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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가 보여준 미래형 탐사보도

기사승인 2021.08.21  08: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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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인 PD 432nj@naver.com

- [단비 추천 좋은 기사] 2021년 퓰리처상 국제보도상 수상작 – 신장위구르 구금실태 보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리만 모르는 이야기

지난 7월 미국 상무부는 14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들 기업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에 대한 구금과 강제노동을 자행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같은 달 UN 인권이사회는 신장 지역에서 자행되는 불법 구금 등의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이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 언론도 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내막을 제대로 보도했는지 돌아보면 의문점이 남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기사 데이터베이스인 빅카인즈에서 ‘신장 자치구’, ‘구금’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검색해보니 267건의 기사가 확인됐다. 구금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2017년 이후인 2018년 1월 1일부터 2021년 8월 8일까지 국내 모든 언론사들이 내놓은 기사를 합친 양이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비하면 한국 언론의 관련 보도는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언론사가 있다. 미국 버즈피드뉴스가 그 곳이다. 이들은 표면적 사실을 보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위성사진 등을 활용해 구금 시설을 직접 파악하고, 관련자들을 직접 취재하여 생생한 실태를 보도했다. 그 보도로 2021년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International Reporting)에서 수상했다.

바이럴 미디어가 작심하여 만든 탐사보도

버즈피드는 2006년 허핑턴포스트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조나 페레티가 만든 온라인 바이럴 콘텐츠 기반의 콘텐츠 회사다. 바이럴 콘텐츠란 소비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찾아 이를 주변에 전파하게 만드는 형태의 콘텐츠를 말한다. 주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벼운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의미한다. 버즈피드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할 때 꼭 챙겨야 할 5가지’와 같이 특정 주제로 목록을 만들어 기사화 한 ‘리스티클’ 형식의 기사들이다.

   
▲ 온라인 콘텐츠 회사 버즈피드가 2012년에 만든 버즈피드뉴스는 심층·탐사보도 전문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까지 퓰리처상 후보에 4차례 올랐으며,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에 대한 구금시설 보도로 첫 퓰리처상을 안았다. ⓒ 버즈피드뉴스 홈페이지

2012년 버즈피드는 기존의 콘텐츠 중심 제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탐사보도 등을 다루는 매체인 버즈피드뉴스를 신설하고, 2013년에는 저명한 탐사보도매체인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마크 슈프스(Mark Schoofs) 기자를 탐사보도 팀장으로 영입했다. 2018년 7월에는 이 매체를 심층·탐사보도 중심의 매체로 역할을 재설정했다. 버즈피드뉴스는 지금까지 4차례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이번 기사는 버즈피드 뉴스의 첫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2021년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을 수상한 기사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버즈피드뉴스의 국제 특파원 메가 라야고팔란(Megha Rajagopalan)과 건축가이자 공간 정보 분석가 앨리슨 킬링(Alison Killing), 그리고 프로그래머 크리스토 부셱(Christo Buschek)의 합작품이다. 메가 라야고팔란은 중국, 대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여러 국가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2017년에는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신장 지역에 있는 위구르족 무슬림 구금 시설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절당하는 등 취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로이터에서 일하던 2017년에는 ‘21세기 경찰국가의 실제 모습’(This Is What A 21st-Century Police State Really Looks Like)이라는 기사를 통해 신장 지구 주민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사찰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세상에 내놓은 또 다른 주역이 있다. 건축가인 앨리슨 킬링은 2017년 어느 워크숍에서 메가 기자를 만났다. 그들은 워크숍을 전후하여 열흘 간 대화를 나눴고, 공동의 목표를 잡았다. 당시 신장 지역에 1200여개의 구금 시설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확인된 곳은 100개 미만이었다. 나머지 1천여 곳의 구금 시설을 찾아내자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이들을 도운 크리스토 부셱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정보 보안 전문가다. 특히 언론인들이 취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도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왔다. 부셱은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면서 중국 내 숨겨진 구금 장소들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화장실에도 설치된 카메라... 24시간 감시와 폭력으로 점철된 구금생활

퓰리처상을 수상한 버즈피드뉴스의 기획 기사는 총 5부작의 연작 기사다. 1편은 기사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고 있고, 2편에서는 28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수용소 내부 생활을 다루고 있다. 이어지는 3편에서는 구금 시설 내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4편은 강제노동이 이뤄지는 구금시설 내 공장 운영 실태 등을 파헤쳤다. 그밖에도 이 기사의 취재보도 방법론을 설명한 기사도 있다. 각 기사는 다른 언론의 관련 보도, 또는 이 문제를 다룬 전문 연구 등의 내용도 링크를 통해 안내하고 있고, 사진과 일러스트, 그리고 인포그래픽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구금 시설에 갇혔던 28명을 인터뷰하여 그 내부 실상을 상세히 고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쉬고 있던 차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가 구금된 카자흐족 너사울레(Nursaule)씨는 시설에서 머리를 강제로 잘렸다. 카자흐족 여성들은 머리를 기르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전통인데, 이를 철저히 무시당한 것이다. 너사울레씨는 버즈피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치욕적인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 중국 정부는 수용소 복도는 물론, 침실과 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해 수감자들을 끊임없이 감시했다. 중국 정부가 ‘교육’이라고 부른 수용소의 프로그램은 사실상 민족을 탄압하는 ‘말살 교육’이었다고 수감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 Thomas Peter / Reuters

구금 생활은 감시의 연속이었다. 침실과 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해 수용자의 모든 행동을 매 순간 감시했다. 수용자들끼리 말다툼이 있다거나 중국어가 아닌 소수민족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확인되면, 수용소 내의 보안관들은 전기 곤봉으로 수용자들을 내리쳤다. 이에 대해 뉴욕 주재 중국 영사관은 이는 사실무근이며 소수민족들의 ‘교육’을 위한 행위였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고 기사는 밝힌다.

