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데이터 종합분석] 코로나19 전후, 제천시 자영업은 어떻게 변했나

<단비뉴스>는 전국 창업·폐업 현황을 볼 수 있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전후로 제천시 자영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는 총 190개 업종에 걸쳐 창업 및 폐업 데이터를 공개한다. <단비뉴스>는 일상에서 시민이 자주 이용하고 중소 자영업자들이 주로 운영하는 음식점, 숙박업소, 노래방, 게임업소 등 4개 업종을 집중 분석했다.

먼저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5년간 업종별 업체 수 변화와 창업·폐업 동향을 살피면서 업종별 경기 흐름을 파악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직접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업체 수를 비교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1996~2020년 데이터는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의 데이터를 담았고, 2021년은 1월부터 5월까지 데이터를 담았다. 선 그래프는 데이터 시각화를 위한 사이트인 'Datawrapper'를 이용해 만들었다. 선을 클릭하면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5월 기준 제천시에는 음식점 2882개, 숙박업소 224개, 노래방 98개, 게임업소 80개가 있다. 음식점에는 식당, 카페, 편의점 등이 포함되고, 숙박업소에는 여인숙, 모텔, 호텔은 물론 펜션, 캠핑장, 글램핑장 등이 포함된다. 게임업소로는 피시방, 오락실, 게임장 등이 있다.

▲ <그림1> 2021년 5월 기준 제천시 업종별 업체 수. ⓒ 이예진

하강기에 들어섰는데 코로나19 타격까지

이들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 대상 업종으로 지정되어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노래방은 밀폐공간으로 집단감염 사례도 있어 코로나19 이후 타격이 컸던 업종에 속한다. 제천시 노래방은 어떨까?

먼저 <그림2>는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노래방 업체 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노래방 업체는 2006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7년 업체 수가 전년보다 약 18% 줄었다. 2007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업체 수를 유지하다가 2019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업종 자체가 내림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 <그림2>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노래방 업체 수다. 2006년 139곳으로 정점을 찍고 2007년에 업체 수가 크게 줄었다. 이후 큰 변동이 없다가 2019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그림3>에서 연도별로 창업한 노래방과 폐업한 노래방 업체 수를 보면, 1999년 무렵 노래방 창업이 정점을 이뤘지만, 2006년 상당수가 폐업하면서 이후 창업 건수가 지속해서 하락했다.

▲ <그림3>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노래방 창업·폐업 동향이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코로나19 전후로 노래방 운영에 변화가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2019년 5월, 2020년 5월, 2021년 5월의 업체 수를 비교했다. <그림4>를 보면 2021년 5월 기준 제천시 노래방 업체 수는 2019년 5월보다 12곳이 줄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하강기에 진입한 노래방 업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침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림4> 제천시 노래방 영업에 관한 코로나19 영향을 보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5월 영업 업체 수를 비교했다. 2019년에 비해 2021년 업체 수는 12곳이 줄었다. ⓒ 최태현

숙박업의 상황은 어떨까? <그림5>를 보면, 1996년 이후 제천시 숙박업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15년에 숙박업소가 크게 늘었다. 이 시기에 창업한 업체의 상호 등을 살펴보면, 모텔이나 호텔 등 전통적 숙박업소가 아니라 글램핑을 포함한 각종 캠핌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5년에 창업한 숙박업소의 86%가 캠핑장이었다. 이는 제천시의 지리적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과 계곡이 많은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이른바 ‘아웃도어형 캠핑장’이 제천시 숙박업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한 것이다.

▲ <그림5>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숙박업소 수다. 업소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에도 업소 수가 늘었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지역 특성 반영한 캠핑업체는 오히려 증가

<그림6>의 제천시 숙박 창업·폐업 동향을 보면 2009년 무렵부터 새로 문을 연 숙박업소가 문을 닫은 업소보다 많아졌다. 다만, 2015년 창업한 업소 수와 2018년 폐업한 업소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구체 내용을 살펴보니, 어느 숙박 업체가 11개의 펜션을 2015년에 개업하고 그 가운데 6개를 2018년에 폐업한 것이 제천시 숙박업 전체 통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중소도시의 특성상, 유력 업체의 흥망이 지역 경제 전체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도 알 수 있다.

