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되지 않는 장애인 이동권 ③ 이런 대책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이용률이 높다고 장애인전용 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에만 집중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대중’ 안에는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시외·고속·농어촌·마을버스 등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합니다.”

충북 청주의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책팀 성수현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대중교통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버스가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버스이기도 하므로, 수명이 다해 교체하는 차(대폐차) 대부분을 저상버스로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들은 또 마을버스, 고속버스, 시외버스, 공항버스 등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하도록 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시내버스 외에 저상버스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일본 영국 등 일부 선진국은 모든 버스 저상화 추진

▲ 일본 교토의 저상버스. 일본은 지난 2000년 제정한 ‘교통 배리어프리법’에 따라 지난 14년 간 중소 저상버스를 개발하는 등 장애인 이동편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Kim Daniel Arthur

선진국의 경우 모든 버스의 저상화를 추진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일본의 경우 2000년에 ‘교통 배리어프리법’이라고 불리는 ‘고령자, 신체장애자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 원활화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철도, 버스, 여객선, 공항 등의 여객시설을 대상으로 ‘무장애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저상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지역에는 중소 저상버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 산하의 장애인교통자문위원회 권고에 따라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한 개선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 기준 런던에서 운행 중인 버스 중 2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저상버스로 운행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2종류 모두 단계적으로 100% 저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1979년 ‘대중교통수단의 장애인용 시설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택시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게 개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법에 따라 신형버스는 저상버스로 도입하거나 차체가 무릎을 낮추듯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닐링시스템(Kneeling System) 등을 갖추어야 한다. 1999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 도로가 좁거나 요철이 많은 지역도 다닐 수 있는 소형 저상버스를 보급하고 있다.

▲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모든 대중교통은 휠체어로 탑승 할 수 있어야 한다"는 EU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버스의 저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저상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출처: pixabay)

우리 정부도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중소형 저상버스를 개발·도입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교통안전복지과 곽인헌 사무관은 “농어촌과 낙후지역 교통약자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2017년까지 현행 대형 저상버스보다 차량 크기와 무게를 줄인 한국형 중형 저상버스를 개발하고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외·고속버스는 리프트라도 설치를

“시외·고속버스를 당장 저상버스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계단이 있더라도 리프트가 있으면 탈 수 있겠죠.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시외·고속·농어촌·공항·전세·마을버스 등에 당장 저상버스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일부 공감하면서도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의 경우 런던 시내와 히드로공항 사이를 운행하는 공항버스에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해 장애인들의 이동편의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단체들은 시내버스의 경우 (단계적으로) 저상버스를 100% 도입할 것, 시외 교통수단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것, (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의 도입대수를 확대하고 연계를 원활히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조직실장은 “장기적으로 저상버스는 100% 도입돼야 하고, 시외 이동버스나 농어촌 버스에 장애인이 탈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교통수단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도입비 뿐만 아니라 운영비도 지원해야 한다”며 “인접시도간 연결이 잘 되도록 광역단체에서 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4월 20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에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 ⓒ 박진우

김 실장은 “이동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현대사회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배제되고 불리함을 겪고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이들에게 집밖 세상은 장애물로 가득한 경기장과 같다. 휠체어를 타고 나선 거리에서 그들은 문턱에 걸리고 계단에 좌절하다 경기 자체를 포기하기 일쑤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며 정부가 저상버스 등 특별교통수단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살아야 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했다.(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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