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지자체장 공약이행 점검] ⑥ 출산장려금 공약 분석

충북 제천과 단양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다. 지난해 5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조사에서는 단양은 ‘소멸고위험지역’, 제천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인구를 늘리는 방편으로 여러 형태의 출산 관련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제천과 단양도 마찬가지다. 

제천시장과 단양군수는 지난 2018년 선거 과정에서 모두 ‘출산장려금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출산과 양육의 비용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를 완화해보겠다는 것이다. 두 단체장의 공약은 실제로 지켜졌을까? 또 출산장려금 정책은 저출산 문제 해소에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제천에서 셋째 낳으면 5150만 원 파격 지원

2021년 3분기까지 제천시가 밝힌 ‘출산축하금 확대’ 공약 이행률은 133%다. 이행률이 100%를 넘어선 건 작년부터 시작한 ‘3쾌(快)한 주택자금 지원사업’과 관련이 있다. 셋째까지 낳으면 파격적으로 5150만 원의 은행 빚을 지자체가 대신 갚아준다는 것이다. 제천시가 올해까지 출산축하금 확대 지원에 투입할 사업비는 총 140억 원가량이다. 

▲ 지난해 7월 15일 충북 제천 칙칙폭폭999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3쾌한 둘째아 출산자금’ 지원자 축하 행사가 열렸다. ⓒ 제천시

이상천 시장은 당선 이후 출산장려금을 꾸준히 확대했다. 2019년 10월 ‘임신출산지원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해 출산축하금 지급 방식을 현금에서 제천 지역 화폐인 ‘모아’로 바꾸고, 축하금 액수를 늘렸다. 작년 11월에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나온 정책이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이다. 2020년 12월 31일 임신출산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동시에 ‘주택 및 출산자금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기존의 출산축하금, 셋째아 이상 아동양육비, 임신축하금을 ‘출산자금’으로 통합했다.

지원 대상은 신생아 출생일로부터 1년 이상 제천에 거주한 사람이다. 결혼 후 5000만 원 이상 주택자금을 대출받은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첫째 15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4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택자금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 부부에게는 첫째 120만 원, 둘째 800만 원, 셋째 이상 3200만 원을 제천화폐 ‘모아’로 지급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주택자금 142가구, 출산자금 280가구를 합하면 총 422가구가 3쾌한 주택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제천시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0년 출생아 수는 612명으로 전년보다 63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2년 1.405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2020년에는 1.014까지 떨어졌다. 가임기 여성 수는 2004년 3만 6000명에서 2020년 2만 5000명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 제천시가 출산장려금 정책을 도입한 2004년 이후로 신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통계청의 행정구역별 주민등록 인구 현황과 합계출산율 자료를 참고했다. ⓒ 최은솔

최근 사업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연말 제천시가 공개한 ‘제천시 3쾌(快)한 주택자금 지원사업 모니터링 및 성과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택자금 지원사업의 ‘사회적투자수익률’(SROI)은 4.85다. 투입 비용 대비 4배 이상의 편익을 창출한다는 뜻이다. 작년에 처음 정책이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고서는 주택 자금 지원사업이 이미 출산한 사람의 만족도는 높여줬지만, 출산 의지가 없는 사람의 출산 의지를 갖게 하지는 못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제천시는 일단 이 정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편이다. 3쾌한 주택자금 사업을 담당하는 이한나 제천시 기획예산과 주무관은 “주택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의 주거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주택자금 지원 사업 때문에 타 지역민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단양, 3년째 장려금 늘려도 신생아는 더 줄어

류한우 단양군수도 선거 과정에서 출산장려금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단양군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출산장려금을 인상해왔다. 첫째 아이 출생축하금이 2018년 60만 원에서 2021년 150만 원이 됐다. 작년 9월 기준 공약이행률은 81.25%다. 앞으로도 단양군은 2021년 지원기준에서 매년 20%씩 증액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일단 2021년 기준대로 지원을 유지하고, 더 이상 확대하거나 하는 큰 계획은 아직 없다”라며 “출산장려금 외에 임산부 지원사업 형태로 20% 인상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 단양군은 작년 7월부터 출산장려금 지원과 더불어 임신부의 출산을 돕고자 임산부 배지와 아기용품이 포함된 ‘건강 출산 꾸러미’를 제공했다. 군 보건소는 이외에도 출산가정을 돕는 태교 프로그램이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사업도 함께 운영 중이다. ⓒ 단양군