▲ <그림6>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숙박업소 창업·폐업 동향이다. 2015년 창업한 업소 36개 중 31개가 캠핑장이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지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펜션 업체가 고전하고 있음에도 제천시의 숙박업소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늘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로 5월 영업 업소 수를 비교한 <그림7>을 보면, 2021년 제천시 숙박업소 수는 2019년에 비해 12곳이 늘었다. 2015년 이후 캠핑장 등 야영장 업소의 비율이 높아졌는데, 그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적게 받았거나 오히려 일종의 ‘특수’를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림7>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 5월 숙박 업체 수다. 2019년에 비해 2021년 업체 수는 12곳이 늘었다. ⓒ 최태현

제천시에서 코로나19 이후 영업업소 수가 늘어난 업종이 하나 더 있다. <그림8>을 보면, 제천시 게임업소 수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가 2020년 84곳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 <그림8>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게임업소 수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코로나19에도 급증한 PC방 창업

게임업소에는 PC방, 오락실, 게임장 등이 포함된다. 제천시에 PC방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7년 이후 게임 관련 업종의 약 75%는 PC방이다. <그림9>를 보면 2006년에 50곳이 폐업했는데 이들 모두 과거의 아케이드식 오락실이나 성인용 게임장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2007년 무렵부터 업태를 바꿔 PC방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창업한 게임업소 28곳 중 24곳이 PC방이었다.

이후 창업한 업소 수와 폐업한 업소 수가 부침을 겪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역대로 가장 많은 업체가 새로 창업했다. 2021년에는 창업 업소 수가 조금 줄었지만, 노래방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창업자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그림9>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게임 창업·폐업 동향이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실제로 <그림10>을 보면 제천에서는 2021년 게임업소 수가 2019년에 비해 24곳 늘었다. 노래방과 같은 밀폐시설인데, 왜 PC방은 오히려 늘어났을까? 데이터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힘들지만, 일단 창업의 문턱이 매우 낮은 점이 PC방 창업 붐을 이끈 것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PC방 업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창업을 원할 경우 PC 설치 및 관리 등을 일괄적으로 대행하는 서비스가 잘 돼 있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림10>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 5월 게임 업체 수다. 2019년에 비해 2021년 업체 수는 24곳이 늘었다. ⓒ 최태현

지금까지 데이터로 봤을 때 제천시의 노래방, 숙박업, 게임업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타격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노래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침체했고, 숙박과 게임의 업체 수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그렇다면, 제천시 자영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점 상황은 어떨까? <그림11>을 보면 지난 25년간 제천시의 음식점은 2000년대 후반 5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늘어났다.

▲ <그림11>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음식점 업체 수다. 2021년은 5월 말을 기준으로 했다. 음식점 업체가 전체적으로 오름세인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그림12>를 보면 음식점 창업·폐업 동향은 등락 폭이 100~400개 사이를 오갈 만큼 크다. 1997년 창업은 정점을 찍고 2008년까지 계속 내림세를 거듭하는 반면, 폐업은 2002년 최고점을 찍고 매년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창업이 늘었고, 2002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며 영세 자영업자가 대거 몰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정체돼 있던 창업 동향은 2015~6년부터 다시 오름세를 탔는데, 이 무렵 제천시가 도심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약선음식거리’ 등을 조성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제천시의 음식점은 경기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그림12>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제천시 음식점 창업·폐업 동향이다. 선을 클릭하면 연도별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중소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대표하는 식당과 카페

경기 변화에 민감한 음식점들의 특성은 코로나19를 전후한 시기를 비교해도 확인할 수 있다. 음식점 창·폐업은 계절 요인으로 월별 편차가 있어 2020년 3월 22일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일을 기준으로 1년 단위의 변화를 살폈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업체 수를 전년도 동일 기간과 비교했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업체 수에 견줘 음식점 업체 수는 85개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식당과 카페 등을 운영에 타격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3>2020년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영업한 음식점 수를 전년 동일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음식점 수는 85개 줄었다. ⓒ 최태현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만으로는 제천시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중소 자영업자들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포착되지 않는다. 장사하고 있어도 빚만 쌓이는 자영업자들의 처지도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단비뉴스>는 앞으로 데이터 너머에 있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심층보도할 예정이다.


편집 :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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