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체크] ①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석탄발전소 관련 발언

부족한 취재, 빠듯한 마감, 정파적 편향 등으로 허위조작정보가 뉴스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최근 부상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취재방식에 따라 뉴스를 검증하는 뉴스, ‘단비체크’를 선보인다. (편집자주)

 

바쁜 당신을 위한 Fast Danbi Check

●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작하면서 불가피하게 석탄발전소를 더 지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이명박 정부 당시 그린뉴딜(녹색성장) 사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고 발언했다.

● 석탄발전소 신축 및 폐지 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폐쇄되거나 건축된 발전소 계획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수립되고 진행되어오던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 번도 줄었던 적이 없다.

●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원전 가동률이 떨어진 건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원전 결함을 수리하기 위해 정비일수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정비가 끝난 원전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2019년에는 원전 가동률이 증가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된 논리다.

원희룡 예비후보(전 제주도 지사)는 야당 후보로서는 드물게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대표공약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새로운 에너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석탄발전과 탈원전의 관계를 연관시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위해 더 큰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그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 후보는 지난 9월 19일 경제매체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정부 들어서 신규 원전 계획과 충남 지역의 석탄 발전을 없애고 강원도(고성 강릉 삼척 등)에 더 큰 석탄 발전소를 짓다가 국제적으로 ‘기후악당’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 지난 4월 15일 ‘국민의힘-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 정책협의’에서 발언하는 원희룡 예비후보(왼쪽). ⓒ 연합뉴스

이에 앞서 지난 4월 15일 열린 ‘국민의힘-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 정책협의’에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증감량’ 그래프를 제시하며 탈원전과 온실가스 증가의 관계를 더욱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50조원 규모의 그린뉴딜을 단행해서 76만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낳으면서 동시에 매년 획기적인 탄소 감소 그래프를 그려왔습니다. 마이너스까지 증가율이 내려갔는데, 2016년에서 2017년 보면 탄소가 갑자기 급증합니다. 그랬다가 2018년에 내려오는데요. 이와 관련된 이유를 아셔야 됩니다. 2017년 들어오면서 바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서 석탄과 가스 발전소를 가동해야 했기 때문에 탄소가 갑자기 배출 증가율이 늘었습니다.”

원희룡 후보는 지난 8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남은 경선기간 동안 제1야당 대선 예비후보 4인 가운데 한명으로서 더 많은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 공약에 관해서는 ‘탈석탄’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당원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1. 현 정부가 신규 원전과 충남 지역 석탄 발전을 없앴다? 
→ 절반의 사실

우선 <단비뉴스>는 지난달 28일, 사실 확인을 위해 원희룡 후보 측에 석탄발전소와 온실가스 발언에 관한 근거와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다음날, 원희룡 후보 캠프 공보팀으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원 후보 측은 <조선비즈> 인터뷰 내용과 기후변화 정책협의 내용에 관해 “해당 발언은 그대로 봐주면 될 것 같다”며 추가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원희룡 후보의 발언 중 문재인 정부가 신규 원전 계획을 없앴다는 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여전히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관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 충남 지역의 석탄 발전소를 없애고 강원도 고성, 강릉, 삼척에 큰 석탄 발전소를 짓고 있다는 발언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충남 지역의 석탄발전소가 폐지된 것은 사실이다. 2017년 5월 이후 폐지된 석탄 화력 발전소는 총 8곳인데, 이 중 충남 지역 발전소가 총 4기였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 영동 1·2호기, 경남 삼천포 1·2호기, 충남 서천 1·2호기와 보령 1·2호기가 폐지됐다.

하지만 석탄 발전소 8기의 폐지는 이번 정부 들어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2016년 7월 6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사장단이 참석한 ‘석탄화력발전 대책회의’ 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 후 30년 이상 경과된 10개 노후발전소를 폐지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폐지 대상에는 서천1·2호기, 삼천포1·2호기, 호남1·2호기, 보령1·2호기가 포함됐다. 영동 1·2호기는 2017년 석탄 폐지 후 바이오매스(우드펠릿) 전환 대상으로 지정했다.

▲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계획 및 노후 발전소 폐쇄 현황 정리. ⓒ 강훈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며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계획에 다소 변동이 생긴다. 석탄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9년 11월 1일, 제3차 미세먼지특별위원회에서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폐쇄시기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2016년에 수립한 계획보다 현 정부가 폐쇄 일정을 앞당긴 발전소 사업은 보령1·2호기이다.

지금 정부 들어 폐지된 석탄 발전소 8기 모두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였고, 그 폐쇄 계획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결정해온 사안이었다. 이번 정부는 폐쇄 시기만 앞당겼다. 따라서 원 후보의 발언은 절반의 사실에 가깝다.

2. 강원도에 더 큰 발전소를 짓다가 기후악당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 대체로 거짓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건설이 진행된 석탄발전소는 7기다. 신서천화력과 고성하이 1호기는 준공됐고,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발전소는 고성하이 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다. 2017년 취임 당시 이미 97% 이상 공사가 진척됐던 북평화력 2호기와 신보령화력 2호기는 제외하고 집계됐다.

