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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조폭기자’ 재판, 어떻게 되고 있나?

기사승인 2021.06.28  2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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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진 기자 ihj1995@naver.com

- [단비현장] 공무원 증언 번복에 ‘처벌 불원’까지…다음 공판은 7월 20일

지난 3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직 조폭기자로부터 시민과 공직자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기자가 조폭 출신이라는 것을 이용해 시민과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루된 기자들이 제천 지역 폭력조직인 ‘조가파’ 출신이라는 주장이었다. 곧바로 ‘제천 조폭기자’ 사건으로 이름이 붙은 이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제천 조폭기자’로 불리는 사람은 두 명이다. ○○매일 제천 주재 기자인 A씨와 ○○경제TV 제천 주재 기자 B씨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청주지검 제천지청이 불구속 기소를 한 상태였다. ○○매일 A기자에게는 폭행치상과 협박, 공무집행방해 등 4개 혐의가, ○○경제TV B기자에게는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A기자의 형인 제천시 공무원 C씨는 도박장 개설 혐의로 별도로 기소됐다. A기자는 회사에서 일시정직 상태고, B기자는 당초 소속사에서 직무배제 처분을 받자 다른 신문사로 옮겨 여전히 제천 주재 기자로 일하고 있다. <단비뉴스>는 4월 13일부터 6월 22일까지 세 차례 재판을 방청한 것은 물론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건의 진상을 취재하고 있다.

   
▲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현판. ⓒ 김대호

공무원 폭행과 협박 혐의...재판서 모두 부인

지난 4월 13일,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단독 정경환 판사 심리로 A기자와 B기자의 폭행과 협박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A기자가 제천시 공무원 D씨의 목을 수십 번 가격하고 발로 허벅지를 차는 등 폭행했다는 혐의다. 폭행 도중 옆에 있던 다른 공무원 E씨를 위협하고 협박했다는 혐의도 있다.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증인으로 나온 E씨는 A기자가 2019년 4월,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카페로 자신을 불러낸 뒤 D씨를 불러내게 했다고 증언했다. A기자가 카페에 D씨가 나타나자마자 자신을 뒷담화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욕을 하고는 D씨의 목을 손날로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켜보던 E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A기자가 E씨에게 욕을 하며 신고를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E씨는 A기자가 “두 사람 모두 회계과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는데, “말을 하면서도 주먹으로 때리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두 명은 모두 당시 제천시청 회계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향응 접대 의혹’ 보도한 뒤 협박에 활용

B기자의 강요 혐의에 관한 증인 신문도 진행됐다. B기자는 E씨가 한 전기업체에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고 국민권익위의 국민신문고에 진정서를 올리는 등 협박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E씨는 B기자가 회계과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B기자의 향응 접대 의혹 보도 경위는 이렇다. B기자는 지난해 4월 3일, 회계과 공무원인 E씨가 한 전기업체 사장에게서 향응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다. 그런데 시청 인사팀과 감사팀 등에 연락해 E씨가 자신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찌된 일인지 시청에 근무하는 동료 공무원들은 E씨에게 시청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며 ‘빨리 사과하라’고 권유한다. E씨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가 기사를 쓴 것으로 끝내는 게 정상이 아니냐”며 자신은 “기자에게 사과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제천시청 인사팀 관계자는 문제 상황을 해결한다며 B기자와 E씨를 불러 삼자대면 자리를 만들었다. E씨는 B기자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느냐”, “가족의 목줄이 달렸다”는 등의 말로 협박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폭력 조직 출신인 걸 언급하며 겁을 줬다는 뜻이다. E씨는 그 자리에서 B기자의 요구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실확인서’를 써줬다. E씨는 그렇게 하면 “의혹 기사도 내려주고 국민신문고 민원도 내려준다고 해서 쓰기 싫었지만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확인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5월 11일 열린 재판에는 삼자대면 자리를 만들었던 시청 인사팀 관계자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당시 자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강압적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전기업체 사장도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세 차례 정도 E씨와 유흥업소에 가서 술을 마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돈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절반씩 나눠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B기자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E씨가 회계과에서 나가도록 설득해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B기자가 보도한 E씨에 대한 ㄴ업체의 향응 접대 의혹은 보도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정이 났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관련 공무원이 진술 뒤집어