이 시설 내에서는 실제로 교육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한 시간 동안 공산당과 관련한 정신 교육을 받거나,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아 중국어 교과서를 스스로 공부해야만 했다. 민족을 말살하려는 일종의 ‘말살 교육’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와 같은 구금 시설들을 꾸준히 늘려왔다. 전 구금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7년 이래로 구금 시설들은 260개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중국 극서지역에 위치한 신장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큰 지역마다 하나씩 구금시설이 있는 격이라고 한다. 구금시설들을 모두 합하면 수만 명을 가둘 수 있는 규모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민족, 종교적 구금이라고 기사는 지적했다.

500만개의 전략 시설 분석해 찾아낸 368곳의 구금시설

버즈피드뉴스는 다양한 취재와 보도 방식을 통해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을 드러냈다. 사례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연작 기사에서 내부의 상황을 고발하는 상세한 내용의 대부분은 시설에 구금됐었던 이들의 증언이다. 위에서 언급한 너사울레씨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같은 시설에 있었지만 서로 알지 못했던 세 명의 카자흐족 청년들, 의류 사업을 하다 구금돼 공장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린 널디바이(Nurdybai)씨 등은 견디기 힘들었던 구금 생활을  털어놓았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공개하지 않거나, 이름의 일부만 드러냈다.

취재진은 이 인터뷰들을 교차 검증하여 신빙성을 확보했다. 증언들이 겹치는 부분을 기사에 명시해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수용자들 모두의 경험에 근거한 증언임을 강조했다. 또한 개개인의 사례에 구체성을 더하여 독자의 공감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 구금된 울란(Ulan)씨의 사례에서는 신장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길게 묘사하면서 울란씨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제시했다.

   
▲ 이번 기사를 기획한 메가 기자를 비롯한 취재팀은 온라인 지도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강력한 인터넷 검열이 반영되는 중국 포털 사이트의 지도를 역으로 활용해 숨겨진 구금시설을 찾아내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위 사진은 중국 유력 포털인 바이두에서 주요 전략 시설을 빈 공간으로 처리해 내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버즈피드뉴스 탐사팀은 이 사진과 구글 지도, 구금자 인터뷰 등을 통해 확보한 정보와 비교해 구금시설 368개를 찾아냈다. ⓒ BuzzFeed News; Baidu / Via map.baidu.com

무엇보다 이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한 탐사 저널리즘의 실현이다. 지도를 활용해 공간 정보를 분석하는 건축가와 프로그래머의 기술이 ‘구금시설을 찾겠다’는 기자의 취재 방향과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는지를 이 기사는 보여주고 있다. 건축가이자 공간 정보 분석가인 앨리스는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 500만개에 달하는 중국 국가 전략 시설을 찾아냈다. 그 가운데 산업 시설, 군사 훈련 시설 등을 제외한 소수민족 구금 시설만을 가려내는 데 집중했고, 이를 통해 368곳의 구금 시설을 찾아냈다.

구금 시설을 찾아낸 데에는 중국의 강력한 검열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운영하는 지도를 확대해 보면, 주요 전략시설들이 회색 타일 모양으로 처리되어 있다. 메가 기자와 전문가들은 이를 역이용했다. 검열 기능이 들어가지 않은 미국의 구글 어스 지도 또는 다른 연구 기관이 제공한 인공위성 사진 등을 비교해 가려진 시설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에는 다른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금 시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취재 방법의 여러 특징은 앨리슨의 인터뷰버즈피드의 기사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여러 기술을 종합해 확인한 구금 시설 현황 등을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3편의 경우 구금 시설 전경부터 수용자들이 자는 공간의 밀집도를 보여주는 그림까지 제시했다. 몇 번의 스크롤을 통해 시설의 현황 등을 더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강제 노동과 관련한 4편에서는 강제노동이 이뤄지는 시설 내 공장의 수가 지역별로 얼마나 급증했는지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을 배치했다. 늘어나는 숫자와 공장 수를 나타내는 그림의 변화를 통해 강제 노동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제뉴스, 이젠 전문성을 강화할 때

버즈피드뉴스의 이번 기사는 퓰리처상의 ‘국제보도부문’을 수상했다. 국제 보도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안을 취재해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 접근성 뿐 아니라, 언어 장벽, 외교적 전문성의 부재 등 여러 한계로 인해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부분이 국제보도이기도 하다. 한국 언론에서는 특히 국제 뉴스와 관련한 여러 비판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박성호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언론학)는 2020년 8월 신문과 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언론 국제 뉴스의 보도 관행과 문제점으로 크게 네 가지를 지목했다. △일탈성 가치에 대한 치우침 △심층성 약화 △틀짓기(프레이밍)의 편향 우려 △종종 일어나는 번역의 오류 등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언론은 외신을 단순 인용하거나 이른바 해외 토픽을 소재로 한 기사를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메가 기자가 위구르족을 비롯한 신장 지역의 소수 민족 탄압을 보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현장’을 중시한 그의 취재가 있었다. 그는 버즈피드뉴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해외 곳곳에서 취재 활동을 하며 해외의 현장을 깊이 있게 전달해왔다. 또한,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취재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이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편집 : 이성현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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