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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에서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

기사승인 2021.10.20  10: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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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wndnjs0929@hanmail.net

- [단비✓체크] ② <뉴시스>의 보도와 이용호 의원의 인터뷰 검증

바쁜 당신을 위한 Fast Danbi Check

● <뉴시스>는 지난 9월 'SNL 코리아 리부트'가 방영된 후 문재인 정권에서 사라진 풍자 개그가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보단 찬양하는 내용이 많아진 것,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팬덤 정치"를 들었다.

● 이용호 의원은 지난 9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대표적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유로 "정치 편향성을 통한 억지 웃음"을 들었다. 또한, 개그맨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있고, 이러한 편향성이 개그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 풍자 개그가 사라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찬양이나 팬덤 정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누군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개그 소재를 쓸 수 없는 시대적 환경과 풍자 개그의 낮은 수준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개그맨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로 보기 어렵다.

 

풍자는 정치권력이나 기득권층의 오만과 무능, 구태와 부조리함을 예리하게 비틀고 대중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묘미 중 하나는 권력을 풍자하는 일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5공 시대’를 청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고(故) 김형곤 씨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과 ‘탱자 가라사대’ 같은 풍자극이 처음 나왔다.

   
▲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5공 시대’를 청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나온 풍자극들. ⓒ KBS 크큭티비 갈무리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SNL 코리아’ 등이 신랄한 풍자 개그 코너를 선보였고,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지금 TV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풍자 개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지난 9월 쿠팡 플레이를 통해 돌아온 ‘SNL 코리아 리부트’가 전부다.

‘SNL 코리아 리부트’의 부활을 놓고, 민영통신사 <뉴시스>는 “문재인 정권 들어 사라진 풍자 개그가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풍자 개그가 사라진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찬양하는 내용이 많아진 것” 그리고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팬덤 정치”를 들었다.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개콘 부활을 촉구해왔던 이용호 국회의원(무소속)도 지난 9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개콘이 폐지됐던 이유로 "정치 편향성을 통한 억지웃음"을 들었다. 그는 또한 "개그맨들도 진영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전 정부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나. 현 정부도 우호적인 사람을 보이지 않게 발탁을 해주고 있다. 그런 시도가 있다 보니 개그라는 분야가 순수하지 않게 보인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단비뉴스>는 현 정권 들어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는 보도의 사실 여부와 함께, 풍자 개그가 사라진 이유에 대한 뉴시스의 보도와 이용호 국회의원을 발언을 팩트체크 했다.

1. 문재인 정부 들어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 → 사실

최근 10년 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의 주된 풍자 대상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이었다. 해당 시기 지상파에서는 SBS의 웃찾사와 KBS의 개콘이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대표 코너로는 웃찾사의 ‘LTE 뉴스’ ‘내 친구는 대통령’ ‘살점’ 등이 있었고, 개콘은 ‘사마귀 유치원’ ‘민상토론’ ‘대통형’ 등을 들 수 있다.

   
▲ 박근혜 정부 시절 풍자 개그로 큰 인기를 끌었던 ‘LTE 뉴스’와 ‘민상토론’. ⓒ SBS Entertainment 유튜브, KBS 크큭티비 갈무리

‘LTE 뉴스’는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정치인들의 발언과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등을 풍자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듬해 갑작스럽게 코너가 폐지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박근혜 정부의 ‘외압설’이 제기됐다. 몇몇 방송분이 SBS 홈페이지는 물론 유료 VOD와 유튜브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LTE 뉴스는 2016년 11월 다시 무대에 올랐고, 첫 방송에서부터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문제와 100만 촛불 민심 등을 다뤘다. ‘외압설’에 대해 당시 웃찾사 PD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 내용 중에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어 삭제한 것이지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웃찾사에 ‘LTE 뉴스’가 있다면 개콘에는 ‘민상토론’이 있었다. 사회자인 박영진과 토론자로 나선 유민상, 김대성이 정치‧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설정해 우회적으로 풍자하는 코너였다. 민상토론은 메르스 사태가 전개되던 초기에 필요 없다던 마스크를 착용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진이 공개돼 입방아에 오른 상황을 풍자했다. 이 내용은 이후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제재 후 다음 방송분이 결방하면서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제작진은 “정치적 문제 때문에 결방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케이블에선 ‘여의도 텔레토비’를 방영한 SNL이 대표적이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방영한 여의도 텔레토비는 각 캐릭터를 대선 주자들에 빗대 현실 정치를 절묘하게 비틀었다. 하지만, 풍자의 수위가 높았던 탓인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청와대가 직접 이 코너 제작진의 성향을 조사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JTBC는 2016년 11월 24일 ‘뉴스룸’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와 관련해 제작진의 성향을 조사하는 등 외압 의혹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 JTBC는 2016년 11월 24일 방송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를 만든 제작진의 성향을 조사하는 등 외압 의혹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 JTBC 유튜브 갈무리

이후 CJ E&M 측이 원고를 사전 검토하기 시작했고, 제작진은 이를 ‘검열’로 받아들였다. 논란 끝에 해당 코너는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SNL은 멈추지 않았다. 2016년 제19대 대선에서 다시 독보적인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대선 후보들을 당시 인기를 끌었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빗대 패러디했다. 각 후보가 이를 연기하는 출연진과 직접 대면하는 깜짝 만남도 성사됐다.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풍자 코너가 등장해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정치를 소재로 한 풍자콘텐츠를 찾기가 어렵다.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유튜브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를 다룬 풍자 개그는 ‘SNL 코리아 리부트’가 유일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 들어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는 <뉴시스>의 보도는 ‘사실’로 판정했다.

