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자학교] 제천 엽연초하우스 도시재생사업

사단법인 <단비뉴스>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제천교육지원청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이번 1학기에도 '미디어 콘텐츠 일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해왔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3시간씩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진행된 이 과정은 미디어는 물론 팬데믹, 다문화사회, 위험사회 등 학생들 자신이 처한 사회환경을 이해하는 주제 강연과 글쓰기 강연을 9차례 하고, 미디어 제작 체험을 2차례 해봄으로써 진로모색에도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습니다. 이제 그 결과물을 <단비뉴스>에 연재하니 그들의 눈에 비친 지역사회의 모습을 기사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편집자)

최근 제천 시내 한복판인 명동에 특별한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생겼다. 그 이름은 ‘엽연초하우스’. 이름도 낯선 그곳은 100년 역사가 담긴 근대문화유산을 현대의 시선으로 다시 만드는 제천시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상징하는 엽연초하우스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까? 

100년 역사를 가진 담뱃잎의 시간

▲ 엽연초하우스 뒤편에 국가등록문화재 제273호인 엽연초수납취급소가 있다. © 최용준

엽연초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한 터에는 원래 ‘엽연초 수납취급소’가 있었다. 엽연초는 ‘잎사귀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말린 담배’이다. 담배 재배농가로부터 엽연초를 사들여 저장한 곳이 엽연초수납취급소이다. 제천 엽연초수납취급소는 1943년 이전에도 있었으나, 기록에 따르면 엽연초 수납업무 증가에 따라 1943년에 지금 볼 수 있는 ㄱ자 형태 단층 목조 건물을 지었다. 수납취급소는 엽연초 수납 작업에 맞도록 하치장, 배열장, 경작자대기실, 계산실, 감정실, 현품대조실, 갱장장 순으로 구성돼 있어 당시 엽연초 수납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엽연초수납취급소는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국가등록문화재 273호로, 수납취급소 앞 구사옥은 국가등록문화재 65호로 등록됐다. 구사옥은 1918년 제천엽연초경작조합 설립 당시 지은 건물인데, 아치형 현관이 근대적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현관 위쪽 창호는 기하학 무늬를 도입해 정면성을 강조했으며, 외부 장식과 평면 구성 등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예술적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엽연초수납취급소는 최근 들어서는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았다. 2017년 개봉된 <군함도>는 여러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제작진은 징용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군함도에서 노동 착취에 시달리는 장면 중 일부를 엽연초수납취급소 창고 안 세트장에서 재연했다. 

▲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옆에는 국가등록문화재 65호로 지정된 엽연초생산조합 구사옥이 있다. © 최용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엽연초하우스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엽연초하우스 관련 도시재생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지난 4월부터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천명주 대표이사를 만났다.

천 대표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는 도시재생사업의 사업 목적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고정됐기 때문이다. 제천시가 엽연초수납취급소를 도시재생사업 대상으로 정하고,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운영할 주체를 찾던 중 천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여행사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 엽연초하우스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데 실제 나무 이파리로 장식한 나무가 눈길을 끈다. © 엽연초하우스

엽연초하우스 곳곳에는 시민을 위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하우스 앞 정원에는 어린이들이 노는 조형물들이 있고, 어른들도 편히 쉴 수 있는 커다란 나무와 쉼터가 있다. 하우스 뒤편에는 과거 엽연초 분류작업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지금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 등이 사용하고 있다. 건물들은 ㄱ자형으로 자리 잡아 빈 공간이 많았다. 예전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곳에 잔디를 깔고 벤치를 놓아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엽연초하우스는 1층을 카페, 2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카페는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2인실부터 4인실까지 여섯 객실을 제공하고 있으며, 무료 조식 서비스도 있다. 천 대표가 진행하는 엽연초하우스 문화재 역사투어도 5,000원만 내면 음료를 마시며 약 20분 간 시내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여행과 숙박, 역사 공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개관 이래 엽연초하우스에서는 두 차례 공연이 열렸다. 천 대표는 시민들이 더 많은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전문 가수는 물론 학생들도 공연할 수 있도록 엽연초하우스 앞 공원과 구사옥 등을 빌려준다.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대관해줄 예정이다. 6월부터는 관광객이 향초와 디퓨저 등을 만들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 중앙의 정원 뒤편으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 최용준

엽연초하우스를 통해 천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구도심 활성화이다. 엽연초하우스가 있는 구도심은 과거 제천역을 중심으로 번영하던 곳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담배 재배농가가 줄고 주민들이 시 외곽의 경치 좋은 곳으로 주거지를 옮겨가는 바람에 도심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천 대표는 엽연초하우스를 기점으로 관광객이 많이 모여들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그동안 빠져나간 사람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도시재생이 나아갈 방향, ‘역량 강화’

천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심 활성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추구한다. 사업을 진행하며 아쉬움을 느낀 점은 각 사업장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은 지자체가 했지만, 이를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사업장들이다.  

“도시재생사업은 민-사기업-관 셋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중에 전문가가 있어서 그를 통한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역량이 강화되면 자립할 수 있고 매출이 증대될 것이고 매출이 증대되면 고용 유지와 창출이 가능해집니다. 지자체는 각 기업의 홍보를 도와주고, 민간이나 사업체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등 스스로 노력을 이어가야 해요. 이 선순환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발전해야 도시재생사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제천시청에서 도시재생사업을 맡고 있는 최정환 주무관은 게스트하우스 말고도 문화의 거리에 있는 달빛정원, 남천, 교동의 달빛문화마을 힐링 쉼터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을 하는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등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시 차원의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을 담당하는 강흥만 주무관은 역 주변으로 체험하우스가 들어서는 등 새로운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천역 부근인 영천동에 8층짜리 체험하우스가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며,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3~8층은 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 장준서 · 지민준 기자는 세명고 3학년, 최용준 기자는 제천고 3학년 학생입니다.

* 취재·첨삭지도: 나종인(단비뉴스 PD), 이봉수(단비뉴스 대표)


편집 : 정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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