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콘텐츠] ➀ 장해랑 교수 ‘지금은 다큐멘터리 시대’

디지털모바일 시대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된다. 레거시미디어는 생존 기로에 서 있다. 이 시대에 콘텐츠는 무엇인가. 제작자는 무엇을 고민하며, 어떤 기술과 실험으로 세상을 그려내는가. 콘텐츠는 시대정신을 담는다. 제작자는 시대를 읽는다. 오늘을 대표하는 콘텐츠와 제작자를 초청해 진행하는 <방송제작세미나> 강의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1인칭 다큐, 체험 다큐, 애니메이션 다큐, 인터랙티브 다큐, 다큐 소프, 다큐 버라이어티, 웹 다큐, AI 다큐까지. 다큐멘터리에서 다양한 새로운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큐먼트(Document, 증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문서나 사진 기록)를 어원으로 하고, '허구를 사용하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는 영상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Documentary)가 허구를 앞세운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까지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다. 실험 중인 모든 형식을 과연 다큐멘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시대에 다큐멘터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왜 지금이야말로 다큐멘터리의 시대이어야 하는가.

▲ <방송제작세미나> 주제는 ‘우리 시대의 콘텐츠’이다. 첫 강연은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의 ‘지금은 다큐멘터리 시대’이다. <방송제작세미나>는 현업 콘텐츠 제작자들을 초청해 10차례에 걸쳐 이 시대의 콘텐츠 의미와 제작자가 추구하는 실험정신을 공유한다. ⓒ 오동욱

방송제작세미나 ‘우리 시대의 콘텐츠’는 총 10강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15일, 세명대학교 문화관. 장해랑 교수(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가 ‘지금은 다큐멘터리 시대’라는 제목으로 첫 강의를 시작했다. 장 교수의 강연은 이 시대 다큐멘터리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장해랑 교수는 <한국방송>(KBS)에서 ‘추적 60분’ ‘다큐멘터리극장’ ‘인물 현대사’ ‘세계는 지금’ ‘KBS스페셜’ ‘환경스페셜’ 등 시사·환경·역사·휴먼 등 다큐 전 분야를 제작했고, <TV다큐멘터리 세상을 말하다> <디지털시대, 프로듀서와 프로그램을 묻다> 등 다큐멘터리 책을 쓴 ‘다큐 장인’이다. 그는 “다큐멘터리 역사 100년 동안 수많은 실험을 해왔다. 숱한 실험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정신이 있고, 그 정신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에도 녹아있다”고 말한다. 그 정신을 찾는 여정은 영상의 역사부터 시작됐다.

카메라, 일상 속 진실을 담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그려진 멧돼지는 발이 8개 달렸다. 네 개의 다리로는 표현되지 않는 움직임, 멧돼지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의 결과다. 장 교수는 멧돼지 그림이 “동물의 움직임까지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했던 인간의 꿈을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현실 세계의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우리가 보는 영상은 현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자 하는 원시 시대의 본능이 기술적으로 점차 발전해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빛에 반사되는 형상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에서, 사진,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 순으로.

▲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그려진 멧돼지는 발이 8개로 묘사돼 있다. 그림은 처음부터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했던 인류의 욕망을 보여준다. ⓒ 구글 이미지

‘기록하다’는 동사는 대상을 동반한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첫 영상 기록에는 카메라를 나란히 배열하고, 각 카메라가 찍은 사진을 연속으로 돌려 말이 달리는 장면을 재현해냈다. 르미에르 형제는 이동형 카메라를 만들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 철도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일상을 영상에 담았다. 장 교수는 “영상 기록은 일상을 담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러시아 영화감독 지가 베르토프는 일상 기록에 ‘의미’를 추가했다. 베르토프의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Man with a Movie Camera, 1927)의 마지막 1분은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눈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한 도시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 이들을 담아내는 카메라와 제작자의 눈을 교차 편집했다. 이른바 몽타주다. 초기영화임에도 그의 영상기법은 탁월하다. 그가 실현한 몽타주로 영화가 단순 기록을 넘어 예술로 승화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장해랑 교수는 베르토프가 선언한 <키노아이(영화진실)>를 통해 “카메라는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진실을 찾고 기록하는 진정한 도구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북극의 나누크>가 추구한 사실 기록정신

