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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아니라 문화의 시각으로

기사승인 2021.07.29  19: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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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PD dend0710@gmail.com

- [단비발언대]

   
▲ 김병준 PD

6년 전, 해외 봉사를 위해 필리핀의 베사오라는 마을로 향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밤새 이동했다. 버스는 산을 오를 때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자랑하는 듯했다.버스는 구름을 뚫고 구름 위 마을 베사오로 우리를 안내했다. 북적이고 시끄러운 마닐라와 달리 베사오는 ‘소음공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한적한 시골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일주일간 교육 봉사와 문화 교류를 하며 지냈다.

우리는 모두 한국의 도시와는 너무나 다른 베사오의 매력에 반했다. 와이파이가 없어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고, 마을에서 인터넷이 되는 PC를 찾기도 힘든 곳인데, 심지어 편의점도 가로등도 없는 시골 마을 베사오를 만끽했다. 현대 기술과 단절된 베사오는 우리에게 잊힌 문화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나라 풍물놀이와 같은 전통음악과 춤을 즐겼다. 남의 부를 시기하지 않았으며 내가 가진 것을 나만의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과 함께하는 것으로 여겼다. 사람들이 파티를 하며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노래하는 것은 늘 있는 행사인 듯했다.

   
▲ 산에 위치한 필리핀의 작은 마을 베사오는 지역문화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마을의 놀이문화였다. 베사오의 놀이 중에 독특한 점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구름보다 높은 산에 위치한 베사오는 공을 멀리 차면 산 밑으로 날아갈까 걱정돼서일까? 축구 대신 학생들은 농구, 배구, 배드민턴 등을 즐겨했다.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에서도 축구는 인기가 높지만 단일 종목으로 치르는 월드컵은 축구의 압도적 인기를 말해준다. 나는 축구가 어느 나라를 가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라 생각했다. 축구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명한 문화 콘텐츠는 어디를 가도 통할 거라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디즈니, 맥도날드, 코카콜라 같은 문화자본은 어디에 가더라도 낯설지 않아야 한다. 베사오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기업은커녕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 축구도 없었다. 그들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보편적 문화 대신 지역만의 문화를 즐겼다. 주민들은 지역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나라 문화는 어떨까? 지역문화자원 플랫폼 ‘지역N문화’에서 지역문화정보를 확인했다. 서울은 어떤 시∙도보다 많은 문화정보가 등록돼 있다. 문화를 즐기려면 서울로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사람들은 교통과 산업의 발달로 지역 문화산업이 발전하리라 기대했을 수도 있다. 현실은 가기 쉬운 도시, 가까워진 서울 탓에 우리 지역문화는 사라져갔고, 사람들은 문화 콘텐츠를 찾아 서울로 가야 했다. 문화산업을 찾으러 사람들이 서울로 향했지만, 서울로 가버린 문화산업은 지역을 찾아오지 않았다. 연극과 뮤지컬 같은 공연은 당연히 서울에 가야 볼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지역 문화를 찾아가기 쉽게 만들 줄 알았던 교통과 산업의 발달이 서울의 성장만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문화예술을 배제한 산업화를 성공이라 여겨왔다. 도시화는 거점경제성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농촌과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근접성이 문화활동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개발의 목표도 자본이 아니라 문화의 시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편집 : 김대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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