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송두리 기자

▲ 송두리 기자
서점에 들르니 ‘실패 없는…’이란 제목의 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실패 없는 다이어트’, ‘실패 없는 요리비법’, ‘실패 없는 인테리어’… 게다가 ‘처음부터 실패 없는 일본어 번역’ 이란 책도 있었다. 책 제목이 믿어지지 않을뿐더러 거부감마저 들었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마저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말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왔으면서도 막상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일찍부터 학교에서 성적으로 서열화하는 데 익숙한 사회 분위기는 사람들 꿈마저 조각내고 규격화한다. 그 결과 사회 각 분야에서 창조적 일꾼으로 능력을 발휘해야 할 젊은이들은 개성을 발휘하기를 주저한다. 많은 이의 목표는 안정적인 삶에 맞춰진다. 10대에서 20대를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조사할 때마다 항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직업은 선생님과 공무원이다. 지난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역대 최고인 526:1에 이르렀다.

사회구성원의 꿈이 비슷해져 갈 때 나의 성취도는 타인의 비교대상일 뿐이다. 학창시절 같은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 성적을 비교하는 일이 성인이 돼서도 되풀이되는 꼴이다. 개인의 꿈에 따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종류는 다른 것인데도 타인보다 뒤쳐지면 낙오자라 자책하며 스스로를 옭아맨다. 실패 후 찾아오는 좌절감을 통제하지 못하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도전, 모험, 창의성 같은, 사회에 활력이 되는 단어들은 힘을 잃는다.

한때 경쟁사회에서 좌절한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사회적 움직임으로 ‘힐링’ 열풍이 불었다. 기성세대들은 ‘흔들려도 괜찮다, 다 지나가는 일이다’라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문제는 청년들이 잠깐의 위안은 받았을지언정 냉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수천 번 시행착오를 거친 에디슨은 친구들이 실수를 지적할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실패를 한 적이 없다. 다만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 원리를 그만큼 깨달았다.” 이처럼 실패는 정의하기 나름이라는 집단적인 의식 공유가 필요하다.

나는 실패 권하는 사회를 꿈꾼다. 실패를 당연시하는 사회, 오히려 인생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는 사회 말이다. 연습생 시절 자질 부족으로 퇴출당한 멤버들로 구성돼 ‘재활용그룹’이란 불린 아이돌 가수 ‘비스트’는 지금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오뚝이 정신이 한몫했다. 그러나 가수 데뷔가 불가능하다 낙인 찍힌 그들을 받아줄 기획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도 없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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