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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들이고 혁신하는 방법

기사승인 2021.09.14  21: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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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기자 cth3424@gmail.com

-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① 내러티브 저널리즘

지난 2~3일 <미디어오늘>은 '2021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를 열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미래 컨퍼런스’는 미디어 업계의 도전과 실험을 공유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로 평가받아왔다. 7년째를 맞는 컨퍼런스의 올해 주제는 '내러티브의 발견, 스토리의 혁신'이었다. 34명의 연사가 10개 세션, 3개의 특강에서 발표했다. 메인 세션은 '내러티브의 발견'이었다. 그밖에도 '스토리텔링의 혁신'과 '미디어 실험과 도전' 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가 발표했다. <단비뉴스>는 컨퍼런스 내용을 3차례로 나눠 싣는다. 1회는 내러티브 저널리즘, 2회는 스토리텔링, 3회는 미디어 실험과 도전을 다룬다. (편집자주)

뉴스는 누구를 위한 걸까? 기사를 쓰는 기자? 에디터? 이도 저도 아니면, 언론사에 돈을 벌어주는 언론사주?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뉴스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뉴스는 어떻게 써야 할까? 당연히 읽기 쉽게, 재미있게 써야 한다. 지금껏 한국에서 기자는 '쉽게' 쓰라는 교육만 받았지, '재미있게' 쓰는 건 뒷전이었다. 역피라미드 스트레이트는 읽기 쉽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율적이지만, 읽는 재미는 거의 없다. 갈수록 독자가 기사를 외면하는 이유다.

내러티브는 기사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법론이다. 역피라미드는 언제든지 그만 읽을 수 있지만, 내러티브 기사는 이야기체로 서술돼 한 호흡에 끝까지 완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사에 몰입한 독자는 한 사안을 더 깊이 자신의 것처럼 이해하게 된다. 변화를 이끄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 ‘내러티브의 발견, 스토리의 혁신’세션에 참여한 사회자와 발표자. 왼쪽부터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사회),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김혜영 <한국일보> 기자, 이성원 <서울신문> 기자,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미디어오늘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내러티브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내러티브'라는 주제로 내러티브의 기원과 역사를 설명했다. 내러티브는 앎과 지식을 뜻하는 라틴어 'Gnarus'에서 파생됐다. 영어 Know가 Gnarus에 대응된다. 내러티브는 그냥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전모를 말해준다는 뜻이다. 심층 보도, 탐사 보도의 방식으로 사실과 진실을 더 깊이 파고든다. 탐사 보도에 여러 장르가 있지만, 특히 내러티브 탐사보도는 인물에 주목한다. 한 인물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떤 사건을 겪는지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형성된다.

   
▲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디지털 시대 기사 전략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안수찬 교수. ⓒ 미디어오늘

한국 기자는 '야마'에 매몰돼 있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지만, '어떻게 다룰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 기자는 기사의 핵심 요소로 인물을 꼽는다. 누구를 중심으로 기사를 쓸 것인지, 나아가 이 사안에서 어떤 의미를 뽑아내 주제로 삼을 것인지 고민한다.

안 교수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주로 미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영미 언론은 경험주의 철학에 근거한다. 경험주의는 감각을 통해 얻은 사실을 중시한다. 기자는 사실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기사 장르나 취재 방법도 사실 전달에 초점을 두고 발전했다. 내러티브라는 장르도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뼈대에 두고 그것에 이야기 구조를 입힌 것이다.

