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모든 것’과 ‘투윅스’를 통해 본 여성정치인

▲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여성정치인 노민영(좌)과 <투윅스>의 여성정치인 조서희(우). ⓒ MBC, SBS 화면 갈무리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 분이신데…”

걸 그룹 걸스데이의 노래 <여자 대통령>의 가사 중 일부다. 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남의 나라일로만 여겨졌던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사실 2010년 드라마 <대물>에서 예고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시티홀>이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시작으로 드라마는 다양한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그려오고 있다.

정의롭거나 불의하거나

지난 5월 종영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여주인공 노민영(이민정 분)은 이상적인 정치인의 전형이다. 녹색정의당의 초선의원이자 당 대표인 노민영은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실천한다. 그녀는 선거 때만 시장이나 불우이웃 시설 등을 찾는 이미지 정치는 하지 않는다. 수행원도 기자도 없이 현장을 방문해 정책을 설명하고 민심을 수렴한다.

노민영은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며 뒤엉켜있는 정치인들에게 “내가 알던 민주주의는요. 이렇게 어둡고 구린 룸살롱 골방에서 니들끼리만 하시는 게 아니라요. 저기 바깥에서, 햇볕 아래서, 떳떳한 데서 국민 모두가 다 같이 하는 거거든요”라고 일갈한다. 무능과 부패에 찌든 기성 정치인과 이상적인 정치인을 극적으로 대비한 대목이다. 

▲ 노민영은 국민이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말을 대신 전달하기도 한다. ⓒ SBS 화면 갈무리

지난 9월 종영한 <투윅스>의 조서희(김혜옥 분)는 노민영과는 180도 배치되는 인물이다. 겉으로 조서희는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릴 정도로 평판이 좋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속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조폭 출신 기업인 문일석(조민기 분)과 손을 잡고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 심지어 단번에 큰돈을 벌기 위해 마약거래에까지 손을 댄다.

조서희는 법 위에 군림하는 비리 정치인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기 앞 길을 가로막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살인교사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는 박재경(김소연 분) 검사가 문일석에게 붙잡히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 버려”라고 지시한다. 검찰 조사를 받던 문일석을 빼내려고 거짓 알리바이를 꾸며내기도 한다.

그녀들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

노민영과 조서희는 정반대의 정치인 상을 보여주지만 정치에 뛰어든 동기가 ‘모성’이라는 데서 공통점을 지닌다.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 노민영과 조서희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모성애에서 비롯된다. ⓒ MBC, SBS 화면 갈무리

노민영은 정치인이었던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에 뛰어든다. 부모를 잃은 조카 송보리(전민서 분)를 위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힘든 정치인 생활을 견뎌낸다. 이모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송보리가 괴롭힘을 당하자 과감히 사퇴를 결정하는 모습은 그녀가 정치를 하는 근본 이유가 조카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보여준다.

정치인 조서희의 일그러진 삶도 아들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서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인이지만 자폐아인 아들에게만큼은 한없이 따뜻한 어머니다. 그녀가 권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쌓으려 한 이유는 자폐아 아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작은 세상을 스위스에 만들기 위해서다. 조서희에게 정치권력은 아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드라마와는 먼 여성정치인의 현실

<내 연애의 모든 것>, <투윅스> 등에서 보듯이 이제 드라마 속 여성 정치인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추세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당선된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 국회의원은 47명으로 전체의 15.7%에 불과하다. 여성 의원 비율이 2013년 국제의원연맹(IPU)에 가입된 188개국 중 89위에 그쳤다. 국회 및 시도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공천할당제’가 정당법에 도입된 이후, 16대 국회에서 5.9%에 불과하던 여성의원 비율은 17대 국회에서 13.0%로 상승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번의 선거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는 여성의원 비율은 정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조서희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여성정치인이 아니다. ⓒ MBC 화면 갈무리

단순히 여성정치인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정치 발전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보다 폭넓게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양성 평등의 가치와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하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조서희 같은 여성 정치인은 드라마 속 인물로만 남는다는 전제하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탐욕과 부패로 얼룩진 조서희 같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며,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노민영 같은 정치인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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