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 분석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청년층 취업자와 구직자가 동시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달 11일 청년 노동시장 동향과 취업 특성, 일자리의 질을 분석한 <지역별 노동시장 동향 및 일자리의 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코로나19 이후 청년 노동시장의 변화다.

코로나가 할퀸 청년 취업시장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청년(15~29세) 고용률은 전년보다 1.3%p 감소해 42.2%를 기록했다. 2015년 41.5%던 청년 고용률은 2019년까지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43.5%에 달했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6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의 감소는 인구 대비 취업자 수의 감소를 의미하며 노동시장 신규 진입이 더욱 어려워진 현실을 나타낸다.

▲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청년층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했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 유재인

같은 시기, 청년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세도 뚜렷했다. ‘경제활동인구’란 직장에 다니거나 구직활동 중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취업자와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를 포괄하는 용어다. 고용률과 마찬가지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4%p 감소해 46.4%를 기록했다. 특히 10대 청년(15~19세)보다 20대(20~29세) 청년의 전년 대비 경제활동참가율 감소폭이 –2.7%p로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청년 취업자 수와 함께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청년층 전반에서 취업 의지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청년은 9만 6천 명이었다. 전년(7만 1천 명) 대비 35.8%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지역에서 청년 취업자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다. ‘니트족’이라 불리는 구직 포기자 또한 전년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지역에서 청년 취업자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다. ‘니트족’이라 불리는 구직 포기자 또한 전년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 연합뉴스

같은 청년, 다른 임금

어렵게 취업한다 해도 지위에 따른 일자리의 질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성별, 학력, 근무 형태, 기업체 규모 등에 따라 각 지위에 해당하는 청년의 초임 평균을 비교했다. 분석에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의 청년패널조사 직업력 자료를 이용했다. 전체 조사 기간에 걸쳐 청년층 임금근로자 5779명의 초임을 지위별로 나누고 평균을 구했다.

우선 기업체 규모에 따라 초임 격차가 발생했다. 보고서를 보면, 직원 수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에 들어간 청년의 초임 평균은 212만 6천 원이었다. 중기업에 다니는 청년은 초임 평균은 182만 원, 5인 이하 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의 초임 평균은 155만 3천 원이었다. 그러나 노동 시간은 반대로 나타났다. 가장 적게 받는 소기업 청년이 가장 많은 시간 일을 하고 있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소기업이 44.8시간, 중기업이 44.4시간, 대기업이 44.3시간으로 소기업이 가장 길었다.

▲ 대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의 초임이 가장 높았으나, 주당 노동시간은 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이 가장 길었다. ⓒ 유재인

근무 형태에 따른 임금 차이도 크게 났다. 상용직으로 일하는 청년들의 초임 평균은 200만 2천 원이었다. 반면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경우 초임은 평균 131만 8천 원으로 나타났다. 상용직은 임시·일용직보다 주간 3.5시간 정도만 더 일했지만, 초임의 차이는 70만 원에 달했다.

성별과 학력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성별을 기준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남성 청년의 초임은 200만 원이었고, 여성은 그 81.7% 수준인 163만 5천 원이었다. 학력에 따라서는 대졸 청년과 고졸 이하 청년 간 초임 격차가 두드러졌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의 첫 임금 수준은 평균 212만 원이었지만 고졸 이하 청년의 첫 임금 소득은 이들의 70.3% 수준인 149만 1천 원에 불과했다. 고졸 이하 학력인 청년들은 대졸 청년들보다 적게 받지만, 주간 평균 2.8시간 더 길게 일했다.

왜 청년은 수도권으로 몰릴까

지역 간 청년 임금 격차도 발생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의 청년 취업자의 초임 평균을 지역별로 분석했을 때, 수도권에서 취업한 청년의 초임 평균이 185만 7천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후 중부권(184만 5천 원), 영남권(177만 원), 호남권(163만 원)으로 이어졌다.

▲ 거주 지역에 따라 청년층 초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수도권과 호남권의 경우 격차는 22만 7천 원에 달했다. ⓒ 유재인

보고서는 성별, 학력 등의 변수를 다시 지역별로 나눠 그 차이를 확인했다. 같은 남성이라도 수도권에 사는 남성 청년의 초임이 203만 원인 것에 비해 호남권 남성 청년은 183만 5천 원의 초임을 받았다. 학력의 경우에도 수도권 대졸자의 초임은 212만 원으로, 타 지역 대졸자의 초임과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200만 원을 상회했다.

취약 청년을 위한 일자리 필요

얼어붙은 노동 현실을 견디는 청년, 그 안에서의 격차는 변수를 종합해보면 더 심하게 나타났다. 성별과 지역 변수를 종합해 청년의 초임 평균을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초임을 받는 건 203만 원을 받는 수도권 거주 남성 청년이었다. 169만 8천 원을 받는 수도권 여성은 여성 중에서는 가장 초임이 높았지만, 남성 가운데 가장 초임이 적었던 호남권 남성의 다음이었다. 호남권에 사는 여성 청년의 경우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적은 월평균 145만 5천 원을 받고 일했다. 이는 수도권 남성 초임의 71.7% 수준에 불과했다.

▲ 지역과 성별 변수를 종합했을 때, 수도권에 거주하는 남성의 초임이 가장 많았고, 호남권에 사는 여성의 초임이 가장 적었다. ⓒ 유재인

기업 규모와 지역을 종합해 청년들의 초임 평균을 비교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의 초임은 219만 8천 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호남권에 사는 소기업 청년 노동자는 비교 대상 중 가장 낮은 평균 138만 원을 받았다. 두 지위 간 초임 평균을 비교했을 때, 81만 8천 원의 차이가 났다. 호남권에 살며 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은 수도권에 사는 대기업 청년 초임의 62.8%를 받고 일하는 것이다.

근무 형태와 지역을 종합 분석했을 때, 가장 높은 초임을 받는 계층은 평균 205만 8천 원을 받는 수도권 상용직 청년이었다. 반면 호남권 임시/일용직 청년은 평균적으로 122만 7천 원의 초임을 받고 일했으며, 둘의 차이는 80만 1천 원에 달했다.

<단비뉴스>는 지난 15일 보고서 총책임자인 한국고용정보원 황광훈 책임연구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 연구원은 “청년 중에서도 더 약한 지위에 있는 이들을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 학력, 지역 등을 살펴볼 때, 취약 계층의 청년 일자리가 더 열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동해 일자리 사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청년층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면) 단기 일자리뿐 아니라 길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집 : 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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