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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낙태 110만, 건강보험도 안 된다?

기사승인 2021.12.02  21: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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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영 PD smy7896@naver.com

- [단비✓체크] ⑤ 낙태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발언 검증

지난 10월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해에 낙태가 110만 건이네요’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대한민국 낙태 심각성’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낙태 문제를 꼬집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의 조회수는 2일 현재 각각 2368, 5598회를 기록할 만큼 낙태 문제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 '한 해 낙태 110만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 PPOMPPU 커뮤니티 게시글 갈무리

이 게시글들은 한국의 하루 낙태 건수가 3000건에 달한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주장을 근거로 작성돼 있다. 하루 3000명씩 낙태가 이뤄진다는 추산치를 한 해 낙태아 수로 환산하면 1년에 110만 명이 낙태 당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된 여러 게시글 및 댓글은 해당 발언을 실은 언론사의 기사를 근거로 사실인 것처럼 퍼지고 있다.

한편,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공임신중단(낙태) 시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해 “미용 성형수술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인공임신중절에도 보험 급여를 지원할 당위가 없다”며 대한의사협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공임신중단은 건강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에 보험 급여 적용에 반대한다는 논지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에 인공임신중절을 포함할 수 없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주장은 과연 합당할까.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중단 수술을 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회가 1년 8개월 동안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형법상 낙태죄는 올해 1월 1일부터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 낙태죄로 처벌할 수 없으나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임신 주수조차 정해지지 않아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여전히 무시되고 있는 상태다. 입법 공백이 생긴 지 1년이 돼가는 현재, 낙태 논란을 다시 부추기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발언이 사실인지 검증해보았다.

1. 한 해에 110만 건의 낙태가 진행된다? → 거짓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 올라온 ‘한 해에 110만 건 낙태가 진행된다’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첫 번째는 2017년 1월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하루에 인공임신중절이 3000건 이상 이뤄진다는 한 발언이다. 두 번째는 가임기 여성 29.6%가 낙태를 경험했다는 보건복지부의 2010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이다. 실태조사에서 나온 대로 전체 가임여성 10명 가운데 3명꼴로 낙태 수술을 했다는 건수를 일 년 단위로 계산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발언한 수치인 110만 건이 나오기 때문에 이 단체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첫 번째 근거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국회 토론회 발언부터 따져 보자. 2017년 1월 ‘불법 인공임신 중절 수술 논란에 대한 해결책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동욱 경기지회장은 "암묵적으로 시행되는 낙태수술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술 건수는 복지부 통계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이라며 "하루 평균 3000명이 낙태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단비뉴스>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사실 확인을 한 결과 당시 낙태수술은 불법이었기에 하루 평균 3000건 낙태수술이 이뤄진다는 발언은 산부인과 의사끼리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수치라는 답변을 받았다.

즉, 하루 3000건의 낙태 추산치는 출처가 불분명함을 뜻한다. 문제는 불분명한 출처의 통계에 기반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발언을 여러 언론사에서 기사로 보도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연합뉴스> <국민일보> <인사이트> 등에서 하루 평균 낙태 건수가 3000건에 이른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추산치를 실었다. 이 기사들은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용돼 한 해 낙태가 110만 건 이뤄진다는 주장을 사실로 뒷받침하게 된다. 왜곡이 왜곡을 증명하는 순환고리를 만드는 셈이다.

두 번째 근거인 2010년 보건복지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수치 또한 왜곡돼 인용됐다. 15~44세 미만의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여성 10명 중 3명꼴(29.6%)로 낙태했다는 통계는 결론적으로 잘못 인용된 것이다. 2010년에 보건복지부가 조사해 2011년에 발표된 이 수치는 당시 법률로 인공임신중절이 제한됐기에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산정했으며, 4000명이 응답했다.

   
▲ 2010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인공임신중절 경험률 수치. ⓒ 2011년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 갈무리

여기서 가임기 여성 29.6%가 낙태 경험이 있다는 통계는 가임기 여성 29.6%가 ‘매년’ 낙태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경험이 있는 가임기 여성이 ‘평생 한 번이라도’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비율을 의미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29.6%의 가임기 여성이 낙태했다는 2010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수치를 가져와 매해 낙태가 일어난 비율처럼 보여줬다. 즉 가임 여성 10명 중 3명이 낙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에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수치라는 점을 들어 신빙성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0년도 인공임신중절 추산 건수는 16만 8000여 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낙태 110만 건이라는 수치와는 6배 넘게 차이 난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2017년 조사해 2018년 내놓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가 있지만, 2011년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2017년 조사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는 평생 한 번이라도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비율을 뜻하는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이 전체 가임기 여성에서는 7.6%, 성경험이 있는 가임기 여성에서는 10.3% 나왔다.

