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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기후위기 속 언론의 길을 묻다

기사승인 2021.07.17  23: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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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주 김계범 기자 yourglim23@naver.com

- [단비현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23기 예비언론인캠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기자·피디(PD) 지망생을 위해 매년 2회 무료로 여는 예비언론인 캠프가 23기 일정을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줌(Zoom)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과거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합숙으로 열렸던 이 캠프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것은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여름의 21기 이후 세 번째다. 이번 23기 캠프에는 언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6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참가했다. 

줌 화상회의로 기자·PD 지망생 60여 명 참가 

   
▲ 14일 줌 화상회의로 열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 23기 예비언론인캠프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집, 카페, 학교 등에서 교수진의 개소식 인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조한주

“여러분, 우리는 나중에 2020년과 2021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코로나 감염의 두려움 속에서 가족의 실직 등으로 절망한 시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죠. 팬데믹 속에서도 부동산 자산가 등은 엄청난 돈을 벌었으니 불평등이 더욱 커진 시절로 기억될 수도 있겠습니다. 또 지금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극단적 폭염과 산불이, 아프리카에선 가뭄과 식량난이 수많은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과 기후재난의 시기에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언론인 지망생은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개소식 환영사에서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현실을 지적한 뒤, 이런 시대에 언론이 해야 할 일과 언론인 지망생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이 캠프에서 함께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먼 훗날 2021년 여름을 돌아볼 때, ‘정말 필요한 공부를 했고, 가야 할 길을 찾은 시간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소식에 이어진 첫 강의 ‘세계 일류언론과 한국 언론’에서 <조선일보> <한겨레> 출신 이봉수 교수는 우리나라 언론이 본받을 만한 신문으로 영국의 <가디언>을 들었다. 그는 “<가디언>은 비주얼(시각) 요소와 오피니언(의견) 면을 늘려 신문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우리 언론도) 모든 기자들이 디자이너의 감각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점이 있는 칼럼 등으로 오피니언 면을 더 풍성하게 하고, 일러스트(삽화)와 사진 등 그래픽 요소를 더해 눈길을 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비에스(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심석태 교수는 ‘진화하는 방송뉴스’ 강의에서 방송기자가 될 사람이라면 특히 ‘실시간성’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예전과 달리 어디서든 생방송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현장성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요즘은 주요 시간대 뉴스에 생중계가 많아졌기 때문에 임기응변, 침착성 등 생방송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사의 간부진을 구성하는 기성세대가 엠지(MZ)세대, 즉 2030세대인 신입 직원에게 ‘영상과 신기술에 익숙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상을 바꾸는 탐사보도, ‘강소매체’의 맹활약 

   
▲ 캠프 첫날 수업에서 열강하는 이봉수 교수. ⓒ 조한주

한국방송(KBS) PD 출신인 이상요 교수는 ‘영상제작의 핵심’ 강의에서 “현대 사회는 페이퍼(종이) 매체에서 스크린 매체 쪽으로 미디어의 흐름이 이동하고 있고, 스크린은 필수적으로 영상을 수반하고 있다”며 영상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크린 미디어가 지배적인 시대에는 PD뿐 아니라 기자도 영상을 공부해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글은 분석적이지만 영상은 감성적·충격적으로 소구하고, 무의식까지 지배하며, 실체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북극곰 사진, 태아의 모습을 찍은 영상 등 다양한 사례로 영상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첫날 마지막 순서로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를 강의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보스턴글로브>의 가톨릭 사제 성학대 사건 보도, <뉴스타파>의 ‘죄수와 검사’ 보도 등을 대표적 탐사보도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직 중에 촛불 집회를 거쳐 탄핵됐는데, 이는 한국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전 단계에 여러 언론의 집요한 탐사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탐사보도가 거대 권력을 무너뜨리는 일만 해온 것은 아니고, 우리 주변의 부조리라든지 시스템의 오작동 등을 하나씩 파헤쳐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탐사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로 사명감, 분노, 호기심, 인내, 열정, 전문성을 꼽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아이씨엔(ICN),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독일의 코렉티브(CORRECTIV) 등 각국의 ‘작지만 강한’ 탐사보도 매체를 소개하며 “기성매체들이 구축해 놓은 질서만이 꼭 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진실을 알리고 대안 제시하는 언론 역할 막중 

둘째 날인 15일 오전 <경향신문> <국민일보> 출신 제정임 대학원장의 ‘시사현안 집중토론’에서는 ‘기후위기와 ESG’를 주제로 토론식 강의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제 원장의 발제에 이어 토론 기회가 주어지자 채팅창에 이름을 올리고 발언권을 얻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제 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를 포함한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전환을 요구하는 일”이라며 “모든 국민이 기후위기의 현실과 대안을 정확하게 알고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S PD 출신으로 교육방송(EBS) 사장을 지낸 장해랑 교수는 ‘멀티플랫폼 시대의 기획안 작성’ 강의에서 “기획을 한다는 것은 단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전달하는지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기자·PD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사를 쓰고 영상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콘텐츠의 소비 흐름을 파악하는 등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기획구성안 작성을 위한 3단계 공부법으로 ‘스크래핑을 통한 세상 읽기’ ‘집중 모니터링’ ‘본인 기획구성안 작성’ 등을 소개했다. 