안 교수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뿌리로 문학을 꼽았다.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뿌리는 영미 사실주의 문학에 있다. 19세기 중후반, 기자로 활동했던 마크 트웨인, 찰스 디킨스 등은 당대 현실을 드러내는 소설을 썼다. 영미에서는 애초부터 문학과 저널리즘 사이 간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 1920년대부터 르포르타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 등 격변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실을 바탕으로 르포르타주 기사를 쓰고, 이를 토대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베트남전쟁이 발발한 1960년대 이후 기성 제도와 정치에 관한 저항이 커졌다. 대항문화의 파고와 함께 당시 언론 규범이던 객관성을 비판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그 중심에 뉴저널리즘이 있었다. 뉴저널리즘은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경험하는 구조와 모순을 드러내는 일련의 체계였다. 문학에 뿌리를 둔 영미 기자들이 소설과 기사를 따로 썼다면, 뉴저널리즘은 기사를 소설처럼 쓰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문학 저널리즘’(literary journalism)이 등장했다. 문학의 핵심은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voice of voiceless)를 세상에 들려주는 데 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영미권의 기자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문학 저널리즘을 끌어안았다. 이후 비주류 언론에 자리 잡았던 문학 저널리즘은 21세기 들어 디지털 환경이 도래하면서 새롭게 진화했다. 수많은 자극에 노출된 독자가 어떻게 사회 문제에 주목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더해졌다. 그 결과, 사실 중심의 보도에 문학 저널리즘이 깃들어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새로운 장르로 부상했다.

한국에서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시도하다

한국에서 내러티브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안수찬 교수는 2001년 <중앙일보> 기획취재팀의 '난곡 현장리포트'를 내러티브의 시작으로 꼽았다. 한국에서 탐사 보도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받는다. 취재팀은 난곡 주민 200명을 설문 조사하고, 70여 일간 상주하다시피 취재했다. '난곡 현장리포트'는 2001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심층·조사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팀은 '묘사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고 취재 후기에 썼다. 난곡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려는 글쓰기가 기사에서 돋보인다.

산꼭대기의 파란색 공동화장실. 소방차가 올라갈 수 없는 평균 경사 35도의 골목길. 주로 소주·라면만 팔리는 동네 가게. 옛 삼성전자 로고가 남아 있는 1970년대식 거리 간판. 아직도 두 집에 한 집꼴로 연탄을 쓰는 곳. 여기는 2001년 4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101 ‘난곡’-.(<중앙일보>, ‘서울 최대의 달동네 신림동 '난곡'’ 가운데)

2004년 <중앙일보>는 ‘루게릭 '눈'으로 쓰다’를 연재했다. 한국기자상 수상작 가운데 최초로 심사평에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런 형식의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영상을 보듯 실감 나는 메시지를 전달해 인쇄 매체의 한계를 극복한 시도로 평가된다."(2004년 한국기자상 심사평) ‘루게릭 '눈'으로 쓰다’는 농구코치를 하다가 루게릭병에 걸려 안구 마우스로만 소통할 수 있는 박승일 선수가 주인공이다. 중심인물과 주변 인물을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난치병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느 날 승일의 길고 가는 팔에 모기가 날아와 앉는다. 따끔한 느낌. 몹쓸 곤충이 피를 빨아먹는데도 그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축 늘어진 팔다리를 뒤척일 수도 없는, 그러면서도 감각은 끔찍할 정도로 완벽하게 살아 있는 루게릭병 환자의 비극적 운명. 순간 그는 독백한다. "이건 지상 지옥이다." (<중앙일보>, ‘루게릭 '눈'으로 쓰다’ 가운데)

그러나 2000년대 말까지도 한국에서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여전히 낯선 장르였다. 2009년 <한겨레21>은 '노동OTL'을 연재했다. 4명의 기자가 각각 난로공장, 식당, 가구공장, 마트에서 한 달간 일하며 목격한 노동현장을 내러티브로 풀어냈다. "주입식, 계도식 기사 쓰기에서 벗어나 노동현장에 관한 건강한 문제의식, 헌신적인 취재,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라는 혁신적인 보도방식 등을 통해 체험기사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2009년 한국기자상 심사평)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사를 분기점으로 하여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새로운 시도, 성과와 한계

지난 10년 사이 한국 언론계는 계속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시도했고, 나름의 결과물도 냈다. <서울신문>은 2018년 6월 탐사기획부를 설립했고 3개월 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8회에 걸쳐 연재했다. 간병살인을 다룬 기존 보도는 수사기록과 판결문에 의존했다. 이성원 <서울신문> 기자는 "(간병살인) 가해자를 꼭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 인터뷰가 없다면 한 인물의 내면을 조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인터뷰에서 한 말은 '온도'가 달랐다. 스토리가 기사에 녹아들자, 독자는 기사에 몰입했다.

