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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넘보는 버즈피드의 전략

기사승인 2015.02.07  2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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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교양특강]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주제 ② 현실로 다가온 종이신문의 종말

80년 전통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012년 종이잡지를 폐간했다. <뉴스위크> 폐간은 디지털 시대에 올드미디어가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으려는 기성 언론의 움직임은 치열하다.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는 혁신보고서에서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 데는 앞서왔지만, 그 기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 보고서는 <뉴욕타임스>의 경쟁자를 기성언론이 아닌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로 설정했다. <버즈피드>는 독자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다. 2006년 창간해 급격히 성장했다. <뉴욕타임스>와 <버즈피드>의 대결은 대표적인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한판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대결을 1800년대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버즈피드>는 독자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기사들을 선보인다. 월 순방문자수는 1억5천만명을 넘어섰다. ⓒ <버즈피드> 홈페이지.

기술 혁신으로 등장한 페니신문

1800년대 초 미국 언론의 주 형태는 뉴스레터였다. 1~2쪽 지면에 정치 사건들을 다룬 매체로, 주요 타깃은 정치인이었다. 운영 자금도 정치 후원금에 주로 의존했다. 뉴스레터가 후원금을 비즈니스 모델로 한 것은 인쇄기술 때문이었다. 당시 인쇄기술로는 뉴스레터를 하루 300부 이상 발행하기 어려웠다. 대량으로 찍어낼 수 없으니 뉴스레터 값이 비쌌고, 당시 엘리트 계층이던 정치인을 대상으로 발간했던 것이다.

나폴레옹 전쟁이 발발하면서 언론 지형이 변한다. 전황을 알기 위해 뉴스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신문사들은 많은 부수를 찍어낼 수 있는 인쇄기술을 찾았다. 1814년 케니히의 인쇄기가 발명된다. 이전까지 인쇄기는 활자와 종이를 평면에 놓고 눌러 찍는 방식이었다. 수동으로 일일이 찍어내는 것이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구성도 좋지 못했다. 반면 케니히 인쇄기는 윤전기와 비슷한 형태로, 활자와 압통 사이에 종이를 넣어 인쇄하는 방식이었다.

   
▲ 서민을 대상으로 발행한 종이신문은 1센트만 받고 팔아 '페니(penny)신문'이라 불렸다. ⓒ 니먼저널리즘연구소.

“케니히 인쇄기로 짧은 시간 안에 신문의 대량생산이 가능했습니다. 대량생산되면서 신문 가격이 저렴해졌죠. 미국에는 1페니면 살 수 있다고 해서 ‘페니신문’이라고 불리는 신문들이 등장했습니다.”

페니신문은 여러 가지로 뉴스레터와 구분됐다. 아침이 아니라 저녁에 나왔다.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노동자를 주 타깃으로 했다. 보도하는 내용도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범죄 같은 사건사고가 많았다. 운영비도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로 마련했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신문시장도 커져갔다. 페니신문은 뉴스레터를 대체해갔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뉴미디어가 생겨 올드미디어를 대체한 것과 같다. 더 많이 팔고 더 많은 광고 수입을 얻기 위해, 신문들은 점점 정치적 색깔을 벗기 시작했다. 정치적 반대자들에게도 신문을 팔기 위해서였다. 저널리즘의 방향도 의견(Opinion)에서 사실(Fact) 중심으로 옮겨갔다.

인터넷 인기 기사를 부각시키는 <버즈피드>

“뉴스레터와 페니신문의 구도는 지금 <뉴욕타임스>와 <버즈피드>의 대결 구도와 비슷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엘리트들이 보는 신문을 지향합니다. <버즈피드>는 다릅니다. 읽고 싶은 것들을, 대중에게 말랑말랑하고 자극적인 것들을 쏟아내죠.”

<버즈피드>는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추려내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고 있는 뉴스를 ‘리스트 업’ 하는 것이다. <버즈피드>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콘텐츠도 ‘리스티클’(Listicle)이다. 이는 ‘리스트’(List)와 ‘아티클’(Article)의 합성어로, ‘가장 ○○한 몇 가지’ 같은 기사를 말한다.

‘리스티클’은 네이티브 광고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게 도요타 자동차 사례다. 2012년 도요타는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 ‘프리우스C’ 홍보를 <버즈피드>에 의뢰한다. <버즈피드>는 ‘하이브리드’라는 키워드에 착안해 ‘20가지 가장 멋진 잡종(Hybrid) 동물’이라는 ‘리스티클’을 내보낸다. 기사에 ‘프리우스’는 안 나온다. 다만 도요타는 기사 상단에 자신들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가 노출되면서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렸다.