 
예비언론인캠프에서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는 제정임 원장, 이상요, 장해랑, 김용진 교수. ⓒ 김계범
 

이봉수 교수는 이어진 ‘개인DB 만들기와 유혹하는 글쓰기’ 강의에서 “언론 모니터링과 독서를 하고 난 뒤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두는 것은 기자·PD에게 엄청난 무기가 된다”며 “남보다 탁월한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 DB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모니터링 방법과 신문, 방송, 책 등을 토대로 정리한 자료를 보여주면서 개인 DB를 만드는 요령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첫 문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날 마지막 순서는 저널리즘스쿨 교수진과 참가자들이 4개로 분반을 이뤄 언론사 입사를 위한 구체적인 공부 방법, 언론계에 관한 궁금증 등을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장해랑 교수는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고들 하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을 치열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정임 원장은 사회운동가와 언론인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사회 쟁점을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운동가는 자리에 앉아 발언하는 사람이고 기자는 테이블에서 한 발 떨어져 전체 논의와 구도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비유했다. 

심석태 교수는 “멀티미디어는 여러분 시대의 디폴트값(기본)이고 신문사도 신문기자를 뽑는 게 아니라 멀티미디어 기자를 뽑고 싶어한다”며 기술 변화와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안수찬 교수는 ‘취재역량과 글쓰기, 뉴미디어 역량 중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모든 게 다 한 가지 일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 지도교수별 분반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장해랑 교수와 참가자들. ⓒ 김계범

윤리적 기준 없는 ‘열심히’는 불행한 결과 낳기도   

캠프 마지막 날인 16일 강의는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지난 3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합류한 안수찬 교수의 ‘언시에 붙는 논술과 작문’으로 시작됐다. 안 교수는 “프로페셔널(전문직업인)이 된다는 건 ‘자기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내가 지금 어떤 상태고 뭐가 부족한지, 반대로 장점은 뭔지를 파악하는 시간을 먼저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사의 채용은 지원자들이 ‘언론노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들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사회에 관심을 갖고 발제하고 끝까지 취재할 수 있는지(단독노동), 대중의 마음을 변화시킬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지(감성노동), 필요한 지식을 폭넓게 찾고 이해할 수 있는지(지식노동), 취재원과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지(청취노동), 취재하거나 알게 된 내용을 대중에게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표현노동), 취재와 프로그램 제작이 힘들어도 성실히 할 수 있는지(지속노동), 남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지(조직노동) 등을 살핀다는 것이다. 

 
캠프 기간 동안 열띤 강의를 하고 있는 허진호 MBC PD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심석태 교수, 안수찬 교수. ⓒ 조한주

이어진 ‘PD 취업의 이해와 접근법’ 수업에서 ‘PD수첩’ 등을 연출한 허진호 문화방송(MBC) PD는 “메타버스의 등장 등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어떤 콘텐츠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시간을 빼앗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PD지망생들이 실제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였다는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 PD는 “영상 산업 자체는 계속 발전할 것이지만, 지상파의 영향력은 하향 추세일 가능성이 높다“며 “PD라는 직업과 방송사라는 직장을 구분해서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사 공개채용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자신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외주 제작사에서 실무역량을 쌓아 이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뜻이다. 

심석태 교수는 ‘언론인이 꼭 알아야 할 취재보도윤리’ 강의에서 미국 시카고 방송사 시앤비(CNB)의 ‘엄마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도 확인해 봐라(If your mother says she loves you, check it out)’라는 표어를 인용하며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확인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적 사고가 결여된 채 ‘그냥 열심히 하는 방송’은 자신과 동료를 다치게 할 수 있다”며 “그런 행동은 언론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롭고 지친 마음 달래준 강의, 용기 얻었다”   

마지막 수업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으로 현업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언론인과 함께하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뉴스타파> 홍우람 기자, <한겨레> 박고은 기자, 목포MBC 안윤석 PD가 참여해 각자의 입사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홍 기자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할 때부터 기자 활동을 하는 지금까지 신문을 매일 8~9부 정도 본다”며 “막연히 글을 쓰는 시간보다는 신문을 정성껏 읽고 뉴스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PD는 입사전형과 관련한 질문에서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가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며 대학원 시절 교수진의 지도로 만들어 KBS ‘열린채널’에서 방영했던 ‘내일을 향한 스파이크’를 소개했다. 

참가자 박수림(24) 씨가 “언론인을 하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라고 질문하자, 박고은 기자는 “지금은 언론사도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많이 나왔던 때와 달라졌다”고 답하고 “하지만 더 좋은 기사에 욕심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워라밸을 포기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 ‘선배와의 대화’ 시간에 참가자 질문에 답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 언론인들. 왼쪽부터 홍우람 뉴스타파 기자, 박고은 한겨레 기자, 안윤석 목포MBC PD. ⓒ 조한주

이어진 수료식에서 기자 지망생 서현덕(29) 씨는 “개인적으로 2년 정도 준비를 하면서 좀 지쳐있었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며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이 길을 걷기로 했을 때 가졌던 마음을 다시 다졌다”고 말했다. 역시 기자 지망생인 남궁재원(25) 씨는 “기자를 직업적 목표로만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는데, 언론인의 길을 이미 많이 걸어온 교수님들의 열정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아현(26) 씨는 “학원에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단기 수업만 들었는데,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좋은 저널리즘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는 수업들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김인철(24) 씨는 “공대생이 언론인이 되겠다고 하니 ‘취업 잘 되는 전공인데 어려운 길을 왜 가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수업을 들으며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더 걸어가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PD 지망생인 채지희(25) 씨는 “지역에 살면서 주변에 언론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16일 예비언론인캠프 수료식에서 참가자들이 ‘캠프가 유익했다’는 뜻으로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조한주

한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2008년 개교 후 230여 명의 기자·PD를 배출한 국내 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으로, 재학생 전원 기숙사 무료 숙식 외에 기금장학금(등록금 전액), 성적우수장학금 등의 다양한 장학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2021년 후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링크)


편집 : 조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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