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마지막 비상구 ① 온난화 실태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2018년 7월 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자동차 매매 단지 공사 현장. 지하 4층·지상 6층 규모의 대형 자동차 판매 시설이 들어설 이곳은 아직 골조와 바닥 등 기초 공사 중이라 그늘 한 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수원 최고기온은 섭씨 38.1도(℃). 하지만 현장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온도계는 오전 11시를 갓 넘긴 시각 이미 40를 가리켰습니다. 건설노동자 150여 명은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나는 ‘찜통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습니다.

2018년 5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신모(57·배관설비공) 씨는 현장관리사무소에서 준비한 식염 포도당 두 알을 입안으로 털어 넣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30여 년 일했지만 올해 같은 더위는 정말 처음이네요.” 뜨거운 햇살을 막아보려 헝겊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땀방울이 헝겊 밖으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2018년 7월 31일 광주시 서구 농성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 한 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는 얘길 들었다는 그는 이렇게 걱정했습니다. “오늘 같은 이런 더위라면 진짜 생명이 왔다 갔다 할 만하네요.” 이 현장에서도 2018년 7월 29일 노동자 세 명이 일사병 증세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2018년 국내 온열질환 사망자 전년도의 5배

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8월 6일 집계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발생현황’에 따르면 2018년 5월 20일부터 8월 5일까지 발생한 온열환자(열사병, 탈진, 실신, 경련 등) 수는 3329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1230명)의 세 배 가까이 됩니다. 이중 사망자는 39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7명)의 5배가 넘습니다. 전체 온열질환 중 2444건이 작업장·길가 등 실외에서 발생했고, 환자 비중은 65세 이상이 33퍼센트(%·1103명), 50대 20%(682명) 등 연령대가 높을수록 컸습니다.

2018년 살인적인 폭염은 한반도에만 찾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2018년 7월 4일 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 지역의 기온은 최고 47℃까지 치솟았고, 스웨덴·노르웨이 등 평균기온이 낮은 북유럽 지역도 연일 30℃ 이상의 고온에 시달렸습니다. 북미 지역 역시 2018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의 최고기온이 48.9℃, 텍사스주는 45.5℃까지 올라갔습니다. 캐나다 동부 퀘벡주에서는 체감온도가 40~45℃에 이르러 8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옆 나라 일본도 2018년 7월 23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에서 사상 최고기온인 41.1℃가 관측되는 등 폭염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5~7월 열사병 증상으로 사망한 사람이 125명이고, 5만 7534명이 온열 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세계 전역에서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산불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2018년 7월 40℃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된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인근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로 최소 90여 명이 숨지고 가옥 수백 채가 불탔습니다. 같은 달 2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카 파이어’(Carr fire)는 폭염과 건조한 바람의 영향 등으로 보름이 지난 2018년 8월 7일까지 진화율이 47%에 머물렀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징후들

이처럼 전 세계를 덮쳤던 극단적 기상재난은 부인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징후라고 많은 과학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0년간의 지구 온도 상승 추이를 나타낸 ‘하키스틱 곡선’으로 유명한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2018년 7월 27일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충격을 목도하고 있으며, 올여름 전 세계를 덮친 폭염과 산불은 그 완벽한 예입니다. 모든 암이 담배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의사들은 흡연이 암 발병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변화 혹은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열이 우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합니다. 2017년 7월 미국 하와이대 카밀로 모라 교수팀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기고한 ‘치명적 열의 글로벌 위험’(Global risk of deadly heat)에서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30%가 1년에 최소 20일 이상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폭염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논문은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될 경우 2100년에는 이 비율이 7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 지역에서 겨울 추위가 한층 매서워진 것 역시 기후변화의 징후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습니다. 북극 주위를 감싸면서 극지방의 한기를 가둬두는 구실을 하던 제트기류가 온난화로 힘을 잃은 탓에 북극의 찬 기류가 남하한다는 겁니다. 2018년 1월 미국과 캐나다 동부 지역에는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이른바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 덮쳐 항공기 수천 편이 결항하고 수십 명이 동상·심장마비 등으로 숨졌습니다. 

