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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 잔재 ‘학번이 군번보다 쎄다’

기사승인 2015.02.24  14: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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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교양특강]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주제 ② 전시작전권, 그리고 군사문화

"노무현 대통령은 군 장성들을 겨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어요. 작전지휘권을 찾아오지 못하는 한국 군대 현실을 제일 명쾌하게 설명한 겁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재연기 논란에 대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 노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며 비판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도 60여년이 됐는데 여태 자주국방을 이루지 못한 한국군은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학자답게 전작권 문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전시작전권과 군사문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박동국

육군 기득권 유지 위해 전작권 환수 안 하나

전작권이 미군에 이양된 것은 이승만 정권 시절이었다. 광복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넘어갔다. 한 교수는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북한보다 전력이 약했던 남한에게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작권 환수 논의는 이승만 정권이 끝난 직후부터 계속됐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 것 외에는 성과가 없었다.

"우리 나라가 북한보다 30배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데도 우리 군이 북한을 상대로 싸우면 진다는 사람이 있어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전작권 환수 시기가 거듭 연기된 것은 한국군 장성들의 기득권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한국군 특유의 비대한 육군력 조직이 문제라면서 해외 사례를 들었다. 미국과 독일 등은 육군이 정규군의 반을 넘거나, 해군∙공군 등과 인원 편성을 균일하게 하는데, 한국 육군만은 정규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몸집을 불린 육군은 '군 권력의 중심'이 되었고 국방예산 편성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이 상황에서 전작권이 환수되면 그동안 미군에 의존하면서 취약해진 해군과 공군의 병력 충원은 불가피하게 된다. 육군으로서는 자신에게 편중됐던 국방예산을 쪼개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전작권 환수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게 한 교수의 풀이다.

헌법 제74조에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는 조항이 있다. 한 교수는 이 구절을 기반으로 대통령이 한국군을 지휘하는 국군통수권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작전지휘권은 미군이 가지고 있으니 '국군을 통수한다'는 조항이 모호해졌다. 한 교수는 "최고의 외교력은 작전지휘권 환수에서 온다면서 하루빨리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화로 군 사망자 줄었지만 ‘은밀한 폭력’은 여전

"'아닌 말로 군대 가서 참으면 윤일병 되는 거고 못 참으면 임병장 되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군대에 보내겠습니까?' 장안에 화제가 된 말이죠. 군대 갔다 온 사람들, 이런 생각 안 들었어요?"

   
▲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 되는 현실.' ⓒ SBS 화면 갈무리

한 교수는 윤일병 구타 사건과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발생을 안타까워했다. 한때 병영문화대책위원회에서 일한 그는 군 폭력이 갈수록 가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군기 확립'을 위해 불특정 다수를 구타하는 유형을 보였다면, 요즘은 한 장병만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폭력을 휘두르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폭력이 없어지는 만큼 폭언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전우를 향해 수류탄을 던진 김일병 사건은 자신을 향한 모욕적인 욕설을 참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다. 한 교수는 한 학생이 겪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 학생은 '구타 없이도 군 생활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이를테면, 소주를 콧구멍으로 들이켜게 한다든가. 입 천장을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내는 거죠."

구타 방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병들 사이에서 은밀한 구타가 이루어지다 보니 적발이 쉽지 않다. 감시의 눈길을 벗어난 폭력 사건이 증가할수록 피해자도 늘어난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비전투 인명 손실은 6만명이나 됩니다.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이 4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비정상인 수치입니다."

   
▲ 한국전쟁 이후 비전투 군 인명 손실은 6만명이 넘는다. ⓒ 한홍구

한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비전투 인명 손실은 6만 명이나 된다고 했다. 휴전 이후 전쟁을 하지 않고도 매년 1천여 명 군인이 죽은 것이다. 이라크전쟁 미군 사망자수는 대략 4500명으로 연평균 희생자가 900명 정도인데, 한국군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이보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한국전쟁 이후 군인 사망자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베트남 파병기를 제외하고 박정희 시대였다. 군사 독재 시절 연평균 1400명이 군대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는 민주화를 겪으면서 크게 줄어들었다. 전두환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1988년부터 10년간 연평균 사망자는 386명으로 급감했다. 민주정권 시기에는 평균 170여명으로 더 내려갔다. 군사 독재의 성역이었던 군대가 민주화 이후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망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대학가 ‘신입생 군기잡기’는 군대에서 온 악습

군대에서 나온 폐해들은 '까라면 까'라는 상명하복의 군대문화에서 비롯된다. 한 교수는 군대의 '비효율 노동 구조'를 지적하며 "군대는 포클레인으로 2시간이면 끝낼 일을 일개 중대를 동원해서 이틀간 하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무기는 갈수록 첨단화되는데, 군 인력체계는 195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 삼성 신입사원들이 매스게임인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아래). 집단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한 북한의 모습과 닮았다(위). ⓒ 동영상 갈무리

문제는 이런 군대문화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군기 잡는다'는 구실로 '신입생 단체기합'이 이루어진다. 상급학생이 “학번은 군번보다 쎄다”는 말로 신입생들을 위협하곤 한다. 초중고생들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보내는 해병대캠프 등도 군사문화의 잔재다. 이런 폐해는 기업에도 남아있다. 지금은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 카드섹션'은 국내 신입사원들이 회장과 사장들에게 단합과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한 자리가 됐다. 전두환 정권 이후 없어진 인습이 기업에서는 유지돼온 것이다.

군 문화 개선, 사병 월급 인상, 정치적 중립 우선돼야

한 교수는 ‘사병 월급 인상’으로 군복무에 따른 불이익을 다소 해소하고, 군대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군인들이 받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선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용돈 수준으로만 매달 지급하고 나머지는 저축형으로 전역할 때 지급해서 대학등록금 등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재원 마련은 "국민들이 나라 지키는 군인들에게 1년에 한 번 설렁탕 사주는 값"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상병 기준 봉급 13만4600원을 시급으로 따지면 640원 정도다. 최저임금의 8분의 1 수준이다.

한 교수는 군인의 정치적 중립도 강조했다. 헌법에는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가 명시돼 있지만 과거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부터 최근 군의 사이버 댓글 사건까지 정치개입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군대 등 국가기구를 동원해 정치 개입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홍세화 정준희 정혜윤 이성규 한홍구 이창식 이주헌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박동국 김다솜 기자 uniqued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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