로버트 플래허티는 왜 다큐의 아버지라고 불릴까? 플래허티가 만든 <북극의 나누크>(이하 나누크)는 왜 최초의 다큐로 불리게 된 것일까? 장 교수는 이 질문으로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설명한다.  

▲ 1922년 로버트 플래허티는 최초의 다큐멘터리 <북극의 나누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가 다큐멘터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가 추구했던 치열한 사실 기록정신 때문이었다. ⓒ 구글 이미지

그는 “<나누크>에는 극한상황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이누이트 가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주제의식이 분명하다”고 설명한다. 이누이트 족이 날것을 먹는 원시인이라는 서구의 편견을 깨고,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초기의 대부분 기록영상은 단순한 일상을 기록했지만, 플래허티는 분명한 주제의식으로 자신이 본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플래허티의 사실주의와 기록정신에 주목한다. “<나누크>는 (이누이트의 삶을) 있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과장 없이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풀 샷이 길게 이어지고, 좌우 카메라 무빙(panning)이 천천히 돌아간다. 모두 이 장면이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려면 긴 시간 인내해야 한다. 플래허티가 말하려는 다큐멘터리의 정신을 장해랑 교수는 이렇게 표현한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찍고 또 찍어라. 그러면 진실이 드러난다.”

플래허티의 사실주의와 기록정신은 “가짜가 판치고, 의견기사가 횡행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언론이 불신받는 시대에, 다시 회복해야 할 첫 번째 가치”라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다큐, “현실세계의 창조적 재구성” 

장 교수의 강의는 다큐멘터리의 정의로 이어졌다. 그는 사실의 기록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현실 속에 숨어있는 문제의 본질을 드러낼 때 비로소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이클 래비거가 내린 다큐멘터리의 정의를 소개했다. 

“노동자들이 면도날을 생산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산업영화다. 그러나 똑같이 생산 공정을 다루더라도 반복적이고 정밀한 상품생산이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결론을 끌어내도록 한다면 이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마이클 래비거의 말은 다큐멘터리가 단순 기록이 아닌 뚜렷한 주제의식을 조건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바꿔 말하면, 다큐멘터리는 특정한 목적과 주제의식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를 관찰하고 또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해랑 교수는 이를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 언론을 보면, 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아픔, 좌절을 바라보지도, 기록하지도, 전달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한다. 장 교수는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책임을 이 시대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주목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든다. 

1920~1930년대 다큐 제작자 존 그리어슨은 <유망선> <주택문제> <야간 우편열차> <검은 얼굴> 등 다큐를 제작했다. 그의 다큐는 어민, 주택문제, 우편 노동자와 탄광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며 노동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장 교수는 존 그리어슨의 다큐를 “노동의 문제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따져 묻는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담은 다큐”라고 평가한다. 장 교수는 존 그리어슨이 내린 “‘현실 세계의 창조적 재구성’이라는 정의가 다큐멘터리를 가장 정확하게 해석했다”고 강조한다. “재구성이란 현실 세계에 실재하는 고통과 고통을 낳는 구조를 관찰하고 그것이 드러날 때까지 기록해, 재해석하고 재배열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다큐멘터리가 지향하는 현실 세계의 재해석, 재배열, 재구성은 탐사 저널리즘의 본질이다. 그는 “부와 노동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약육강식의 이 시대에 저널리즘의 본질은 탐사가 돼야 하고, 그 중심에는 다큐멘터리가 존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 메이즐스 형제의 다큐멘터리 <세일즈맨>(1969, 왼쪽)과 장 루슈의 <어느 여름의 일대기>(1961, 오른쪽) 포스터. 두 작품은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 제작의 두 기법을 대표하는데, 메이즐스 형제는 다이렉트 시네마를, 장 루슈는 시네마 베리떼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 구글 이미지