초속 40미터(m) 강풍이 불어닥친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 마운트워싱턴은 최저기온이 영하 38℃, 체감기온은 영하 69.4℃까지 떨어졌습니다. 국경을 맞댄 몬트리올·퀘벡 등 캐나다 동부 지역 도시 역시 영하 50℃에 달하는 강추위에 시달렸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사우스다코타·오클라호마주 등 중부내륙 지역 역시 영하 35℃ 혹한 속에 새해를 맞았고,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주는 30년 만에 눈이 내려 도로가 폐쇄됐습니다. 수도 워싱턴 D.C와 인접한 뉴욕·보스턴 등지에는 3월에도 30센티미터(cm) 폭설이 내려 관공서와 학교가 문을 닫는 소동이 일었습니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비교적 따뜻한 지대인 남유럽도 지난 겨울 갑작스러운 폭설로 도로가 통제됐고,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하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사상 처음으로 40cm의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북반구가 겨울일 때 여름을 맞는 호주 등 남반구 지역은 폭염과 가뭄을 겪습니다. 2018년 초 호주 시드니의 낮 최고기온은 79년 만에 가장 높은 47℃까지 올라갔습니다. 같은 시기 북반구와 남반구 온도 차가 100℃ 가까이 벌어지는 극한 기후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더 강해진 태풍, 기록적인 인명·경제 피해

북극 지방의 제트기류처럼 기상 질서가 교란되면 태풍, 허리케인 등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열대저기압 역시 더 잦고 심해집니다. 2018년 7월 필리핀에서 발생한 제9호 태풍 ‘손띤’은 14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뒤 베트남까지 강타, 최소 27명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중국 역시 제8호 태풍 ‘마리아’, 제10호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약 40만 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습니다.

겨울철에 태풍이 발생하는 빈도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2017년 12월부터 2월까지 발생한 태풍은 모두 4개로, 평년(1.6개) 대비 2배 이상이었습니다. 2017년 12월 필리핀을 강타한 ‘덴빈’은 240명 사망, 100여 명 실종의 인명 피해를 냈습니다. 필리핀에서 지난 2013년 이후 태풍과 폭풍으로 집을 떠난 사람이 약 1500만 명에 이릅니다.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이 80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직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9)에서는 예브 사노 그린피스 동남아시아 사무총장이 눈물을 흘리며 국제사회의 각성을 호소했습니다. 필리핀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그는 단식을 선언하며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필리핀을 방문하라.”

동남아에서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서태평양 부근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라니냐의 영향이 큽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와 순환 관계에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고 물이 순환하며 다시 더 강한 라니냐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따뜻해진 바다는 태풍과 열대성 폭풍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18년 6월 2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태풍 횟수가 과거보다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최근 들어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는 횟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태풍 발생 역학 중에는 해수면 온도가 27~28℃ 이상 돼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언제든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건이 충족되는 거죠.”

대서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 허리케인 역시 해수 온도 상승이 그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2017년 8월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뿌린 비의 양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19~38%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비는 텍사스 지역 연간 강수량을 훌쩍 넘는 1200밀리미터(mm) 이상의 비를 뿌리고 91명의 사망·실종자를 내, 2005년 ‘카트리나’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허리케인이 됐습니다. 뒤이어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 ‘어마’까지 합하면 두 허리케인이 일으킨 경제적 피해는 2620억 달러(약 28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강수 양극화' 뚜렷

미국 오바마 정부 백악관에서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지낸 존 홀드런 하버드대 환경과학·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말 대신 ‘지구기후붕괴’(global climate disruption)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과거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인간이 적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점진적이며 온화한 느낌을 주는 ‘온난화’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국 서남부 캘리포니아주는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기록적인 가뭄과 산불, 홍수를 동시에 겪었습니다. 2018년 주 영토의 44%가 가뭄 지역으로 분류됐고, 2017년 12월 발생한 산불 ‘토마스’는 35일간 서울 면적의 1.8배인 1100㎢를 태웠습니다. 소방관 1만여 명을 투입하고도 한 달 넘게 잡히지 않던 산불은 2018년 1월 초에 내린 폭우로 완전히 꺼졌는데, 불행히도 이 폭우로 홍수가 나 수십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처럼 정반대 기상재해인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함유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 온도가 올라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지면서 가뭄이 심해지고, 대기 중으로 증발한 수증기는 비가 한번 올 때 몰아서 내리기 때문입니다. 건조한 지역은 갈수록 더 건조해지고, 습윤한 지역은 비가 더 많이 오는 ‘강수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해마다 12만㎢에 달하는 땅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건조화로 ‘죽은 땅’이 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매년 420억 달러(약 45조5000억 원)에 이릅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팀이 2018년 1월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전 세계 사막화 예측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50년경 전 세계 지표면 중 24~34%, 세계 인구 중 18~26%가 사막화 영향을 받게 됩니다. 특히 중남미, 남부 유럽, 남아프리카, 호주, 중국 남부 등은 2040년부터 사막화 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 연구에 함께 참여한 박창의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과학공학대 연구교수는 2018년 8월 6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는 전 지구 평균 온도 증가량을 산업화 이후 2℃가 아닌 1.5℃ 이하로 낮추는 것을 제안합니다.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지표 건조화로 인한 사막화 정도는 약 1/3가량 줄어들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경우 위험성은 크게 증가할 겁니다.”