2. 개그맨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있다? → 대체로 거짓

개콘 폐지의 이유로 “정치 편향성을 통한 억지웃음”을 들면서 개그맨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있다고 발언한 이용호 국회의원에게 주장의 근거를 듣기 위해 지난 13일 의원실에 전화했지만, 국정감사 기간이라 당분간 답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이 의원의 말과 관련, 개그맨들의 정치성향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조사했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말 ‘연예계 좌파실태 및 순화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좌파 연예인’들의 실태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친정부 성향의 연예인을 육성하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국정원은 보고서에 연기자 L 씨와 C 씨를 지목해 ‘건전 연예인’, 즉, 우파 연예인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개그맨 S 씨와 C 씨 등을 비롯한 일부 연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좌파 연예인의 대항마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만든 연예계 좌파실태 및 순화방안 보고서. ⓒ SBS 8시 뉴스 유튜브 갈무리

박근혜 정부 때는 무려 9000여 명에 가까운 문화예술인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19년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피해인사는 8931명, 피해단체는 342개에 달했다. 이들 보수 정권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개그맨은 김미화 씨를 비롯해 노정렬‧황현희‧김구라‧박미선‧박명수 등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지난 2월 16일 ‘MB‧朴 블랙리스트서 화이트로…정권 바뀌자 한자리씩 꿰찼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는 총 10명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현재 모습을 소개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개그맨 가운데 정권 교체 이후 공직을 맡은 건 김미화 씨가 유일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안산시 산하기관인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머지는 이렇다 할 정치참여가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이것 하나만으로 개그맨들이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는 주장을 온전한 사실로 보기는 힘들다.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개그맨들은 전체 개그맨 중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것도 정부 기관이 임의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검증을 위해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봤다. 코미디 프로그램 폐지와 함께 많은 개그맨이 유튜브로 유입됐는데, 유튜브는 비교적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50개를 구독자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해 살펴봤다.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인 ‘흔한남매’ ‘엔조이커플’ ‘피식대학’ ‘동네놈들’ ‘낄낄상회’는 주로 음식을 먹는 방송(먹방)이나 개그 몰카, 일상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다뤘다. 50만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한 ‘1등 미디어’ ‘양세브라더스’ ‘주간 이상준’ 등 다른 채널도 모두 콩트나 개그 몰카 등을 다뤘다. 50개의 채널 중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낸 채널은 개그맨 김영민의 ‘내시십분’과 최국의 ‘최국의 가짜뉴스(보수적 성향)', 강성범의 ‘강성범 TV(진보적 성향)' 정도였다.

   
▲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채널을 운영하는 개그맨들. 위에서부터 차례로 ‘내시십분’, ‘최국의 가짜뉴스’, ‘강성범 tv’이다. ⓒ 각 채널 유튜브 갈무리

내시십분은 주로 여당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다루지만 다른 보수성향 유튜버보다 수위가 낮다. 개콘 폐지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코미디 엔터 사업’이라는 제도의 문제를 통해 비판했다. 10월 기준 1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국의 가짜뉴스의 주된 콘텐츠도 여당 비판이다. ‘감정조절 안 된다는 이재명. 진짜 화내야 할 때는 껄껄껄!’ ‘한국에서 꿀 빨고 있는 100명의 좌파들 음원공개’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0월 기준 1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강성범 TV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성향 인사들이나 검찰 등에 비판적 성향을 띤 채널이다. 고급 정치 비평을 신조로 하고 있으며 “극우분들은 뒤로 가기 해주세요”와 같은 문구를 채널 메인에 담고 있다. 이 세 채널 가운데 강성범 TV의 구독자 수가 37만 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은데,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만큼 인지도의 차이가 구독자 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개그맨들은 정치보다는 일상적 소재의 개그를 통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위 내용을 종합했을 때 이용호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직접 자신의 정치성향을 밝힌 개그맨이 극소수이고, 정치 성향에 따라 구체적으로 나뉜 개그맨 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는 했으나, 개인의 정치 성향에 대한 국가기관의 임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3. 개그맨들의 정치 편향성 때문에 개그콘서트가 사라졌다? → 대체로 거짓

이용호 의원의 또 다른 발언으로, “나중에 보니까 개그콘서트가 없어진 이유 중 하나가 너무 특정 정치인과 관련,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그분들을 띄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 편향성을 통한 억지웃음으로 실망했던 사람이 있었다”라는 부분도 검증했다.

