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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자라던 둔덕에 33억짜리 '잡초밭'

기사승인 2012.09.05  0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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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에 든 한반도 물] ③ 4대강 생태공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휘돌아나가던 실개천도, 농부가 삽을 씻던 저문 강도 이제 옛 시구로만 남게 되는 건가? 청계천에서 시작된 삽질은 4대강을 온통 파헤쳐놓더니 ‘지천(支川)정비’라는 미명으로 전국의 개천들을 콘크리트로 싸바르고 있다. 굽이굽이 흘러가며 온갖 생명을 키우는 게 하천의 역할이고 본모습이건만 ‘직강(直江)공사’라는 이름 아래 여울과 둔치를 없애는가 하면, 보를 건설해 물길을 막고 물과 친해질 것 같지 않은 ‘친수시설’을 마구 건설해 하천을 괴롭힌다. 녹조 현상은 하천을 못살게 구는 무지막지한 개발주의에 대한 마지막 경고인지도 모른다. <단비뉴스>가 단군 이래 최대 시련에 처한 물길의 현장들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

인적도 없는 반(反)생태공원 제천 중전지구

강둑에 서자 보이는 건 온통 황량함이었다. 이것이 33억원을 들여 만든 생태공원이라니! 잡초만 자욱한 공원에 새로 심은 나무들은 이미 죽었거나 한두 가지 살아있어도 생명부지조차 힘겨워 보였다. 겨우 돋아난 몇 개 단풍나뭇잎 등이 그들이 값비싼 조경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이 다니게 돼 있는 길마저 잡초들이 무성할 정도로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 중전지구 생태공원. '공원'보다는 '잡초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 박다영

   
▲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단풍나무는 보기에도 안쓰럽다. ⓒ 박다영

“농사짓는 늙은이들이 공원 가서 노닥거릴 시간이 어딨어? 강 둔덕에 농사나 짓게 놔두었더라면 잡초도 없고 밭이 이쁠 텐데……”

충북 제천시 금성면 중전지구 생태공원 앞 작은 마을의 마당에서 땅콩을 말리던 지옥진(82•여)씨는 집에서 5분 걸리는 이 공원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허리도 구부정한 지씨는 거동조차 불편하다. 생태공원이 들어선 땅은 원래 남편과 고추 농사를 짓던 자리란다. 비싼 운동시설들이 공원에 설치돼 있지만, 농사일만으로도 운동량이 넘치는 주민들에게 무용지물일 수밖에. 주민도 대개 칠팔십대 노인들이다.

제천시 금성면사무소에서 청풍 쪽으로 2km쯤 달리면 고교천이 나온다. 고교천을 건너 좁은 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중전마을 생태공원’이 보인다. 170만㎡에 이르는 ‘생태공원’을 본 첫 느낌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공사를 과감하게도 크게 벌였다는 것이다. 잡초만이 무성한 벌판에 서서 차라리 잡초라도 덮이면 원래 모습을 조금이라도 되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충북 제천지역은 총 사업비 207억원에 길이 4.3km에 이르는 3개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중전지구, 옥순봉지구, 비봉산지구가 그것인데 저마다 수생습지와 탐방로 등이 조성됐다.

“농사짓는 칠팔십 노인들이 뭔 운동을 하겠어?”

공원 가장 왼편 관찰데크를 시작으로 축구장이 있는 중앙까지 오는 통행로는 잡초로 뒤덮여 있다. 크게는 성인 허리까지 자란 잡초 때문에 주변에 들꽃을 심어놓은 곳과 뚜렷한 경계가 없다. 피다만 듯 여리게 자란 꽃들도 대부분 시든 지 오래다. 중앙 운동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잔디를 심어놓아 다른 구역보다는 관리가 잘 돼 있지만 잡초가 자라는 건 매한가지다.

   
▲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 잡초가 통행로까지 침범했다. ⓒ 박다영

주민 강석중(65•남)씨는 “관리도 전혀 안 되고 이용할 사람도 없는데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준공된 지 불과 몇 달 지났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방치된 공원의 한쪽 편에는 낚시꾼만 몇 명 앉아있었는데, 그들은 ”4대강 생태공원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 습지원에는 인공적으로 심은 식물 말고 어떤 생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 박다영

‘생태’와 걸맞지 않는 습지원도 있다. 20만㎡의 수생습지원은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고교천 물을 막아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수생식물인 부레옥잠과 갈대를 심어놓았으나 자생적으로 자란 식물이나 곤충 또는 물고기는 눈에 띄지 않았다. 더구나 생태공원이 물이나 토사에 잠기기라도 하면 인공습지는 무의미해진다. 그저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기 위해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억지로 조성한 공간처럼 보였다.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의 연령과 생활실태 등을 조사해보니 더욱 생태공원이 불필요한 곳에 들어선 억지 공사라는 생각을 들었다. 중전 마을에는 53가구, 110명이 살고 있는데, 11명만이 환갑이 안 된 58~60세였고, 나머지는 75~83세의 고령이었다. 주민 90%가 운동시설을 이용하기는커녕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들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농사일도 바쁘지만 저녁에 산책을 하려 해도 가로등 하나 없는 곳에 뭐하러 가느냐고 반문했다.

   
           ▲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아 잡초로 뒤덮인 운동기구. ⓒ 박다영

외지인 접근도 어렵다. 중전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제천에서 출발하는 925번 단 한 대뿐이고, 이마저 하루 세 번 운행할 뿐이다. 자가용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4대강 홈페이지나 홍보책자 어디에도 중전지구 주소를 알 수 없다. 마을에 들어서는 길목에도 생태공원 알림 표지판조차 없다. 친정을 찾은 장은숙(34•여•부천)씨는 “노인이 대부분인데 마을 사람들을 위한 시설은 없고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기 어려운 공원”이라고 말했다.