5월 재판에서는 A기자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한 심리도 진행됐다. 검찰은 제천시가 2019년 6월에 발주한 ‘의림지 한방치유숲길 경관조명 설치 공사’의 관급 자재 구입을 A기자가 방해했다며 공무집행방해라고 봤다. A기자가 특정 업체와 계약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공사가 한 달 정도 미뤄졌는지가 쟁점이었다. 경관조명 설치 공사에 참여한 산림공원과 공무원 F씨와 G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한 명이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서 판사가 위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 두 명을 대질신문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2일 재판에는 이 사건에 관련된 업체 관계자가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해 3월 제천시가 발주한 경관조명 설치 공사에는 ㄱ업체와 ㄴ업체가 후보로 올랐다. 증인으로 나온 ㄴ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당시 이 사업을 담당하던 공무원이 다른 업체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기 업체에 자재 디자인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두 업체가 이상천 제천시장 앞에서 디자인을 브리핑했다. ㄴ업체 관계자는 이때 이 시장이 두 업체에 50대 50으로 공평하게 일을 배분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5월에 업체 선정 결과를 보니 ㄱ업체에 일감이 더 많이 배정됐다. ㄴ업체는 이 때문에 수백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ㄴ업체 측은 당시 업무를 담당하던 제천시청 회계과 공무원 E씨가 ㄱ업체 편을 들어준 것이라고 봤다. ㄴ업체 관계자는 시장 앞에서 자신이 브리핑을 한 뒤 E씨가 “시장이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산림공원과 공무원인 G씨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ㄴ업체는 A기자에 이런 내용을 제보했다.

업체 선정 결과가 나오자 A기자는 산림공원과 공무원 F씨를 찾아갔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A기자는 시장이 공평하게 하라고 말한 것과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ㄴ업체에 일감을 안 주면 자기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이에 F씨는 그 자리에서 ㄱ업체와 ㄴ업체를 빼고 업체를 새로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때 A기자가 비리 의혹 보도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A기자가 F씨와 ㄴ업체 관계자가 서로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한 뒤 산림공원과 사무실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A기자의 형 공무원 C씨는 도박장 개설 혐의

6월 재판에서는 A기자와 그의 형인 제천시 공무원 C씨의 도박장개설 혐의에 관한 심리도 진행됐다. 검찰은 C씨가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 사이에 도박장을 열어 이용자들에게 사용료와 수수료 등을 챙겼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도박장에 갔던 민간인 두 사람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한 증인은 2013년 12월 제천시 청전동에서 일명 ‘바둑이’라는 도박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새로 도박장을 열었다며 와보라는 C씨의 말에 마지못해 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C씨에게 도박자금 700만 원을 빌렸는데, C씨는 시간당 사용료 3만 원에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판돈에서 5만 원 가량을 수수료로 받았다고 했다. 그는 5명이 참여한 게임에 판돈 2500만 원이 돌았고 C씨가 판돈에서 시간 당 100만 원 정도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C씨가 수수료를 받아 A기자에게 가져가는 것을 봤다고도 증언했다.

변호인 측은 C씨가 증인에게 700만 원을 빌려주고 바로 다음날 계좌를 통해 돌려받았기 때문에 도박과 관련한 어떤 이익도 얻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인은 판돈에서 이자를 떼어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증인의 주장은 좀 달랐는데, 시간당 3만 원의 사용료를 낸 것은 맞지만 사용료는 함께 먹는 간식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사용료를 C씨가 가져간 것은 아니라고 증언한 것이다. 그는 A기자와 C씨를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A기자의 친구라고 답했다.

   
▲ '제천 조폭기자' 사건 재판이 열린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2호 법정. ⓒ 김대호

공무원 증인들, ‘처벌 불원서’ 제출에 진술 번복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증인으로 나온 제천시청 공무원들의 태도도 눈길을 끌었다. A기자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자로 4월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D씨는 A기자가 자신을 폭행한 일로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A기자와 그의 형을 험담하고 다닌다고 오해해서 때린 것이었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폭행으로 생긴 상처와 관련해서도 “멍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통증은 일주일 정도 갔다”고 말했다. D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는 “A기자에게 차여 허벅지 윗부분에 10cm 길이의 멍이 들고 10일간 근육통도 있었다”고 진술했었다.

5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경관조명 설치 공사 담당자 F씨도 경찰 조사에서 했던 말을 법정에서 뒤집었다. F씨는 수사 과정에서는 “언론보도가 되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상부의 질책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당시 출장 중이어서 사무실에 없었다”며 “(협박하는 내용을) 직접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을 완전히 뒤집었다. 경찰 조서에 적힌 구체적인 위협 발언에 관해서는 긴장한 탓에 경찰의 말에 ‘네’라고 대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제천시청 공무원들의 특이한 행동이 드러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B기자가 인사팀 등에 전화를 해 공무원 E씨의 사과를 요구하자 동료들이 왜 사과를 권유했는지, 또 인사팀 관계자가 나서 삼자대면 자리까지 만든 이유는 재판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 A기자가 ㄴ업체 관계자와 공사 담당 공무원과 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법정에서도 인정이 됐는데, 기자가 어떻게 이런 계약에 끼어들 수 있었는지도 해명이 필요하다. 이른바 ‘제천 조폭기자’의 공무원 폭행 혐의와는 별도로, 시청의 업무 관행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계속 취재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 공판은 7월 20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도박장개설 등 혐의와 관련해 증인 4명의 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이후에는 A기자의 폭행치상, 협박,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한 공판이 진행된다.


편집 : 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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