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024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 행동

“우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켜내고 바꿔줄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무관심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대학생기후행동 주최로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 행동’이 열렸다. ‘기후위기를 막을 마지막 국회’를 주제로 한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 90여 명은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 재난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촉구했다. 김아현(26) 대학생기후행동 전국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지구에 남은 시간 5.5년, (22대) 국회에 남은 시간 4년,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티핑포인트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국회에 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승인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위기의 티핑포인트, 즉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예측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2024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 행동’ 집회에서 김아현 대학생기후행동 전국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곽재화 기자

허울뿐인 ‘그린 캠퍼스’, 쓰레기 양산하는 택배업 비판도  

이어진 ‘나는 기후유권자입니다’ 당사자 발언에서 한지원(19) 대학생기후행동 고려대 지부장은 대학의 그린캠퍼스 사업을 비판했다. 그는 “고려대학교는 기후변화 대응 그린캠퍼스 사업의 우수 사례로 뽑혔지만,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냉난방을 제대로 틀지 않는 것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근본적이고, 큰 감축 효과를 불러올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물류노동자인 권연수(28) 씨는 “상자를 까서 물건을 두고 그렇게 둔 물건을 다시 집어서 상자에 넣고를 수없이 반복한다”며 “돈 때문에 수많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의 수많은 존재는 무력하다”고 말하고, “기후재난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한신대 노래패 보라성 등의 민중가요 공연과 개사곡 부르기 등의 순서가 이어진 뒤 북극곰 탈을 쓴 한 활동가가 투표함을 들고 등장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라고 적힌 투표용지에는 ‘기호 1.5번 기후정의 실현합시당’과 ‘기호 5.5번 기후악당’이라는 두 선택지가 있었다. 주최 측은 기호 1.5번이 기후위기 티핑포인트인 섭씨 1.5도 상승을, 기호 5.5번은 2030년까지 5.5년 남았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북극곰 분장을 한 활동가가 들고 있는 투표함에 집회 참가자들이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곽재화 기자
북극곰 분장을 한 활동가가 들고 있는 투표함에 집회 참가자들이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곽재화 기자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비판 퍼포먼스  

집회가 끝난 오후 3시 40분부터는 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국회의사당역에서 출발해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를 거쳐 서대문구의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 광장까지 걸었다. 민주당사 앞에서 대학생기후행동 황선진(26) 서울지역대표는 붉은색으로 F가 그려진 커다란 성적표를 보여주며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21대 국회의 성적은 에프(F) 학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참가자들이 분필로 길바닥에 F를 그렸다. 

서울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대학생기후행동 황선진 서울대표가 ‘21대 국회 성적표’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참가자들이 길바닥에 F를 그렸다. 박세은 기자
서울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대학생기후행동 황선진 서울대표가 ‘21대 국회 성적표’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참가자들이 길바닥에 F를 그렸다. 박세은 기자

행렬이 서강대교 부근에 도착하자 대학생기후행동 이주원(19) 경기대 지부장은 발언을 통해  “일상에서 기후위기의 징조와 기후 재난으로 피해받는 이의 소식을 여름 내내 접했다”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기후위기를 자주 겪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논의되는 것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박서영(22)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여줬고, 최근에는 비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로 개발 난립을 부추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2024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 행동’ 참가자들이 ‘대학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방안 마련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쳐 들고 서강대교를 건너고 있다. 박세은 기자
‘2024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 행동’ 참가자들이 ‘대학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방안 마련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쳐 들고 서강대교를 건너고 있다. 박세은 기자

행렬이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 도착한 후, 대학생기후행동 활동가들의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집회가 마무리됐다. 선언문은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대학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 정부예산 투입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할 것, 기후재난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백휘선(26) 씨는 집회를 마친 후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2030 청년으로서 총선을 앞두고 청년이 해야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고민해 왔다”며 “(국회의원들이) 말로만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정확한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아현 전국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청년 기후 단체들이 하나로 모여 행동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장이 없었다”며 “청년들이 기후와 관련해 어떤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구축해 보고자 한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총선 전까지 각 정당에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관한)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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