒ 이창식교수 강의자료

한편 혁고정신(革故鼎新)과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혁고정신이란 오래된 것과 현재의 것이 만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그는 삼국지를 주제로 패키지 여행상품을 개발한 중국 사례를 소개하며 “창작문화도 결국 아리랑 같은 기존 전통문화유산과 연결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학자들 못지않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에게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의 시각과 창조적 담론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아리랑 같은 문화를 킬러 콘텐츠로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아리랑은 빙산의 일각일 만큼 알면 알수록 우리 문화는 새롭고 무궁무진합니다. 그 속에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건 블루오션이죠. 여러분이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언론인이 된다면 ‘문화적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기사를 쓸 수 있을 겁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홍세화 정준희 정혜윤 이성규 한홍구 이창식 이주헌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장환순 김연지 기자 janghs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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