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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김홍도를 현감으로 보낸 이유

기사승인 2015.02.26  23: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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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교양특강] 이창식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주제 ① 한국전통문화와 가치창조

영화 <아바타> 감독 제임스 캐머런, 현대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전시킨 <반지의 제왕> 작가 존 로널드 톨킨, ‘인상 프로젝트’로 중국의 낙후된 지역문화를 되살린 영화감독 장예모. 이들은 지역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관념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냈다. 세계화 시대에 가장 한국적인 것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장예모 감독, 지역문화를 세계화하다

특히 ‘인상 프로젝트‘는 무대 연출에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전문 연기자가 아닌 현지 주민들이 배우로 등장해 지역 이야기로 공연을 한다. 3500석 규모 공연장에서 매일 열리는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인문교양특강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가치창조’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이창식 교수는 현대사회를 ‘감성문화 시대’라고 정의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장예모 감독은 ‘인상 프로젝트’에서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만 담은 것이 아니라 지역의 감성을 담아내 지역문화의 세계화를 이뤘습니다. 슈퍼 장르를 창조한 융합지식인이라 할 수 있죠.”

한국이 IT산업으로 10년간 200조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동안 <반지의 제왕>은 300조원을 벌어들였다. 한 콘텐츠가 한 산업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증거이다. 이 교수는 “팩트와 융합적 감성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신문•방송의 가치가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그 기반에는 인문학적 성찰과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 장예모 감독은 ‘인상 프로젝트’에서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만 담은 것이 아니라 지역의 감성을 담아냈다. ⓒ guilinholiday

자연경관 빼어난데 관광객은 적은 제천

“제천은 충청도에 속하지만 말씨는 강원도 사투리에 가깝습니다. 삼국시대부터 국경을 마주하는 경합지역이었기에 이곳저곳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입니다.”

충청•강원•경상도의 산악이 뭉친 곳에 제천이 자리하고 있다. 산세가 워낙 험하다 보니 삼국시대 각국이 굳이 성벽을 쌓지 않고도 지형을 살려 요새로 사용할 정도였다. 격동의 역사가 잠든 오늘, 삼국의 병사들이 행군하던 비탈길은 ‘자드락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트레킹코스로 이용된다. 남한강 물줄기가 설악•월악•용두 산자락을 굽이도는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린다. 이 교수는 제천이 ‘단양팔경’,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데도 관광객이 적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역문화 발굴에 소홀한 탓이다.

“침체된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면 고유의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지역문화를 발굴해서 콘텐츠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죠. 지역학에 바로 ‘가치창조’의 힘이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되는 제천의 유구한 역사는 문화상품으로 활용할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제천은 고대에 고구려와 신라가 경합하던 무대로, 주인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던 고을이다. 태백산맥을 넘어 한강 이남에 진출하려던 고구려도, 한강 이북을 차지하려던 신라와 백제도 제천에서 창검을 겨눴다. 이 교수는 “자드락길도 역사 속 이야기를 녹여내면 관광객들이 큰 호응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문화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읽어내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역사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재창조해내는 과정이 있어야 지역문화가 생기를 찾는다는 것이다.

“정조는 제천과 단양을 아우른 단양팔경이 간절히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원 김홍도를 영풍 현감으로 임명하고 제천과 단양을 유람한 뒤 산수화를 그려 바치라고 했지요.”

조선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김홍도가 그린 제천•단양의 풍광은 세계 무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제천시는 보물 같은 문화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림 속 아름다운 물줄기를 따라서 뱃놀이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우리 고장을 즐길 것”이라며 “관광과 예술을 결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홍도의 <옥순봉도>. 김홍도가 그린 제천•단양의 풍광은 세계 무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 이창식 교수 강의자료

시•서•화의 고장으로 남은 제천의 자연이지만…

“의림지에선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요. 저수지라는 실용적인 시설을 수려한 자연환경과 어울리게 만들었거든요.”

이 교수는 제천의 또 다른 ‘삼국 테마관광’으로 제천 의림지를 제시했다. 의림지는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꼽힌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관개시설이 지금까지 활용되는 것도 놀랍지만, 주변 산과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다워 1500여년이나 ‘농업과 관광’이라는 두 기능을 모두 수행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

“‘풍류객’이라는 단어는 조선 후기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중인들이 속세를 떠나 자연과 음악•시•그림을 향유한 것에서 유래합니다. 선조들은 일찍이 관광과 예술을 결합하는 ‘가치창조’를 시도한 셈입니다.”

이 교수는 의림지를 소재로 한 ‘풍류작품’ 중 시와 그림 여럿이 함께 담긴 서화첩 「사군강산삼선수석」 한 페이지를 보여줬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이 서화첩은 1802~1803년 청풍 지사였던 안숙이 청풍과 제천 등 4군의 명승을 유람하면서 읊은 시와 화가 이방운의 그림이 합쳐진 서화첩이다. 조선 문인예술의 진수인 ‘시서화’가 총동원될 만큼 의림지의 경관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 서화첩 「사군강산삼선수석」 에 담긴 이방운의 <의림지>. 조선 문인예술의 진수인 ‘시서화’가 총동원될 만큼 의림지의 경관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 이창식 교수 강의자료

‘오래된 지혜’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파리에서는 에펠탑 그림을 새긴 팬티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에요. 다보탑도 의류에 새겨보자고 제안했지만 불경하다며 불교계가 거부했어요. 문화를 잘 모르는 탓입니다.”

이 교수는 지역문화를 상품화해 주민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 개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화를 녹여내는 건 외설이나 문란이 아니다. 그는 “제천을 소재로 한 생생한 그림이 참 많다”며 “이렇게 좋은 문화 DNA를 제천의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 지식을 갖춘 언론인이 자연과 지역을 살립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유명한 책이 있지요. 저는 ‘오래된 지혜’라는 말로 바꿔 보겠습니다. 제천을 알리기 위해 ‘오래된 지혜’를 총동원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지역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언론인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를 발굴해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와 융합하고 소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였다.

   
▲ 이창식 교수는 “지역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언론인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 강명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홍세화 정준희 정혜윤 이성규 한홍구 이창식 이주헌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이성훈 강명연 기자 ssal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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