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대학 주변 식당 활기…“확진자 오면 어쩌나” 우려도

지난 1일 충북 제천의 세명대학교 후문 일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불을 밝힌 술집들이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되면서 대학 강의가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됐고, 식당과 술집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명대 후문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의 한 호프집은 1단계 일상회복 첫날부터 만석이었다. 술집 안에는 모든 테이블에 빈 술병들이 즐비했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신이 난 학생들의 수다가 섞이며 대학가 특유의 활기로 가득 찼다.

▲ 세명대학교 후문 인근의 한 호프집. 대면강의 시행으로 학생들이 돌아오면서 가게는 15개 테이블이 모두 만석이었다. ⓒ 김정산

대학가의 주인, 학생들이 돌아왔다.

“이제는 희망이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10개월 동안 진짜 말도 못할 만큼 힘들었어요. 이제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보다는 장사도 좀 더 잘되고 있으니 열심히 해야죠.”

학생들이 가득한 것은 다른 곳도 비슷했다. 세명대 후문에 있는 고깃집 ‘돈마을’에도 식사와 술을 즐기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김남희(38) 사장에게 지난 1년 10개월은 악몽 그 자체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학이 비대면강의 체제에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손님의 99% 이상이 대학생인 식당으로서는 특히 치명적이었다. 월세 등 유지비를 감당하려니 수익이 남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씨는 다시 힘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영업시간도 새벽 2시까지로 늘려 손님을 맞이할 계획이다. 

돈마을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수원지동순대국밥’을 운영하고 있는 정순분(59)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역시 학생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세명대 후문에서 도보 15분 거리이긴 하지만 직접 우려낸 국물과 삶아낸 고기로 입소문이 나 손님의 50~60%는 학생이었다.

지난 1년 10개월 동안 정 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게 월세였다. TV나 뉴스에는 ‘착한 건물주’라며 월세를 받지 않거나 깎아준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 씨에게는 ‘TV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손님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지만 월세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최대 12명까지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다. 이전처럼 재료가 남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앞으로도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맞이할 생각이다.

▲ ‘수원지동순대국밥’ 대표 정순분(59) 씨가 전골을 내놓고 있다. 지나간 시간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에 웃음꽃이 피었다. ⓒ 김정산

일상회복 반기면서도 ‘또 영업 제한 가능성’ 우려도 

“예전에 명동 일대에서 확진자가 6명이 나와서 문을 닫았었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또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제천 시내의 명동에서 ‘명동포차’를 운영하는 홍남표(46) 씨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다. 모임이 자유로워지니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커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확진자가 손님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 사장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올해 2월 11일까지의 약 3개월이 최대 고비였다. 아예 가게문을 열지 못했다. 이유는 명동 일대에서 확진자가 6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명동 일대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었는데 아예 영업 제한이라는 악재가 겹치니 빚은 단숨에 3천만 원이나 불어났다. 장사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아직도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영업 제한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금의 일상회복 조치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 제천시 남천동에 있는 밥딜런LP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비수도권 12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져 7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 김정산

‘뿌리박힌 배달문화’, 앞으로 바뀔까?

지금 상황을 기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홍 사장만이 아니었다. 남천동에서 ‘밥딜런’이라는 LP바를 운영하는 김성삼(55) 씨도 여전히 복잡한 마음이다. 사람들이 그동안 배달음식에 익숙해지면서 술집을 찾는 문화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년 전 남천동에서 영업을 시작한 김 씨는 개업 1년 만에 코로나19가 발생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 시간이 더 길었다. 일상회복 첫날부터 단체 손님이 찾아와 기쁘기는 하지만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게시·안내, 출입자 명부 관리 등의 기본방역수칙은 기존과 같이 유지된다. 사적 모임의 경우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까지 허용한다.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도 해제됐다. 하지만 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이 어려운 식당·카페 등에서는 4명으로 계속 높은 수준의 인원 제한이 적용된다.

정부는 일상회복 이행을 위해 △거리두기 체계 개편 △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 △의료대응체계 구축 △방역대응과 해외 입국 관리 △백신접종과 치료제 활용 등의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일상회복 1단계에서는 감염 위험도가 높은 유흥업소·노래연습장의 영업시간은 밤 12시로 제한된다. 반대로 감염위험도가 낮은 영화관·PC방 등의 시설은 시간제한 없이 운영 가능하다. 2단계부터는 위험도 낮은 시설에서는 취식도 가능해진다. 유흥업소 등의 고위험시설도 영업시간이 자유로워질 예정이다.


편집: 강훈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