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체크] ④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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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52개 대학이 탈락했다. 그 중 11개교가 수도권 4년제 대학이었다. 이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36개교의 총장으로 구성된 서울총장포럼은 제22회 서울 총장 포럼 총회에서 수도권 대학이 이번 진단에서 역차별을 받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반발에 교육부와 국회는 번복 결정을 내렸다.

● 서울총장포럼 측은 권역별 평가방식 때문에 수도권 대학이 집중적으로 탈락했고, 평가결과에 따라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수도권 대학이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탈락한 대학에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단비뉴스>의 취재 결과 수도권 대학이 집중적으로 탈락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선정될 수 있었던 수도권 대학이 근소한 점수 차이로 탈락했다는 점은 판정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힌 경우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서울총장포럼 측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다.

 

지난 9월 3일에 발표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에 관한 반발이 거세다. 10월 28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36개교의 총장으로 구성된 서울총장포럼(회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제22회 서울총장포럼 총회에서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에 관해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2022 수능 시험장 풍경. ⓒ <단비뉴스> 유튜브 갈무리

서울총장포럼 총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이 과도하게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미선정 대학으로 결정됐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권역별 대학평가 방식을 도입함으로 인해 전국 단위로 평가했다면 탈락하지 않았을 수도권 대학들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이 되지 못했고, 이것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한 미선정 대학들이 이미지 실추를 겪었으며 3년간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과도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문재인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고려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2018년 평가부터 권역별 평가방식을 도입했다.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부산·울산·경남권, 전라·제주권으로 권역을 분류했다. 당초 권역별 평가와 전국 평가의 할당 비율은 5대 1이었으나 지방대학 소멸이 가속화되자 교육부는 3년 만에 재실시된 올해 진단에서 할당 비율을 9대 1로 상향했다. 이에 먼저 90%를 권역별로 평가하고 남은 10%를 전국 단위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에 관한 수도권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회와 교육부는 11월 16일 번복 결정을 내렸다. 국회 교육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수도권대학의 정원조정, 지방대학 활성화라는 당초 정책 취지와는 어긋난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의 압력에 따라 필요한 정책이 표류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진단평가 발표 번복 사태에 관해 대학 구조조정과 지방대학 육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미루는 것은 인구 감소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수도권 대학과 관련한 세력의 압력에 떠밀린 정치적 결정”이라며 “이 문제는 차기 정부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비뉴스>는 정책 번복을 가져온 서울총장포럼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짚어보았다.

1. 미선정 대학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거짓

▲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 결과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전국에 있는 대학 319개교 중 미참여 대학 34개 교를 제외한 285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 교육부

2021년 대학기본역랑진단은 미참여 대학 34개교를 제외한 285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수도권 대학은 103개교 중 일반대학 11개교와 전문대학 8개교가 탈락해 총 19개 대학이 탈락했다. 탈락 대학 비율은 약 18%이다. 지방대학은 182개교 중 일반대학 14개교와 전문대학 19개교가 탈락하여 총 33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탈락한 지방대학의 비율은 약 18%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탈락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미선정 대학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단평가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각 대학을 등급별로 평가한다. 평가 방법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이뤄지는데,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분리해 각각 평가한다. 정량평가에는 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교육비 환원율 등이 있다. 정성평가는 전문가 270명이 정성 지표를 중심으로 정원감축 이행 여부, 부정, 비리 등의 사안에 따라 대학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대학에 개별적으로 통보된다.

▲ 2019년 정부 대학 재정지원 현황. 4년제 대학 일반지원 비중이 45.1%인 것을 볼 수 있다. ⓒ (사)대학교육연구소

역량진단에 통과한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을 받는다. 2021년 일반재정지원에 선정된 4년제 대학은 연간 40억~50억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전문대에는 연간 37억여 원의 지원급이 투입된다. 반면 탈락한 대학은 향후 3년간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 일반재정지원은 대학 재정지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정부 대학 재정지원 현황을 보면 일반재정지원이 43.1%였고 학자금 지원 31.2%, 국공립 지원 25.6% 순이었다. 대학 재정지원에서 가장 큰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평가 결과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재정지원에 미선정된 대학들도 그 이외의 지원은 받을 수 있다. 특수목적 재정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도 가능하다. 다만 학자금 대출 50% 제한 및 국가장학금 일부 제한, 학자금 대출 및 국가장학금 전면 제한 조치를 받은 학교들은 특수목적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은 정도에 따라 50~100% 제한된다.

2. 근소한 점수 차이로 떨어졌다? 판정 불가

이번 진단에서 수도권 대학들이 지방대학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다는 주장은 검증하기 어렵다. 대학 성적표는 각 대학에 개별적으로 통보되고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보통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로 탈락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는 심사위원의 평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대학 간 비교가 어렵다.

