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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기사승인 2021.07.19  22: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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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임경민 기자 goodmean25@daum.net

- [기후위기시대] ⑪ 국회 그린뉴딜연구회 세미나 장정욱 발표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과 고속로 개발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소설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주최로 열린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개발의 허구성’ 세미나의 발표를 맡은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장 교수는 30여 년간 원자력정책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이날 세미나에는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우원식,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 일반 시민 등 20여 명이 함께했으며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불확실한 기술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거는 도박”

   
▲ 장정욱 교수가 19일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세미나에서 발제하면서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개발은 불확실한 기술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거는 도박"이라고 말하고 있다. ⓒ 김지윤

장 교수는 원자력발전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이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기술로 독성이 강한 핵연료 물질을 소멸시킨다’고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소멸이라는 단어는 2000년 이전에 일본에서 쓰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단(短)반감기(반감기가 짧은) 물질로 ‘변환된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의 연료로 쓰고 남은 방사성 폐기물을 말한다. 사람이 원자로에서 막 꺼낸 핵연료에 1미터(m) 거리에서 17초 정도 노출되면 한 달 내에 100% 사망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이 물질은 최소 10만 년은 안전하게 격리해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근본적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바로 이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해서 다시 원전의 연료로 이용하려는 기술인데, 지난 60여 년간 일본,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개발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해당 기술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줄여 최종처분장의 면적을 100분의 1로, 관리 및 독성 기간을 1000분의 1로 줄인다고 주장한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주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의 전문가 등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추진파’로 불리는 특정 인맥이 파이로프로세싱을 획기적인 기술로 소개하며 고속로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세미나에서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애초에 재처리 비용이 직접처분 비용보다 높다”며 “파이로프로세싱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은 재처리공정상의 손실과 투입에너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고, 고속로 건설비와 최종처분장 비용도 제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일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용후핵연료 3만2000톤(t)의 재처리에 약 154조 원이 들어간다. 이것을 2015년도 국내 배출량에 적용하면 7763t을 처리하는 데 약 37.3조 원이 든다. 여기에 고온 작업으로 빠르게 열화하는 부품의 유지‧보수비와 고속로, 최종처분장 비용까지 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재처리 작업 과정에서 작업원들이 피폭될 위험이 있고, 전처리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제논(Xe)과 크립톤(Kr) 등 배기가스가 약 80% 배출된다며 안전성 문제도 우려했다. 

파이로프로세싱에 필수인 고속로, 미국·영국·독일 등 포기  

장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위해 필수적인 고속로와 관련, 건설비 등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성도 낮아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활용을 포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속로는 원자로의 냉각제로 물이 아닌 소듐(Na), 납(Pb), 납-비스무스(Pb-Bi) 등의 액체금속을 사용하는데, 현재 소듐을 냉각재로 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가 가장 널리 연구·개발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파이로프로세싱과 연관 지어 개발 중인 고속로도 여기 해당한다. 

   
▲ 지난 2015년 대전에 준공된 파이로프로세싱 일관 공정 시험시설(PRIDE)의 모습. ⓒ 한국원자력연구원

장 교수는 1995년에 가동되기 시작한 일본의 고속로 ‘몬주’의 건설비용이 당초 360억 엔(약 3777억 원)에서 5886억 엔(약 6조1760억 원)까지 늘어났던 것을 상기시켰다. 몬주는 한때 ‘꿈의 원전’이라 불렸으나, 가동 이후 사고가 끊이지 않아 결국 2016년에 폐로가 결정됐다. 

장 교수는 2015년에 현 원자력연구원장인 박원석 박사 등이 있는 자리에서 (파이로프로세싱 문제에 관해) 3시간이나 논쟁을 했는데 아직 반론이 없다며 면밀한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반론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냉정한 과학적 관찰 없이 (빌 게이츠 같은) 유명인사가 한다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이 띄우는 ‘꿈의 원전’ 실상은 ‘과장과 거짓’ 

한편 강정민 핵컨설턴트(전 원자력안전위원장)는 이날 세미나에서 “보수지나 경제지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가 ‘꿈의 원전’인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 분석해보면 경제성·안전성 보도는 모든 것이 과장이고 거짓”이라고 말했다. 

   
▲ 그린뉴딜 연속세미나의 진행을 맡은 양이원영 의원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임경민

양이원영 의원은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그린뉴딜연구회에서는 과학이 정치화돼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번 핵융합 관련 연속 세미나를 기획했다”며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의 큰 과제에 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토론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만 년, 100만 년을 보관해야 하는 사용핵연료를 마치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를 통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편집 :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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