   
▲ 2018년 나온 인공임신중절 경험률 수치와 2011년 나온 인공임신중절 경험률 수치 비교. ⓒ 보건복지부의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갈무리

정리하자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보건복지부 통계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의 정의를 왜곡해 엄청나게 부풀린 낙태 건수를 내놓았으며, 이 통계도 2018년 조사결과보다 훨씬 비율이 높은 2011년 통계를 선택함으로써 고의적으로 낙태 건수를 부풀리려고 한 정황이 보인다. 이에 따라 ‘한 해에 110만 건의 낙태가 진행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2. 미용 성형수술도 건강보험 급여 안 되니까 낙태 수술도 보험 급여 안 된다? → 대체로 거짓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낙태 행위에 관한 의료비를 지원하는 데 반대하면서 “미용 성형수술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인공임신중절에도 보험 급여를 지원할 당위가 없다”고 발언했다. 지난 1월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인공임신중절은) 미용 성형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결정하는 문제다. 치료가 아니므로 건강보험으로 지원할 당위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지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인공임신중절은 미용 성형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결정되는가이다. 두 번째, 치료 목적이 아니면 건강보험으로 지원할 수 없는가이다.

먼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미용 성형수술과 인공임신중절을 같은 선상에 놓는 근거는 “건강보함법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용 성형수술이 질병을 치료하는 필수적인 의료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할지 말지 선택되는 영역이며, 낙태 결정도 이와 같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낙태 수술을 결정하는 여부가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인가.

2018년 나온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33.4%),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32.9%), ‘자녀계획 때문에’(31.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은 연령이 낮거나(24세 이하 52.9%) 미혼 여성(49.9%)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24세 이하 여성이나 미혼 여성이 낙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학업과 직장 생활이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곧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또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는 연령이 낮거나(24세 이하 36.7%) 사실혼·동거 여성(35.0%)에서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결국 생활비를 책임질 수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없으면 임신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 보건복지부가 조사해 2018년 내놓은 임신중단 경험자의 임신중단 이유. ⓒ 보건복지부의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갈무리

이 같은 설문 결과는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이 <한겨레>의 취재에 응하면서 발언했던 내용인 “(인공임신중절은) 미용 성형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결정하는 문제다”라는 주장과는 많이 다르다.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므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발언한 인공임신중절이 개인의 취향에 의한 선택이라는 것은 거짓으로 판정했다.

다음으로, 치료 목적이 아니면 건강보험으로 지원할 수 없는가를 따져 보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건강보험법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기에 인공임신중절에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법의 목적은 무엇일까.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에는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 증진에 대하여 보험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 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협소하게 해석하면 낙태는 질병과 부상이 아니기에 치료 행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1장 총칙 제1조에 명시된 건강보험의 목적. ⓒ 보건복지부

그러나 건강보험법의 원래 목적과는 다르지만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는 질병이 있으면 이 논리는 깨진다. 이미 유산과 난임 시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하물며 남성의 여유증(남자의 가슴이 여자처럼 봉긋하게 나오는 증상) 수술도 건강보험 급여 지급 대상이다. 유산과 난임, 남성의 여유증은 질병 혹은 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된 시술을 받을 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볼 때 낙태는 건강보험법 목적과 부합하지 않기에 낙태는 보험 급여 적용이 불가하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주장은 대체로 거짓에 가깝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한 해 평균 낙태 110만 건”이라는 내용을 검증한 결과 거짓으로 판정했다. 낙태 110만 건이 이뤄진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가 불분명한 출처와 왜곡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근거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하루 3000건이라는 낙태 추산치는 낙태가 불법으로 이뤄지던 시기 산부인과 의사끼리 통계 낸 수치이며 출처가 없다. 두 번째 근거인 여성 10명 중 3명(29.6%)이 낙태한다는 수치는 왜곡됐다. 수치가 인용된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는 매년 29.6%의 가임기 여성이 낙태를 경험했다는 게 아니라 평생 한 번이라도 낙태를 경험한 비율이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미용 성형수술이 건강보험 급여 안 되듯 건강보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낙태 수술도 보험 급여 안 된다”는 주장도 검증 결과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낙태는 미용 성형수술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게 아니며, 치료 목적이 아님에도 건강보험을 지원받는 시술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나온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낙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낙태하지 않으면 해당 여성이 처할 경제적 빈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낙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된 게 아니다. 또한, 이미 건강보험 목적에 부합하지 않지만 이미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유산·난임 시술과 남성 여유증 등의 사례를 통해 낙태 수술에 건강보험 적용 안 된다는 발언 또한 대체로 거짓에 가깝다.

   
 

부족한 취재, 빠듯한 마감, 정파적 편향 등으로 허위조작정보가 뉴스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최근 부상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취재방식에 따라 뉴스를 검증하는 뉴스, ‘단비체크’를 선보인다. (편집자주)

편집: 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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