다만 평가지표 중 하나인 신입생 충원율을 볼 때 수도권 대학이 지방대학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 전략>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미충원 인원은 4만 586명이었다. 이 가운데 지방대학의 미달 인원은 3만 458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미달 인원의 59.6%인 2만 4190명은 전문대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수도권보다 지방 소재 전문대가 신입생 충원율에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수도권 일반대 충원율은 99.2%였다. 반면 지방 일반대는 92.2%, 수도권 전문대 86.6%, 지방 전문대 82.7%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3.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받았다? 대체로 거짓

수도권 대학은 지방대학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 혜택을 누려왔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대학교육연구소의 <정부 대학 재정지원 분석>을 보면 대부분의 정부 지원이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정부의 대학 지원은 일반재정지원, 연구개발 지원이 있다. 교육부 외에도 각 정부 부처가 별도로 집행하는 지원금도 있다. 일반재정지원 사업은 사용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지원금이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225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반면 지방대학은 대학당 121억 원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지원금을 받았다. 연구개발 지원금은 연구개발이라는 특수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이다. 수도권 대학은 149억 원을 받았지만, 지방대학은 52억 원을 받는 데 그쳤다.

▲ 2019년 부처별 대학 지원금. ⓒ (사)대학교육연구소

부처별 지원금도 수도권 편중 현상을 보였다. 2019년 교육부 외 부처 지원금의 총액은 2조 8천억이다. 수도권 대학의 대학당 지원액은 136억 원이다. 반면 지방대학은 54억 원을 받았다. 지방대학이 받는 지원액은 수도권 대학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삼호 연구원은 “지난 70년 동안 이어져 왔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의 역량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4. 수도권 대학 탈락으로 낙인이 찍혔다? 대체로 거짓

서울총장포럼은 낙인효과를 우려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의 낙인효과는 크지 않으며 오히려 지방대학의 낙인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수시모집에서 일반재정지원에서 탈락한 4년제 대학의 경쟁률은 6.7대 1이었다. 지난해 7.4대 1에서 다소 떨어진 수치이다. 이중 수도권 대학은 9.4대 1에서 8대 1로 감소했다. 그러나 탈락한 대학 가운데 오히려 경쟁률이 오른 경우도 있었다. 수원대의 수시 경쟁률은 13.5대 1로 지난해 경쟁률인 11.4대 1보다 올랐다. 용인대는 10.8대 1, 한세대는 10.2대 1, KC대는 5.6대 1로 나타났다. 모두 수도권 대학들이다.

의외의 탈락 대학이라는 인하대와 성신여대는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하대는 14.8대 1에서 12.5대 1로 감소했고, 성신여대는 12.9대 1에서 10.5대 1로 감소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탈락의 후유증이 있어도 수도권 대학에 관한 세간의 인식은 잘 변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수험생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재정지원에서 탈락한 지방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4대 1에서 2.9대 1로 하락했다. 수도권 대학보다 경쟁률이 낮았고, 일반재정지원 탈락 이후에는 더 하락했다. 지방대학에도 편차가 있었다. 경북 대신대는 1.5대 1의 경쟁률을 유지했다. 반면 충북 중원대는 3.7대 1에서 2.2대 1로 감소했다.

결론: 지방대 육성과 대학구조조정 병행의 필요성

수도권 대학들의 압력에 의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가 무효가 된 이번 사태는 교육 정책이 이익집단에 굴복하는 사례이다. 지방대학 육성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과 지방대학 육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권역별 평가 결과를 원점으로 돌린 것은 인구 감소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이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학령인구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 전략>에 따르면 2021년 학령인구는 47만 6259명이며 대학 입학정원은 47만 4180명으로 대학 정원과 학령인구가 비슷하다. 당장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학입학 정원이 학령인구보다 많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수능을 치르는 18세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 명에서 2030년 46만 명으로 감소하고, 2040년에는 28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 소멸은 빨라지고 있다. 2020년 4년제 대학 미충원 인원은 1만 6432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대비 4.5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그런데 미충원 인원 1만 6432명 중 1만 5432명이 지방대학에서 발생했다. 지방대학 소멸은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난 70여 년간 수도권 대학에 정부 지원이 편중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바로잡는 정책에 관해 서울총장포럼이 제기한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수도권 대학이 대거 탈락한 결과는 사실이 아니다. 또한 근소한 점수 차이로 떨어졌다는 주장은 검증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수도권 역차별론도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에 관한 정부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서울총장포럼에서 제기된 주장에 관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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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김병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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