실제, 개콘은 ‘검찰개혁’을 소재로 한 풍자 코미디를 선보여 정치편향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개콘의 ‘주간 박성광’은 미완성 대본에 방청객이 직접 대사를 채우게 한 후 즉석에서 연기하는 방식이었는데, 2020년 1월 25일 방영분에서 한 방청객이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다”는 선일의 다음 대사 자리에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후 개그맨들은 잠시 난감한 모습을 보이다 한 명씩 “우린 모르겠다”고 도망가면서 코너가 끝났다. 관객의 돌발 참여로 예측불허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게 목표지만,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국민 모두에게서 소중한 수신료를 걷어가면서, 일부를 위한 편향적인 방송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정치 편향성 논란을 빚은 개콘의 ‘주간 박성광’ 코너. 미완성 대본을 방청객이 완성해 즉석에서 연기하는 방식이다. 이날 방송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단어가 적혀있어 논란이 됐다. ⓒ KBS Entertain 유튜브 갈무리

다만, 편향적인 풍자 개그가 개그맨들의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개콘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뿜 엔터테인먼트’로 인기를 얻었던 김원효 씨는 지난 6일 <단비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개그맨들은 웃긴 거 하고 싶지 풍자는 전혀 하고 싶지도, 생각도 안 한다”며 “웃긴 거 만들어 놓으면 방송국이나 풍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 색깔에 맞게끔 입힌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너의 정치 편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개콘이 폐지하게 된 더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시청자들의 성인지감수성이나 개그 소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인식해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만한 소재를 찾다 보니 외모 개그나 남녀의 성적 차이를 보여주는 개그, 지역별 사투리 비교 등을 다룰 수 없게 됐다. 개콘의 원종재 PD는 1000회 특집 기자회견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에 했던 코미디 소재를 더는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우리는 재밌자고 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더는 안 된다. 자극적인 소재로 코미디를 할 수 없어서 더 힘들어진 건 맞다”고 밝혔다.

풍자 개그의 수준 역시 꾸준히 지적을 받아 왔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풍자 개그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외형을 흉내 내거나, 말투를 따라 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풍자를 하려면 정치나 우리 사회의 구조를 굉장히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개그맨들이 해왔던 풍자의 수준은 너무 일차원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은 썩었다는 정도의 수준으로 수십 년째 비슷하게 계속하고 있으니 현재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풍자 개그가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개그콘서트라는 거대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 이유 중 하나가 정치 편향성 때문이라는 주장보다는, 시청자의 민감도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 구식 개그 소재로 인한 웃음 부재와 풍자 개그의 낮은 수준이 더 설득력이 있어 이용호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4. ‘팬덤 정치’가 풍자 개그에 영향을 미쳤다? → 절반의 사실

<뉴시스>는 풍자 개그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로 ‘팬덤 정치’를 꼽았다.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했고 풍자를 모욕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풍자하면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 3년 만에 개콘에 복귀한 김원효 씨가 2018년 선보인 1인 스탠딩 형태의 코너. 지방선거 당선 직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터뷰 거부 사건을 풍자했는데, 이 지사를 지지하는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 KBS Entertain 유튜브 갈무리

실제로 지난 2018년 3년간 개콘을 떠났던 김원효 씨가 복귀하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라는 풍자 코너를 시작했다. 김원효 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방선거 당선 직후 방송사 인터뷰 도중 연결을 끊으며 인터뷰를 거부한 사건을 풍자했는데, 이 지사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고 해당 코너는 한 달 만에 폐지됐다. 

개그맨 김영희 씨도 2019년 10월 팟캐스트 ‘육성사이다’에서 출연진들과 ‘금수저’를 주제로 농담을 주고받다가 “지금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조국 딸 느낌 나요. 박탈감 느껴요”라고 말했다가 청취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김영희 씨의 사과에도 비난은 계속됐고 결국 ‘육성사이다’ 측은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개그맨 황현희 씨는 2019년 10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예전보다 전체를 만족시키는 코너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다소 정치풍자가 시들해진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 군부독재 정권처럼 누가 봐도 잘못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많이 없어졌고, 한쪽 편을 들다 보면 다른 한쪽의 항의를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시청자들이) 코미디나 이런 방송의 내용을 보는 것보단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많이 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정치인을 풍자했을 경우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해당 개그맨을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면서 프로그램의 폐지나 방송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팬덤 정치가 풍자 개그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코미디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시청자의 감수성 변화와 저조한 시청률,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 풍자 개그의 낮은 수준과 거세진 팬덤 정치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풍자 개그’는 과거보다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개그맨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있거나 특정 정치인을 띄워주는 등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정치 개그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단비뉴스>는 지난 9월 <뉴시스> 보도에서 나온 “문재인 정부 들어 풍자 개그가 사라졌으며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찬양이 많아진 것,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팬덤정치 때문”이라는 내용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다. 또 이용호 국회의원이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개그맨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있고, 이런 편향성이 개콘 폐지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부족한 취재, 빠듯한 마감, 정파적 편향 등으로 허위조작정보가 뉴스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최근 부상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취재방식에 따라 뉴스를 검증하는 뉴스, ‘단비✓체크’를 선보인다. (편집자주)

편집: 최은솔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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