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강훈 기자

▲ 강훈 기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커넥트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꾼다고 선언한 후 관련 업계의 술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어로 이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는 저커버그의 지향점을 상징한다. 그는 “앞으로 메타버스(Metaverse) 서비스를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핵심 기술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에 엄청난 투자를 한 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메타버스가 이용자 10억 명을 확보하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사명 변경을 발표하며, 이제 메타버스를 실현한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메타버스는 현실과 융합된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아바타(분신)를 통해 현실과 다른 삶을 즐길 수 있는 제페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이상적인 나’를 만들고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과 자유롭게 어울린다. 네이버 계열인 제페토는 등장한 지 3년여 만에 전 세계 가입자가 2억 명을 훌쩍 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메타버스의 급성장 배경에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의 도약과 코로나19가 있다. 대용량 데이터 전송 기술과 스마트폰은 음성과 이미지로 소통하는 일을 쉽게 만들었고,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대면 활동 수요는 메타버스에 날개를 달았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의 자유를 확장하고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 교통난에 시달릴 필요 없이 메타버스에 구현된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가상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 물리적 캠퍼스 없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이 대표적 사례다. 

직장과 학교 등을 위해 꼭 특정 도시에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면 ‘백약이 무효’였던 서울의 부동산 가격상승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지 모른다. 또 VR·AR이 고도로 구현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고소공포증, 공황장애, 치매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장애인·노약자가 메타버스에서 거친 스포츠와 여행, 모험을 즐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제조와 수리, 수술, 산업안전 분야의 정밀도를 높이고 화재진압 등 고난도 훈련을 저비용·맞춤형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확장될 세상이 장밋빛으로만 그려지진 않는다.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 있고 기술기업의 독과점 등으로 불평등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가상세계 안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도 있고, 현실을 외면한 채 가상세계에만 몰입하는 중독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하우겐이 폭로한 것처럼, 빅테크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이용자에게 해악을 끼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증오 발언이나 폭력적 게시물을 방치했고,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메타버스가 아직 성장 초기이며, 새로운 질서와 규제를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메타버스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 된다. 우리가 민첩하고 섬세하게 대응하면, 현실의 많은 난제를 해결하면서 자유를 확장하는 ‘멋진 메타버스’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 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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