그의 설명대로라면, 형식이 어떠하든 사실의 기록과 진실추구라는 다큐의 본질과 정신을 충실히 담아낸 영상은 다큐멘터리이다. 장 교수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두 기록 기법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떼 논쟁에도 둘이 추구하는 목적은 같았다. 바로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메이즐스 형제의 <세일즈맨>(1969) 등이 대표하는 다이렉트 시네마는 가능한 제작자의 개입 없이 카메라가 직접 현장을 마주 보고 기록해서 진실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반면, 장 루슈의 <어느 여름의 연대기>(1961)가 대표하는 시네마 베리떼는 진실을 찾으려 연출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연출자가 화면에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기록현장에 개입해 가려진 진실을 끄집어낸다. 모두 현실 세계를 기록해, 재구성하려는 다큐멘터리 실험이다. 

인간, 시대, 작가

다큐멘터리 정신은 진실의 기록이다. 다큐멘터리는 특정한 주제의식과 목적을 가지고 현실 세계를 차분히 또 조밀하게 관찰해 담아내는 작업이다. 어떤 주제를 담아내야 할까? 어떤 자세로,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장해랑 교수는 오늘날 다큐가 기록해야 할 대상과 방법을 이렇게 정리한다. 

첫 번째, 다큐는 오늘 벌어지는 세상의 이슈를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다큐는 생생한 의제를 설정하고, 담론장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각종 공공재에 대해 민영화 바람이 불었다.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이 의제로 대두됐다. 공공재에 관한 위기감이 높아졌을 때, 다큐멘터리 <블랙딜>(2014)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해 사회간접자본을 민영화한 국가 7곳을 돌며 공공재 민영화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 이훈규 감독의 <블랙딜>, 김일란·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다큐멘터리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드러내는 대표적 작품들이다. ⓒ 구글 이미지

두 번째,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 장해랑 교수는 “탐사 다큐멘터리의 본령이 심층 분석을 통한 비판과 대안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문제의 본질을 탐구하고, 문제에 끈기 있게 천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탐사하고,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2012)이 그런 대표적 작품이라고 말한다. <두 개의 문>은 피해자와 가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찰특공대원의 시선으로 2년간 사건을 추적해, 용산 참사의 본질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세 번째, 이 시대의 삶을 그려내야 한다. 장해랑 교수는 “다큐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3)는 고령 부부의 삶과 이별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또 하나의 약속>(2013)은 삼성의 산재를, <거위의 꿈>은 세월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방치된 사람의 고통과 눈물을 바라본다. “시사고발 다큐멘터리조차 고발 그 자체에 초점이 둬서는 안 되며, 사회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에서 고통받는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고 장 교수는 강조한다. “고발을 위한 고발이 아니라, 사람의 아픔과 눈물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금기와 성역에 과감히 도전하고 이를 깨뜨려야 한다. 장해랑 교수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한 시대”라며 “다큐의 사회적 책임에 금기와 성역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처음으로 다룬 <어머니의 눈물>(MBC) <광주는 말한다>(KBS)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이 방송에서 처음 다룬 전태일과 인혁당 사건을 예로 들면서 “금기는 다루기 어렵지만, 한번 깨지면 그 뒤는 쉽다”며 “이 시대의 금기는 무엇인가, 다큐가 금기를 찾아내,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해랑 교수는 다큐멘터리에 필요한 세 정신으로 인간 정신, 시대정신, 그리고 작가정신을 꼽는다. 다큐가 기록해야 하는 오늘, 진실, 삶, 금기와 성역도 그런 세 정신의 발로다. 인간 정신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세상의 삶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정신은 오늘의 이슈에 가려진 역사성과 시대적 의미를 해석해 내는 힘을 말한다. 그럼 작가정신이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의 미래 : 변화와 실험, 그리고 실천   