물부족, 식량난이 국가안보 위기도 촉발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이미 매년 약 10km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신장 위구르·네이멍구·티베트 등 내륙 지역 자치구 등이 사막화로 인한 물 부족 및 식량난 등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오는 2025년이면 전 세계 인구 중 18억 명이 절대적 물 부족 상태(absolute water scarcity)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가뭄·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불러오는 식수난·식량난은 국가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이후 10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킨 시리아 내전은 2006년부터 지속된 극심한 가뭄과 이로 인한 식량난, 여기서 촉발된 시위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피터 글릭 미국 태평양재단 수석연구원은 2014년 미국기상학회(AMS) 학술지에 기고한 ‘물, 가뭄, 기후변화 그리고 시리아 내전’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들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극도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 탓 물에 잠겨 사라지는 섬나라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고 바닷물 부피가 커지면서 해수면이 올라가는 문제는 국가 존립, 주민 생존과 직결됩니다. 평균 해발 고도가 2.2m에 불과한 남태평양 도서 국가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고통받는 대표적인 나랍니다. 지대가 낮아 폭풍과 해일에 취약한 이 나라는 해수면이 매년 5mm씩 올라가 2060년쯤에는 섬 9개가 모두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투발루 주민 중 일부는 주변국인 호주, 뉴질랜드 등에 ‘기후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이민을 받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투발루와 인접한 키리바시·나우루, 낭만적인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진 인도양의 몰디브 역시 국토 수몰 위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10년까지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약 19cm 상승했습니다. 연평균 1.7mm씩 해수면이 올라간 셈인데, 이 추세는 갈수록 빨라져 지난 20년 동안에만 약 6cm(연평균 3.2mm)가 높아졌습니다. IPCC는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돼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북극에 있는 빙하가 녹으면 2100년쯤에는 지금보다 최대 1m까지 해수면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바닷가에 위치한 전 세계 모든 도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높이입니다. 마이클 만 교수는 2016년 저서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에서 “전 세계 인구 중 33%가 해안선으로부터 100km 이내에 살고 있고, 이 중 10%는 해발 9m 미만 저지대에 산다”며 해수면 상승이 끼칠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 해결책은 화석연료 퇴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프레온가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중 주범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과연 인간이 촉발한 것인가’를 두고 그동안 논쟁이 있었지만 2014년 IPCC가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95% 확실하다”고 명시해 논란을 사실상 종결시켰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76%이며 이중 화석연료 연소 및 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65%입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전 280피피엠(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1년 391ppm으로 증가했고, 2017년 400ppm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같은 기간 지구 평균기온은 1℃ 상승했습니다. IPCC는 인류가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더라도 이번 세기 중반까지 최소 0.4℃ 이상의 온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면 30년 뒤에는 북극 얼음이 모두 녹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550ppm에 이릅니다. 지구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2℃ 오르고, 2100년쯤에는 최대 4.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존하는 동식물 중 40%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고, 농작물 수확량 역시 60%에서 최대 80%까지 급감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명시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2018년 8월 8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천 명의 목숨을 한 번에 앗아간 2013년 태풍 하이옌이나 수천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지난해 허리케인 하비처럼 자연재해는 이제 전쟁에 버금가는 수준의 재앙이 됐어요. 기후변화 대응은 전쟁을 막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해요.” 그는 이어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기후변화 재앙을 막고,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후과학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2030년까지, 그 외의 국가들은 적어도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지구상에서 퇴출하고 가능한 한 빨리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출연: 이현이 이정민 강훈 기자
영상편집: 이정민 이현이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편집: 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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