단양군의 출산장려금은 두 종류다. 하나는 지역 화폐로 나오는 ‘출생축하금’이다. 출생 신고 뒤 12개월 안에 신청해 받는 출생축하금과 첫돌 후 12개월 내로 신청할 수 있는 돌 축하금으로 구성된다. 다른 하나는 ‘출산장려지원금’이다. 둘째, 셋째 아이를 출생 신고한 뒤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둘째, 셋째 아이를 낳으면 각각 매월 10만 원과 20만 원씩 1년 동안 보호자 계좌로 지급되는 현금성 지원책이다. 현금으로 지급된 돈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가까운 충북 제천의 대형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출산장려금을 늘려왔지만 단양군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꾸준히 줄었다. 단양군은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이 0.78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 0.83, 충청북도 0.98보다 낮다. 2015년에 1.22에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2018년 104명에서 2020년 74명까지 줄었다. 4206명이었던 가임기 여성 인구는 2003년부터 2020년 사이에 1931명까지 줄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 줄었다.

▲ 2004년 이후로 단양군의 신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단양군은 2012년에 처음 출산장려금 정책을 도입했다. 통계청의 행정구역별 주민등록 인구 현황과 합계출산율 자료를 참고했다. ⓒ 최은솔

단양에서는 출산장려금을 받는 인원도 계속 줄었다. 단양의 출산장려금 수령자는 분기(3개월)별로 집계한다. 현 군수가 임기를 시작한 2018년부터 작년 9월까지 신규로 태어난 아이에게 지급하는 ‘출생축하금’을 받은 인원은 분기별로 20명 안팎이다. 이마저도 줄고 있는 추세다. 작년 1분기에는 13명이 받았다. 김민정 단양군 모자보건팀 주무관은 “단양이 군 단위이고 가임기 여성이 많지 않다”라며 “임산부로 등록하는 수만 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지난 11월 12일 단양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양귀선 씨는 단양군의 출산장려금 확대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2018년 첫째 아이를 낳은 뒤로 매년 인상된 출산장려금을 받아왔다. 지원금 대부분은 분유 같은 생필품이나 식사에 주로 쓰이는데, 전반적인 육아 비용을 줄여줄 만큼 넉넉한 액수는 아니라고 했다. 양 씨는 셋째 아이 출산 전에 지원 혜택이 더 많은 충북 제천으로 주소지를 옮길 생각까지 했다. 제천과 단양의 출산장려금 액수 차이는 출산지원금에서는 100~300만 원, 주거지원금까지 합치면 수천만 원에 이른다.

단양에서 아이 네 명을 키우는 김특준 씨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첫째 아이를 낳은 2013년부터 출산장려금을 받았다. 김 씨는 “매년 지원금이 올랐지만, 덩달아 오른 물가 탓에 지원금이 오른 것은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단양군 장려금에 주거 지원이 빠져서 아쉽다고 했다. 셋째나 넷째까지 아이를 키우려면 공간이 넓은 집이 필요한데 제천과 달리 단양군에는 주거 관련 지원금이 없다. 김 씨는 “다들 출산을 앞두고 그냥 주소를 미리 제천으로 옮겨놓을 걸 그랬다고 많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주거, 의료, 돌봄 지원…양육환경 개선도 필요

전문가들은 출산장려금이 저출산 문제의 만능열쇠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방 도시가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릴만한 공간이 되려면 주거, 의료, 돌봄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천과 단양에서 출산자금을 지원받는 당사자들도 공통적으로 인프라 부족을 지적했다. 

