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인캠프] 60여명 청춘이 열정으로 돌파한 2박3일

 

배움을 향한 예비언론인들의 열정에 동장군이 한발 물러선 걸까. 예년에 비해 추위가 덜했던 지난 13일, 흩날리는 눈송이와 함께 예비언론인 60여명이 충북 제천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을 찾았다. 이들은 6회째를 맞은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기자, 피디(PD), 아나운서 지망생들. 전·현직 언론인의 강의와 실습, 사교의 시간 등으로 구성된 2박3일 동안 이들은 남다른 열정과 몰입을 보여주었다. 

▲ 13일부터 2박3일간 열린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한 예비언론인들이 밤늦도록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 진희정

기자와 피디,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기 위해 

▲ 세명대저널리즘스쿨 대학원과 단비뉴스 편집실을 둘러보고 있는 캠프 참가생들. ⓒ 진희정  

첫날인 13일 오후 환영식에 이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의 ‘세계 일류 언론과 한국 언론’ 강의가 시작됐다. 이 원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공영방송 <BBC>,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등 세계적 언론의 활약상과 개혁 노력을 소개한 뒤 앞으로 한국 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얻고 제 역할을 다하는 일에 캠프에 모인 예비언론인들이 주역이 돼 줄 것을 당부했다.   

▲ "기자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한겨레> 안수찬 탐사보도팀장. ⓒ 진희정  

이어 <한겨레> 안수찬 탐사보도팀장은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기 위해’ 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기자가 된다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팀장은 “사실과 진실을 엮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얻고, 다시 그걸로 나의 다음 목표를 정하는 것이 기자의 삶”이라고 말했다.

제정임 교수의 ‘시사현안 백분 토론’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김정일 사후의 남북관계’를 주제로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PD는 기획으로 말한다’ 강의에서 <문화방송(MBC)> PD 출신인 권문혁 교수가 프로그램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를 설명할 때는 지망분야와 관계없이 수강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 제정임 교수의 '시사현안 백분토론' 시간에 캠프 참가생들이 패널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진희정  

화장실 갈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강행군이었던 첫날 캠프 일정은 이봉수, 제정임, 권문혁 교수를 각각 멘토로 한 세 그룹의 간담회로 마무리 됐다. 언론인의 세계는 어떤 것인지,  채용과정에 유용한 실전 노하우는 무엇인지 등 참가자들이 평소 궁금했던 이야기를 멘토들과 나누느라 이날 일정은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현직 언론인들 열강 이어 팀 대항 게임과 장기자랑도 

기숙사에서 짧은 잠으로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은 둘째 날 아침을 현직에서 맹활약 중인 언론인들의 특강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겨레> 스페셜기획팀 곽윤섭 사진기자는 ‘SNS시대의 포토저널리즘’ 강의에서 “지금은 현장의 시민들이 제보한 사진이나 영상이 기자의 취재물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며 취재기자나 피디들도 보도사진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사의 기본요건인 육하원칙 중에서 보도사진은 ‘누가’ ‘무엇을’에 충실히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면 된다”며 “사진은 어쩌면 찍는 게 아니라 골라내는 작업일 수 있으니 현장에서 많은 사진을 다양하게 찍으라”고 권했다.

▲ 현직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겨레> 곽윤섭 사진기자와 <채널A> 이영돈 제작본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 강신우, 진희정  

동아일보 종합편성방송 <채널A>의 이영돈 제작본부장(전 KBS PD)은 “PD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흔히 말하는 ‘대박’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을 분석한 뒤 “현재 대세인 ‘리얼리티’ 바람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진 ‘개인 데이터베이스(DB) 만들기와 칼럼쓰기’ 강의에서 이봉수 원장은 자신의 ‘비밀병기 1호’를 공개했다. 책과 신문기사 등에서 발췌한 방대한 분량의 배경지식과 글감들이 도서관의 장서들처럼 체계적으로 분류된 DB를 보여준 뒤, 좋은 칼럼과 기사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자료 정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영상기술과 이를 활용한 영상예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종한 세명대 교수. ⓒ 진희정  

오후에는 논술, 작문, 기획안을 직접 작성하는 실습시간이 주어졌다. 둘째 날 마지막 강의는 ‘PD를 위한 영상예술’. 최종한 세명대 교수는 다양한 실험영상을 보여주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창조적 영상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로서의 PD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밤에는 참가자들과 대학원 재학생, 교수진이 함께 어울리는 사귐의 시간이 마련됐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던 참가자들은 감자탕과 막걸리 등 야식을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멘토별로 팀을 나눠 게임과 장기자랑, 춤판을 펼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숨겨두었던 ‘끼’를 마음껏 발휘하면서 폭소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던 사귐의 시간도 자정이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 강행군으로 진행된 이틀간 강의를 마치고 캠프 참가생들과 대학원 재학생, 교수진은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사귐의 시간'을 가졌다. ⓒ 정혜정 

“모두들 현장에서 만납시다”

마지막 날인 15일 오전, 참가자들은 ‘자기소개서 클리닉’ ‘시사현안 가닥잡기’ ‘기획안 작성지도’ 등 언론사 시험을 위한 실전 강의들에 끝까지 집중했다. 오후 수료식에서 이봉수 원장은 “고시라고 부를 만큼 언론사 시험의 벽을 뚫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언론사들은 좋은 인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2박 3일간 보여준 열정으로 성실히 준비한다면 언론인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 캠프생들이 실습시간에 작성해 제출한 방송기획안을 피드백 해주는 권문혁 교수와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수료식을 하는 장면. ⓒ 정혜정  

언론인 지망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랑’을 통해 캠프 소식을 알았다는 PD지망생 황봉구(26·인하대 토목공학과 졸)씨는 “예전 캠프에 비해 PD지원자를 위한 강의가 늘었다고 하던데 PD 지망생으로서 정말 유익한 수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중고생 대상 학원강사로 일하는 최의정(30·원광대 법학과 졸)씨는 “기자의 꿈을 꾸면서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막연했는데 이제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기뻐했다. 임수진(26·동아대 역사문화학과)씨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었다”며 “다음 캠프에 적극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2박3일의 강행군을 통해 어느새 ‘동지’가 된 60여명은 언젠가 ‘현장’에서 만나자는 다짐을 나누며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 제6회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 기념 촬영.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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