이성원 기자는 처음부터 내러티브 기사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쓰고, 스토리를 얹자고 팀원과 논의했다.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풀어쓰자'는 것이었다. '간병살인' 연재 기사 가운데 4회는 70대 아버지가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아들을 살해한 이야기를 담았다. 살해 현장과 인터뷰 현장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가해자가 직접 내뱉은 '온도가 다른 말'을 연결고리로 삼았다. 기사를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왜 간병살인에 이르게 됐는지 입체적으로 보게 되는 구조다.

   
▲ '간병살인' 기획을 쓰면서 주의했던 점, 고민한 부분을 발표하고 있는 이성원 <서울신문> 기자. ⓒ 미디어오늘

이런 실험과 시도가 뉴스룸 차원에서 자리 잡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한국일보>는 '오직 독자'에 방점을 두고 팀별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콘텐츠 실험을 위한 '인스플로러랩'은 인간을 탐구하는 데 몰두하자는 취지로 운영된다. 과거에 견줘 입체적으로 한 사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한 사람과 6~7시간 인터뷰하는 건 물론이고, 교차 확인을 통해 사실을 검증한다. 특히 기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독자가 완독할 수 있을까'이다.

김혜영 <한국일보> 기자가 속한 '커넥트팀'은 독자와 콘텐츠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좋은 독자와 좋은 기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라는 김혜영 기자의 진단은 커넥트팀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낸다. ‘연결리즘’이라는 칼럼에서 <한국일보>의 고민을 독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 밖에도 <한국일보>는 사회부에 탐사팀을 신설하고, 경찰팀은 사건이슈팀으로 이름을 바꾸며 전형적인 사회부 기사를 벗어나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탐사팀에서 쓴 '농지에 빠진 공복들'이라는 기획은 역피라미드로 쓰면 전혀 몰입되지 않을 이야기를 사건 속 사람의 이야기를 길어내 몰입도 높은 기사로 펼쳐냈다.

다만 이날 발표에 나선 김혜영, 이성원 기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내러티브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에디터나 국장급 간부는 여전히 통계와 전문가 분석 등을 통해 기사에 보편성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편집국은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탐사기획부는 늘 해체 1순위다. 이성원 기자는 탐사기획부에 있었던 시간을 "특혜"라고 표현했다. 매일 1~2건의 기사를 찍어내는 다른 기자들이 있었기에 탐사기획부가 3개월을 투자해 하나의 아이템을 취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탐사기획부가 쓴 기사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탐사기획부는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고 이성원 기자는 설명했다.

한국에서 내러티브는 왜 보편 장르가 되지 못하나

한국에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15년이 지났다. 기자들은 여전히 '큰마음 먹고' 내러티브 기사를 쓴다.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왜 아직도 보편적인 기사 장르로 자리 잡지 못했을까? <한국일보> 김혜영 기자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애먼 핑계 탓"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많은 언론이 디지털 혁신을 외쳤다. 혁신의 실체는 내러티브와 탐사 보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베껴쓰기에 매진하는 쪽이었다. 온라인 페이지뷰(PV)를 높이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목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김혜영 기자는 한국에서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이유를 크게 기자와 뉴스룸 차원으로 나눠 분석했다. 매일 1~2건의 기사를 써야 하는 현장 기자가 내러티브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기자가 내러티브를 시도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가 부족하다. 뉴스룸 차원에서도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뉴스를 내러티브로 담아내는 게 옳다는 확신을 뉴스룸 차원에서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 뉴스룸에서 내러티브를 시도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설명하는 김혜영 <한국일보> 기자. ⓒ 미디어오늘

박재영 고려대 교수도 언론사 안에서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에디터는 물론 많은 현장 기자도 내러티브를 부담스러운 시도로 여기고 있다. 현장 기자는 스트레이트가 아닌 방식으로 기사를 쓰면 데스크가 '이게 뭐야'라고 물을 것을 우려하고, 에디터는 내러티브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혜영 기자는 "한국의 기자들은 '넌 참 탁월한 스토리텔러야'라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소설 쓰네"라는 말은 욕설에 가깝다. 대개 특종기자, 민완기자가 되는 것을 기자의 이상향으로 꿈꾼다. 어떻게 취재해서 어떤 이야기를 길어내, 탁월하게 스토리텔링해서 전할지 방식을 고민하는 것에는 소홀하다. 독자에게 뉴스를 재미있게 전달한다기보다 '이건 중요한 기사니까, 보겠지'라고 안일하게 인식한다.

