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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복무’ 전에 군대문화 바꿔라

기사승인 2021.09.23  10: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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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 기자 jinyoo524@naver.com

- [단비발언대]

   
▲ 유지인 기자

3년 전 20대 대학생 140여 명과 함께 국토를 종단했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으니 말씨부터 관심사까지 매우 다양했다.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 주변에 고만고만한 인생을 겪은 이들이 전부인 내게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체험이었다. 우리는 길 위에서 각자 인생사 등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이도, 제2의 백종원이 되겠다는 이도 있었다. 모두들 불안한 현실을 견뎌내면서도 꿈을 얘기할 때만큼은 반짝거렸다. 빛이 한꺼번에 발하던 순간은 어떤 어둠도 쫓아낼 것만 같았다. 

반짝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국토종단은 남성들로 하여금 군대 시절 행진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 낯선 군대 은어들이 오갔고, 점차 무리 안에서 군대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해병대에서 제대한 학생들 목소리가 커지며 남자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배제됐고,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남자들은 놀림감이 됐다. 무리에서 맏언니에 속한 내가 용기를 내 “군대 얘기 좀 자제하자”고 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럼 너네도 군대 가”였다. 

화합의 여지를 차단하는 답변을 듣자 나 역시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데 얼마 전 국회의원의 입에서 ‘여자도 군대에 가든지’라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하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온 국민이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병역제도 개혁안으로 내놨다. 

‘남녀평등복무제’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 돌아선 20대 남성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의원 주장이 도화선이 돼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글이 20만 명 동의를 받았다. 박 의원 전략이 돌아선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돌이키고자 한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 대부분은 군복무를 징벌로 여긴다. 군복무로 취업과 사회생활이 미뤄지고 부대 안에서 인권침해에 가까운 굴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역제도를 고치려면 여자들도 같이 고생하라는 발상 이전에 군사문화부터 고치는 게 순서다. 

   
▲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군대 내 부조리를 가감없이 드러내 전역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30세대에서 반응이 뜨겁다. 국방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군대 내 자살 건수가 3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군대 내 비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녀평등복무제 주장은 남·여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 ⓒ 넷플릭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뿐 아니라 20대 여성 표심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20대 여성의 ‘기타 후보’ 지지율이 15.1%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많은 20대 여성이 사표 가능성을 무릅쓰고 소수정당에 투표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는 정치권 안에서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 20대 여성이 소수정당으로 모여든 것은 기존 거대 양당 체제에 불만을 표시한 정치행위다. 여당과 야당이 모두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어 20대 여성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정치적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집단 내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들을 대변해 의견을 조율하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내는 영역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발상은 ‘20대 남자’ 프레이밍에 동참해 안티 페미니즘의 반열에 올라타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20대 남성의 표심을 젠더 문제로 돌리는 것은 남성들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사라지게 하고 성별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의 갈등을 더욱 키우는 행위다. 

20대 청년 문제는 1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청년의 불행이 세대를 거듭해 이어지는데도 청년정책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난다. 반페미니즘에 올라타 표심을 얻으려는 술수 말고,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꾸고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편집 :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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