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대북제재 중독증’ 빨리 깨어나야

기사승인 2021.08.02  20:41:32

공유
default_news_ad1

고성욱 기자 kswk95@naver.com

- [상상사전] ‘남북미관계’

   
▲ 고성욱 기자

미국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는 마약 중독은 성분 때문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쥐 놀이동산’ 실험을 했다. ‘쥐 놀이동산’은 넓은 공간에 쥐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놀이기구로 채워 놓아 쥐에게는 천국과 같은 장소다. 그는 ‘쥐 놀이동산’과 일반 우리(cage)에 각각 쥐 16마리씩을 넣어 물에다 마약을 섞은 음료만 일정 기간 제공했다. 이후 마약을 끊고 다시 사료와 먹이를 줬다. 일반 우리에 있는 쥐들은 마약에 중독돼 사료를 먹지 않았지만 ‘쥐 놀이동산’에 있던 쥐들은 중독된 비율이 크게 줄었다. 실험은 환경의 중요성과 사회성을 통해 중독을 이겨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다. 1980년대 말 주요 지원국인 소련이 붕괴하자 북한은 큰 위기를 겪는다. 우리나라와 경제력 격차가 벌어지면서 내부 안정과 대외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려고 폐쇄정책을 펴고 핵개발을 했다. 서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북한은 핵으로 강대국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으로 잇단 핵실험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국가 경제는 파탄이 나고 아사자가 속출했지만 북한은 핵무기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미국과 UN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대북제재 정책을 지속해왔다. 재정지원과 원유거래도 끊었다. 고립시키면 버티지 못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에 북한은 코웃음 치듯 15년 이상 이어진 대북제재를 견디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과거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다. 1차 핵실험 당시 미국 클린턴 정부는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과 소통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부시행정부는 대북정책을 강경일변도로 바꿨다. ‘악의 축’으로 규정된 북한은 다시 핵에 집착한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같은 남북한 첫 경제협력은 폐쇄적인 북한을 어느 정도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나빠졌고, 북한은 다시 핵에 손을 댔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정상국가로 도약하려 한다. 개혁 리더를 표방하는 김정은은 과거 지도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더 이상 숨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 국제사회와 소통하려는 변화는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넘어 주적인 미국과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냈다. 변화한 북한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우며 ‘하노이 회담’마저 ‘노딜’(no deal)로 끝냈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한이 마약과 같은 ‘핵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뺏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쥐 놀이동산’ 같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선언’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분명한 성과지만, 보다 분명한 실천이 이행돼야 한다. 

   
▲ 남과 북을 잇는 직통연락선이 지난 7월 27일 전면 복원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서신교환과 직통전화 복원은 남북관계에 청신호로 볼 수 있다. ⓒ KBS

당장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종전선언’으로 가야 북한의 전쟁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다. 이어 남북경제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 자본이 많이 유입될수록 북한은 과거처럼 막무가내로 폐쇄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것이다.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김정은 체제도 이를 반길 것이다. 두 정상의 서신교환과 직통전화 복원은 우호적인 남북관계를 다시 여는 청신호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는 없던 길을 새로 개척하는 일도 아니다. ‘대북제재’라는 중독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나종인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