제천시 청전동에 사는 이경미(38) 씨는 지난해 1월 둘째 아이를 낳고 3쾌한 주택자금 사업의 일환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아이가 아플 때 데려갈 큰 병원이 없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 아이가 장염에 걸렸을 때 주말에 차로 50분 걸리는 충주에 있는 병원까지 가야 했다. 그는 “출산장려금을 받아 출산용품을 살 수 있고 도움이 됐다”면서도 “큰 병원이 없어 진료 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단양에 사는 김특준 씨는 돌봄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돌봄 지원을 더 다양한 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보통 8시 반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데 출근을 7시 반에 하다 보니 아내까지 일을 하면 맡길 사람이 없다”며 “주말이나 늦은 시간까지 맡기는 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가 2020년 발간한 보고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출산 지원정책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천시 출산장려금 개편안을 제안한 이정현 시의원도 본회의에서 “일시적인 출산축하금보다 고용과 교육 등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 지역 출산장려금 정책을 연구한 김우영 공주대 교수는 출산장려금 지급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육아비용을 보조해주는 것이 인구 유지에 더 효과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 교수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회 지급에 그치는 출산장려금보다 특정 나이까지 계속해서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가 있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을 오래전부터 사용해왔고, 국내에서는 대전시가 2022년부터 만 0~3세 아동에게 매월 지원금 30만 원을 준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선택…과도한 경쟁은 지양해야

인접한 지자체끼리의 출산장려금 경쟁은 오히려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소도시에서 인접한 다른 소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는 것은 결국 ‘인구 뺏기’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저출산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도 인구 유출 가능성을 인정했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이 발표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장려금은 지자체 간 인구 유출입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기관들은 출산장려 말고도 전반적인 양육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했다. 저출산위는 인구 감소의 또 다른 요인인 주거 인프라나 일자리 분야에서도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실제로 단양에서는 출산 지원 여건이 더 나은 제천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제천이 단양과 같은 생활권이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일부 가정은 제천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단양으로 출퇴근한다는 것이다. 단양에서 아이를 키우는 김특준 씨는 “지금 단양의 지원금은 타 지역보다 낮은 편”이라며 “병원 같은 인프라가 적어서 머무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양군 모자보건팀 관계자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단양은 백만 원을 주는데, 제천은 4천만 원을 지원하고 주택 대출이 있으면 대출 지원금도 갚아주기 때문에 제천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장려금 ‘먹튀 논란’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2012년에 출산지원금을 대폭 늘린 해남군은 당시 0세 인구가 300여 명 증가하고, 2.47명의 출산율을 기록해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달성했다. 문제는 이후 인구 유지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2014년 7만 7000명이었던 인구가 2018년에 7만 1900명으로 줄었다. 2015년 한 해에 출산장려금을 받은 여성 931명 중 180명이 6개월 안에 다른 지자체로 전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를 보면 출산장려금이 인구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지자체끼리 출산장려금 액수를 두고 경쟁하기보다 인구 유입에 필요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할 시기다.


2022년 새해, 우리 사회가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3월 9일 치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실시되는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지난해 말부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견을 밝히고, 검증도 받고 있다.

반면 지방선거는 아직 누가 나설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대선이 끝난 뒤에나 후보가 확정되고 공약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서 지난 지방선거 공약의 이행 상태를 살펴보고,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토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단비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단비뉴스>가 있는 제천시와 인접한 단양군을 대상으로 민선 7기 단체장들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들을 준비했다. 지난해 가을 몇 달에 걸쳐 현장을 취재하고, 공약 이행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공약 이행이 잘 된 것은 그대로 평가하고, 성과가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거나 주의할 부분이 무엇인지 제시해보려고 노력했다. 시리즈 마지막에는 두 단체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준비했다.

앞으로 지방선거 일정이 진행되면 <단비뉴스>는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도 정밀 점검해, 집중적으로 보도할 계획이다. 제천, 단양 지역은 물론 충북도지사 후보의 공약도 현실성이 있는지, 꼭 필요한 정책인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민선 7기 공약이행 점검] 연재 기사 보기
① 이행률 높지만 주요 성과는 '아직'
② 단양군수, 선거 공약 얼마나 지켰나
③ 기대와 우려 속, 내년 '첫 삽' 뜬다
 보건의료원은 짓는데... 전문의 확보는? 
⑤ 100% 이행?... '지연·축소'된 관광공약
⑥ 제천 단양 출산장려금 확대, 효과는?
⑦ "못 지킬 약속 안 해, 공약 삭제는 반성"
⑧ 
"공약 제외한 것도 대부분 추진"

편집: 현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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