신규 발전소가 폐쇄된 발전소에 비해 더 큰 발전용량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7기의 신규 발전소 모두 발전용량 1000메가와트(MW)~1050MW 크기다. 반면 2017년 이후 폐쇄된 석탄발전소는 모두 560MW 이하의 발전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신규 석탄발전소를 지었다는 원 후보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석탄화력 발전소에 관한 신규 허가는 없었다. 신규 석탄발전소 7기의 건설계획은 이전 정권에서부터 진행되어왔다. 2013년 2월 이명박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발전소 건설 계획이 반영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로 넘어와 신규 발전소 7기는 발전(전기)사업허가를 취득한다. 

▲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계획 정리. ⓒ 강훈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불리게 된 것 역시,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다. 2016년 4월 11일, 국제기후전문매체인 클라이밋홈뉴스(Climate Home News)는 클라이밋 액션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 CAT)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기후악당으로 지목하며, <한국은 2016년 기후악당국을 이끌고 있다(South Korea leads list of 2016 climate villains)>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이 기후악당 국가들을 대표하게 된 이유도 자세히 나와 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포럼 21개국 가운데 1인당 탄소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2035년에는 미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CAT는 예상했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공적자금의 석탄산업 지원과 제자리걸음인 한국의 탄소감축량도 크게 작용했다. 

정리하면, 석탄발전소 신규 설치계획도 폐지계획과 마찬가지로 이전 정부에서 계획된 사안이며 기후악당국가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2016년부터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더 큰 석탄발전소를 짓다가 기후악당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는 원 후보의 말은 대체로 거짓에 가깝다. 

3. 이명박 정부 그린뉴딜 사업으로 온실가스가 감소했다? 거짓

원희룡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그린뉴딜을 단행해서 매년 획기적인 탄소 감소 그래프를 그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증거로 들고 나온 자료는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아닌,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감률(그래프1)이었다. 또한 제시한 1인당 증감률 자료마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수치(그래프3)는 일부러 생략되어 있었다. 2009년과 2010년 사이 1인당 배출량이 크게 증가한 것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 지난 4월 15일 원희룡 후보가 제시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증감량 그래프(첫번째),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두번째),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배출량 증감률(세번째). 2019년 온실가스 관련수치는 아직 공식 발표된 수치가 존재하지 않아 환경부 추정치를 대입함. ⓒ 원희룡 후보 블로그,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

결론부터 말하면, 이명박 정부 당시 그린뉴딜 사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는 원 후보의 발언은 거짓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다(그래프2).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 9800만 톤(t)에서 6억 5630만t으로 전년 대비 약 9.8% 증가했다. 2006년에서 2009년까지 전년대비 온실가스 증가율이 3%대 아래로 유지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크게 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는 2008년부터 2013년이다. 5년 임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온실가스배출량이 줄어든 시기는 한 번도 없었다. 원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제시한 1인당 온실가스 증감률도 2010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2011년의 온실가스 증가율이 낮아서 떨어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2011년에도 전년도에 비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증가했다. 

4.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때문에 온실가스가 늘어났다?
→ 대체로 거짓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7년 들어 급증했다는 원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다. 2016년 대비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621만t이 늘었다.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의 가동이 증가한 것도 맞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그 원인은 아니다.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건 신규 석탄발전소 6기가 준공되어 가동됐기 때문이다. 같은 해 폐지된 3기의 석탄발전소 용량은 총 525MW, 신축 석탄발전소 용량은 총 5114MW이었다. 2017년 한 해에만 석탄발전소 규모만 4589MW가 늘어났다. 해당 신규 석탄발전소의 가동계획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확정되어 건설이 진행됐고, 원전과는 무관하게 발전소 사업 계획대로 진행된 것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이 떨어졌고, 2019년에 다시 원전 가동률을 높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진 이유는 원전 정비일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일부 원자력 발전소 격납건물 철판부식 및 콘크리트 결함 등에 관한 보정 조처가 있었다. 문제가 생긴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고 정비에 들어갔다. 이에 원전의 정비일수는 늘어났고, 전체 원전 가동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은 발전설비 운영의 효율성과 활용도를 나타내는 지표, ‘가동률’은 연간 가동 시간에 관한 발전소의 실제 가동시간의 비율로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안전 점검을 시작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원전의 이용률과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 2019년부터는 안전점검이 끝나고 다시 이용률과 가동률이 70%대로 증가했다. ⓒ 한국수력원자력

판정결과: 대체로 거짓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에너지 정책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정치권을 향해 적극적인 환경대책을 요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500명 가운데 ‘현재 대선 준비 중인 후보, 정당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보세요?’라는 문항에 70%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원희룡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증가에 주목했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통해 탈원전 속도를 늦추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한 미래 원자력 기술에 정부가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사실에 기초한 그의 발언은 많은 오류를 낳았다. 현 정부에서 진행한 석탄발전소 폐지 및 신축 계획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계획된 사업이었고, 이명박 정부 당시 그린뉴딜(녹색성장) 사업 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났다. 또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온실가스가 증가한 게 아니라 신규 석탄발전소 6기의 가동이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렸다. 그가 주장한 탈원전 정책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사이의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여 <단비뉴스>는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 19일 <조선비즈> 인터뷰와 4월 15일 ‘국민의힘-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 정책협의’에서 한 발언에 관해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 


편집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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