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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제대로 사과해야 ‘신뢰 언론’ 가능

기사승인 2021.12.05  21: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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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기자 cth3424@gmail.com

- [언론인특강]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대한민국 대표 신뢰 언론, 한겨레신문사 발행인 김현대입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 201호에서 열린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초청 언론인특강에서 김현대(60) 한겨레신문사 대표가 ‘신뢰’를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한겨레>를 포함한 한국 언론이 뉴스라는 ‘상품’의 신뢰 하락과 품질 저하에 따른 위기를 겪고 있다며, ‘고품질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한겨레의 저널리즘 지향점과 혁신전략’을 주제로 한 이날 특강에는 현장과 줌 화상회의를 통해 30여 명의 청중이 참여했다.

‘반론 보장’ ‘익명 지양’ 등 취재보도준칙 체질화해야

   
▲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언론사 경영자로서 고민하는 현안과 저널리즘 혁신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신현우

김 대표는 1988년 <한겨레> 창간 작업부터 참여한 ‘1호 사원’이다.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전략기획실장, 출판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한국 언론계에서 농촌 전문기자라는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한 그는 <한겨레> 역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께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그것이 나의 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한겨레가 지금 가고자 하는 길도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신뢰 언론으로 가겠다는 건데요.”

그는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불리기도 하는 한국 언론인들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자의 무기인 사실(facts)에 충실하면서 사실의 한계를 살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도에서 비판받는 쪽의 반론을 충실히 담는 것, 과도한 익명처리(이름 감추기)를 지양하는 것, 오보가 나갔을 때 신속히 사과하고 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겨레>가 '윤석열 별장 접대' 관련 오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22일자 1, 2면에 보도 경위와 문제점을 상세히 밝힌 것을 이런 노력의 예로 들었다.

그는 <한겨레>가 반론 보장, 익명 지양, 오보 사과 등의 원칙을 담은 취재보도준칙을 체질화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저널리즘책무실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이 취재 보도준칙을 지키는 게 신뢰로 가는 핵심적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전문화한 ‘평생기자’가 강점 있는 콘텐츠에 집중

김 대표는 <한겨레> 저널리즘의 품질과 관련, 기자 개개인과 편집국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장, 국장 등 간부를 거친 중견 기자들이 현장에서 다시 심층 기사를 쓰는 ‘평생기자’ 제도를 정착시키고, 기자들이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경력관리와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입사기수를 대폭 낮춰 ‘젊은 편집국장’을 발탁한 것을 예로 들며 “서열 대신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는 뉴스룸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기후위기, 젠더(성평등), 불평등 문제 등 주요 현안을 선점해 집중 보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현대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학생 등 청중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강생도 참여했다. ⓒ 신현우

그는 “고품질 저널리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다”며 최근 도입한 후원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후원제는 한시적 모금 캠페인이 아니며 고품격 신뢰 언론과 짝을 이루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겨레교육 등 자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경영’의 토대를 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언론의 과제로 부상한 디지털 전환과 관련, 김 대표는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를 예로 들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디언>이 10년 가까이 큰 적자를 겪은 후 알짜 자회사였던 자동차 중개회사를 팔아치우고 구조조정까지 하면서 디지털 전환기를 버텼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지역 방송사 등 알짜 회사를 대거 매각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후원 모델,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모델이 정착한 뒤에야 경영이 안정됐다고 덧붙인 김 대표는 “(종이신문을 없애는) 전면 디지털화를 연구하되 윤전기 인력의 일자리도 고려하는 공정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중심의 뉴스룸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해야

김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기자 중심의 뉴스룸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기자들이 낭패감을,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가 언론사의 변화가 참 느리다는 것"이라며 편집국 중심으로 뉴스를 만들면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더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언론은 마케팅과 디지털 기술이 필요 없었지만, 이제 독자들과 교감하려면 둘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집국과 동등한 위치에 마케팅과 디지털 기술을 두고 새로운 뉴스룸을 만들어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100여 분간의 특강이 끝난 뒤 30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계범(29)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은 “한겨레가 지난 5월 시작한 후원 모델에 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달라”고 질문했다. 김 대표는 “한겨레의 전통적 독자, 충성 독자는 (한겨레 보도 방향 등에) 불만을 느끼고 있고, 젊은 독자는 한겨레에 무관심하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후원제의 타켓팅(목표)은 젊은 독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연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질문하는 청중과 답변하는 김현대 대표. ⓒ 신현우

신현우(28) 세명대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은 국내 언론사들이 ‘스노우폴(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기사)’을 거론하며 디지털 전환을 논의했는데, 선진국 언론을 모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지 질문했다. 김 대표는 “한겨레는 우선 신뢰와 품질을 높이는 데 한정된 재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신뢰도가 바닥인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영상이나 디지털 도구로 무언가 만들더라도 시민들이 한겨레라는 브랜드에 호응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저널리즘)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겨레 내부의 (디지털) 실험 욕구를 격려하는 차원에서는 뒷받침하고 싶다”고 말했다.


편집: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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