근본 문제는 중전리가 1985년 충주 다목적댐이 완공되면서 ‘수몰지구’로 지정된 점이다. 작년과 올해는 수몰되지 않았지만 이전에는 집 앞마당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로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제천환경운동연합 김진우 사무국장은 “비가 많이 오면 마을 입구 고교천이 침수되는 수몰지역에 생태공원을 조성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침수에 따른 수질 오염 문제도 제기된다. 운동장의 잔디나 잡초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할 수 있는데 만약 공원이 침수되면 농약으로 인한 수질오염은 불 보듯 뻔하다.  

   
▲ '수몰지구'임을 알리는 안내판. 언제든지 침수될 수 있는 지역이지만 33억 짜리 생태공원이 버젓이 들어섰다. ⓒ 박다영

“유지비용 너무 많아 내버려두는 게 차라리 낫다”

유지ㆍ관리 비용도 문제다. 생태공원 유지ㆍ관리는 올 4월 국토해양부에서 권한을 넘겨받아 제천시 하천관리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최근 정부는 전국 4대강 생태공원 관리비용으로 40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제천 지역에 배정된 예산은 1억9천만원. 제천시 하천관리 담당자는 “준공된 지 얼마 안 돼 시설물 파손이 거의 없어 예산은 주로 제초작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전 지구는 추석을 앞둔 이번 달 제초작업을 한 뒤 해마다 두세 차례 제초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시설 관리에만 해마다 5천억원이 넘게 들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달 뉴스타파에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는 “말로는 400억원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몇 천억이라 돼 있을 것”이라며 “공사는 끝났지만 유지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만약 생태공원이 침수되면 애초 확보한 2억 남짓한 관리 예산은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지ㆍ관리에 따른 편익이 커야 계속해서 관리할 수 있는데 막대한 비용 때문에 오히려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낫다고 말한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의 비극은 더욱 슬프다.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아 ‘새 을(乙)’에 ‘맑을 숙(淑)’ 자를 써서 을숙도(乙淑島)라는 이름이 붙은 그 곳은 한때 동양 최대 철새서식지였다. 그러나 2009년 시작된 4대강사업으로 철새 전망대와 자전거 길 등을 갖춘 생태공원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철새들이 떠나갔다. 멸종위기 1급 노랑부리저어새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의 보금자리에 목재 데크와 콘크리트 도로가 들어선 것이다. 총 예산 2조원이 투입돼 조성된 전국 234개 생태공원 역시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중전마을 입구. 인공 생태공원이 없어도 이 마을은 원래 아름다운 곳이었다. ⓒ 박다영

   
▲ 4대강 생태공원과 관련해 지난 1년간 문제가 된 지역들을 한국언론재단 뉴스DB '카인즈' 기사검색을 통해 찾아내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생태공원의 문제가 국지적인 게 아니라 전국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 진희정

자연과 상생하는 생태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흔히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는 1973년 팔당댐을 건설하며 국가소유 하천부지가 되면서 농민들은 땅 일부를 임대받아 농사를 지어왔다. 유기농업을 시작한 것도 상수원보호지역으로 묶이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다. 농민들은 4대강사업 이전부터 유기농업조합을 조직하고 유기농업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강 준설이나 도로 건설을 막아왔다.

2009년 국토해양부가 두물머리에 4대강 자전거 길과 생태공원 사업을 발표한 뒤 반대운동을 시작한 농민들은 지난 7월 정부를 상대로 1심에서 승소했다. 40년 가까이 농민들이 땅을 개간해 유기농업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농민들이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지막까지 두물머리에 남은 농민 중 한 명인 서규섭(45)씨는 “농민들이 농사짓던 땅에 천편일률적인 강변공원을 만드는 것보다 오랫동안 일궈온 유기농업을 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게 보전가치가 높고 생태적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 전망대에서 보이는 건 쓰레기 더미뿐. 깨끗한 강을 만들겠다던 4대강의 기적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박다영

4대강 사업의 악몽은 계속된다

중전 마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6년 충주댐 건설로 중전리가 수몰지구로 지정되면서 한국수자원공사로 농지가 수용됐고 이후 주민들은 점용허가를 받고 경작을 해왔다. 3300㎡ 정도 땅을 경작하던 주민 이순분(79•여)씨는 “동네가 좁아 농사지을 땅도 마땅치 않은데 저 공원 때문에 그나마 있던 농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수몰지구라 농사짓기 어렵고 퇴비를 쓰면 토양이 오염돼 하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하지만, 이순분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물이 더러워지는 건 농사 때문이 아니라 축사나 공장 때문이지. 수몰지구라서 농사 못 짓는다는 핑계도 대는데 그래도 우리 먹고 살 수 있는 밥 한 그릇은 나왔어. 땅도 얼마 되지 않았고 보상도 받아서 굶어 죽을 일은 없지만 더 살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야.”

다행히 두물머리는 법원 판결로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생태적인 대안을 고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반면 중전 마을에는 밭 한 뙈기라도 농사짓고 싶어 하는 주민들 염원 대신 누구도 찾지 않는 쓸모없는 공원만이 남았다. 농민들이 보상받았다고 해서 4대강사업의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유지ㆍ관리비용이 생태공원에 투입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순분씨는 정부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공원에 사람이 오길 해, 관광지처럼 입장료를 받을 수 있어. 잡초 뽑으라고 돈 주고 사람을 쓰는데 그거 다 우리 세금 들어가는 거 아냐? 나라에서 한 거니 내가 어찌할 도리는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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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dureooi@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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