   
▲ 디지털 시대에 <뉴욕타임스>와 <버즈피드> 대결 구도의 승자를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로는 <버즈피드>가 우세하다. ⓒ 구글 이미지.

“<버즈피드>의 핵심은 데이터 분석입니다. 이용자들은 어떤 기사의 광고는 클릭하지 않고, 어떤 기사는 클릭을 하더라, 이걸 분석합니다. 이걸 바탕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냅니다. 독자들 구미에 맞는 기사작성법까지 따로 있어요. 이걸로 트래픽을 엄청나게 끌어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우스울 정도로요.”

<버즈피드>는 페니신문이 범죄보도로 부수를 확장한 것과 비슷한, 수용자 확대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콘텐츠 유료화를 전략으로 삼았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페이월, 곧 독자들이 돈 내고 기사를 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섹션별로 유료기사를 서비스하는 다양한 앱들을 출시했다.

<뉴욕타임스> 유료화 전략의 한계

유료화 전략은 처음에 성공적인 듯했다. 매출이 반등하면서 올드미디어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페이월 구독자는 지난해 초 80만명을 정점으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전체 매출은 2009년도부터 계속 떨어졌다. ‘Snowfall'로 대표되는 인터랙티브 기사에도 집중투자 했지만 장기적인 매출 상승 효과는 없었다.

급기야 지난 10월 <뉴욕타임스>는 본지 미디어면에 기자 100명 해고 사실을 알렸다. 오프라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처였다. 해고 기사를 보도하면서 유료 앱 중 하나인 ‘NYT 오피니언’도 서비스를 종료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전략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전환에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는데도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1800년대를 본다면 <버즈피드>가 승리하겠죠.”

<버즈피드>의 현재 광고매출은 1억1천만달러 정도다. 6억6천만달러 정도인 <뉴욕타임스>의 6분의 1 수준이다. 추세로 본다면 머지않아 <버즈피드>의 매출액은 <뉴욕타임스>를 앞지를 것으로 추정된다, 페니신문이 뉴스레터를 대체해갔던 것처럼.

위기의 한국 언론, 혁신에도 굼떠

한국의 올드미디어도 사정은 좋지 않다. 인터넷 매체를 빼면 모든 언론사의 광고매출은 하락세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정이 열악한데도 국내 언론사들은 이렇다 할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언론들이 하는 게 뭔가요? 어뷰징만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5분전, 20분전, 한 시간 전, 같은 뉴스를 계속 생산합니다. 뉴스스탠드를 보면 자극적인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왜 우리 언론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나?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언론사들이 만들어내야 될 혁신과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전망들,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그림들을 그려볼 시간이 왔다고 봅니다."

 

   
▲ 이성규 랩장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언론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용훈.

이 랩장은 <뉴욕타임스> 얘기를 다시 꺼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타임스 머신’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기네가 처음 발간했던 신문을 디지털로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없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가 유일하다.

기사 재미 없으면 환불

또한 <뉴욕타임스>는 최근 독일의 신문그룹 악셀슈프링거와 네덜란드의 ‘브렌들’ 이라는 회사에 공동투자했다. 브렌들은 네덜란드 기자 2명이 만든 ‘스타트-업’인데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사를 대신 팔아준다. 수익은 언론사와 7:3으로 나눈다. 브렌들의 특징은 환불이 쉽다는 것이다.

독자는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 결제하게 된다. 기사를 읽고 재미가 없으면 바로 환불할 수 있다. 대신 왜 환불하는지 이유를 적음으로써, 언론사는 자신들의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디지털 쪽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한국 언론은 너무 순진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구글에서도 모바일뉴스 앱이 출시되고, 다음카카오에서도 뉴스 서비스를 실행합니다. 한국언론은 더 어려워질 겁니다.”

기자도 협업해야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한국언론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그는 수강생들에게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기법들을 만들어내고, 뉴스를 전달하고, 새로운 뉴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테크놀로지 전환에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미디어의 사회적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디지털에 열려 있는 인재가 수혈되어야 기성언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있는 기자들이 디지털 전환을 역동적으로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버즈피드>의 핵심은 데이터 분석입니다. 기자도 다른 직군 사람들과 협업해야 잘 살아남을 수 있는데, 기자들 정말 협업 못합니다. 여러분은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역량과, 엔지니어·디자이너와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면 좋겠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홍세화 정준희 정혜윤 이성규 한홍구 이창식 이주헌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조용훈 조한빛 기자 smile-yh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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