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⑧ 국회 그린뉴딜연구회 세미나 강정민 발표

“기후위기로 인해 ‘2050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가 되자 이런 조류에 편승해 국내 핵융합계 인사들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으로 핵융합발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핵융합계조차 핵융합발전의 상용화가 205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기술개발이 되지 않은) 핵융합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5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공동대표 우원식·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핵융합 기술의 현주소: 핵융합, 과연 미래에너지인가’ 세미나에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이렇게 단언했다.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한 외부 참석자 등 20여 명이 함께한 이번 세미나는 연구회 책임연구의원인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빨라도 2050년 상용화 가능한 미개발 기술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선임연구위원 등으로 일한 강 전 위원장은 핵융합계와 일부 정치인 등이 핵융합발전에 관해 잘못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은 핵융합발전이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는 무궁무진한 친환경 에너지원이고 방사성 물질도 중저준위로 소량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중저준위 폐기물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이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세미나에서 핵융합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남윤희

강 전 위원장은 특히 “1차 핵융합에너지개발계획에서 2030년에 핵융합발전소 건설 능력을 확보한다고 했다가 3차 계획에서 2040년으로 연기했고,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국내 핵융합발전 상용화가 2050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신문 지상에서 핵융합이 2050 탄소중립의 궁극적 대안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지난달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며 “핵융합 발전을 세계적으로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융합발전은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기존 원전과 달리 태양의 원리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현재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2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강 전 위원장은 “이 프로젝트는 아직 과학이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며 “EU가 추진하는 핵융합발전의 상용화 시기는 2070~2080년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핵융합발전에 삼중수소가 투입되는데, 발전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효율성도 의문...재생에너지가 훨씬 경쟁력 높아 

강 전 위원장은 또 “핵융합에너지는 가격경쟁력이 없다”며 “왜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핵융합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핵융합을 지지하는 학자가 쓴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핵융합로 건설비용은 약 9조 원, 발전비용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180원으로 추정됐다. 강 전 위원장은 “핵융합에너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계산된 것을 기준으로 해도 이미 석탄,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기존 발전원들보다 비싸다”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 국회 그린뉴딜연구회 세미나에서 진행을 맡은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 남윤희

강 전 위원장은 이와 함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곳 주변의 부품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1~2년 운전 후 6개월 정도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 기간 동안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해 상당량의 전력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핵융합발전의 경제성을 높이려면 발전용량을 대규모로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출력 조절이 가능한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 더 필요한 시대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 전 위원장은 결론적으로 “미래에 핵융합발전이 성공한다 해도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되기 어렵다”며 “이런 기술에 향후 수십 년간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은 “핵융합은 기초과학 지원 대상으로 연구가 필요한 학문이지만 당장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 지원이 어려우니까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무리하게 포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은 “지구는 이미 태양이라고 하는 핵융합에너지를 받고 있는데,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를 1시간만큼만 제대로 활용해도 인류가 1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충당한다고 한다”며 “인공 핵융합 대신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편집 : 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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