‘농담을 다큐로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보여주듯, 다큐는 진지하다. 지루한 장르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콘텐츠 시장은 더 빠르고 흥미로운 것만 찾는다. 다큐는 수명이 다한 장르일까? 장해랑 교수는 “진실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지금이 어느 때보다 다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유럽의 공영방송이 저널리즘의 본질을 탐사와 역사에서 찾듯, 다큐멘터리는 저널리즘 구현의 첨병이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스낵컬처 시대에 ‘어떻게 사람들을 보게 만들 수 있을까?’ ‘다큐의 새로움은 무엇일까?’는 또 다른 고민이다. 이런 고민에 필요한 것이 실험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정신이다. 오늘날 다큐멘터리는 어떤 작가정신을 가지고 있을까? 

장해랑 교수는 거대한 것을 쫓던 다큐의 흐름이 사적 서사, 1인칭 중심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한다. 가장 사적인 것에서 거대한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진실을 기록하는데 용이하고, 사람이 더 쉽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양영희 감독의 <디어평양>(2006), 임유철 감독의 <누구에게나 찬란한>(2014)은 그런 사례다. 1인칭 서사는 체험 다큐멘터리로 가능성을 확장했다. 모건 스펄록의 <슈퍼사이즈 미>(2004)는 감독이 직접 패스트푸드를 섭취하고 일어난 신체 변화를 기록했다. ‘슈퍼사이즈(Supersize)’는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제공하는 메뉴 중 가장 큰 크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독 본인의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애리 폴먼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은 레바논 내전에 개입한 이스라엘 병사였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독특한 색감과 선으로 실사로는 담을 수 없는 인물의 심리를 담아냈다. ⓒ 구글 이미지

1인칭 다큐로의 흐름은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던 주관적 심리를 전달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애리 폴먼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은 레바논 내전에 참전한 기억상실자가 자기 기억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다. 장 교수는 “<바시르와 왈츠를>이 애니메이션의 색감으로 제작자의 공포 심리를 표현하면서도 마지막 장면으로 시체가 널려있는 거리 실제 사진을 통해 전쟁의 참화가 객관적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주관적 심리를 객관적 현실과 혼합해 다큐멘터리가 표현하는 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 대니얼 미릭 감독의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1999)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시작이었다. 영화 예고편부터 모든 것이 실제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 구글 이미지

다큐멘터리의 형식 변화는 현실 변화에 발맞춰 일어나기도 한다. 인터렉티브 다큐멘터리, 크라우드 소싱 다큐멘터리 등 기술발전으로 새로 나타난 형식도 있지만,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현실 세태를 반영한 다큐도 있다. 장해랑 교수는 “거짓을 사실로 기록·유통하는 것이 현재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페이크 다큐가 이런 현실에 사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보고 듣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라는 역설을 던진다”고 말한다. 페이크 다큐는 사실과 거짓이 혼동된 현실 세계에 대한 질문이며 기록이다.  

장해랑 교수는 “다큐멘터리 장르는 현실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식을 만들 것이고 실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 변화에도 “다큐의 정신 즉, 진실을 기록한다는 것은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시대에 진정한 저널리즘이 회복해야 할 가치로 다큐멘터리의 사실주의, 기록정신, 진실추구 자세를 든다. 그 안에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그가 이 시대야말로 진정한 다큐멘터리의 시대가 돼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그는 <아웃 마이 윈도우>(2010)의 감독 캐터리나 시젝의 말로 다큐멘터리의 미래와 저널리스트의 다큐정신 실천을 강조하며 강의를 끝냈다.

“위대한 다큐멘터리는 늘 당신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에 열려있다. 서로 다른 미디어를 통해 다른 가능성을 추구하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다큐멘터리 실천은 동일하다.”


편집 :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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