역피라미드의 대안, 내러티브가 정착하려면

안수찬 교수에 따르면, 역피라미드는 시간의 압박 속에서 태동했다. 특히 군대에서 전신이 끊어질 때를 대비해 핵심 정보부터 붙여 쓰는 관행이 역피라미드의 원형이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욱여넣어야 하는 여건에서 고안된 글쓰기 방식이다. 정보 전달의 효율성만 따졌다. 물론 사실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여전히 역피라미드 스트레이트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다. 모든 뉴스는 포털을 통해 걸러져 다시 독자에게 도달한다. 언론사는 지난한 노력을 벌이며 자사 페이지를 플랫폼으로 되돌리려고 하지만 독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독자가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재영 교수는 한국인의 뉴스 소비 상황을 드러내는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한국의 언론사는) 포털과 유튜브가 독자를 뺏어 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뉴스를 보는 사람 자체가 많이 줄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뉴스를 보는 패턴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사를 읽기보다 스캔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디지털 독자는 제목-댓글-리드만 읽고 기사를 그만 읽는 경우가 많다. 기사 본문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재영 교수가 제안한 대원칙은 두 가지다. "‘무조건 다르게 쓰겠다. 그리고 독자가 내 기사를 읽도록 쓰겠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고민하면 여러 고민이 생기게 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출입처 발표 내용을 빠짐없이 써야 할까? 왜 정치인의 입만 쫓아다녀야 할까? 왜 모든 사안을 챙겨야 할까? 등이다.

디지털 시대의 독자는 정보와 재미 둘 다 원한다. 박재영 교수는 "공급자인 언론사는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의성 있는 정보를 감동적으로 제공하면 독자는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 기존에 있던 역피라미드, 박스, 해설 등의 장르나 양식을 파괴하고 이야기를 담는 새로운 방안을 고안할 때라고 박 교수는 조언했다.

   
▲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소개하는 박재영 고려대 교수. ⓒ 미디어오늘

현장에서 내러티브를 고민하는 김혜영, 이성원 기자는 공통으로 '나노 내러티브'를 언급했다. 장기간에 걸쳐 많은 기자가 투입되는 내러티브 탐사보도에 바로 도전하는 건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소박한 내러티브라도 많이 해보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이성원 기자는 "관성을 깨는 힘이 필요하다"며 "사건팀에서 내러티브가 정착되려면 1200자짜리 내러티브 고정 면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내러티브를 쓰려면, 좋은 자료를 많이 섭렵해야 한다. 내러티브로 쓰인 기사가 국내외에 이미 많이 축적돼 있다. 특히 퓰리처 수상작을 참고할 만하다. 안수찬 교수는 퓰리처 수상작을 공부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스터디팀을 소개했다. ‘탁월한 해외 기사’를 살펴보려고 만들어진 공부 모임이 찾아낸 모든 기사가 내러티브 방식으로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발표에서 소개한 <워싱턴포스트>의 '2도:한계를 넘다', <프로퍼블리카> '갱단의 강제추방' 등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동아리 ‘해외저널리즘연구회’가 발굴한 기사였다. 

안수찬 교수는 탁월한 내러티브를 보고 싶다면 "사실주의 문학, 단편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장한다"라고도 말했다. 소설가는 대부분 자기가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본 현실을 이야기에 담으려고 애쓴다. 짧은 분량 안에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소설가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노동OTL을 쓸 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일부러 꺼내 읽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유튜브,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시대다. 더 재미난 영상을 보려는 사람을 뉴스로 끌고 와야 한다. 그동안 언론사는 공급자 위주로 고민하고 써왔다. 세상이 변했다. 독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언론사는 경쟁에서 도태된다. 내러티브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편집: 최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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