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매미나방 대발생 대책과 전망

매미나방은 2019년 제천과 단양 등 충북 지역에서 유행했고, 지난해에는 전국 곳곳에 등장했다. 특히 제천에서는 매미나방이 도심 주택가의 벽면을 뒤덮었다. 산림청 조사 결과 2020년 겨울을 난 매미나방 알집의 폐사율은 20%도 되지 않아 2021년 여름에도 매미나방이 대발생할 것이란 걱정이 많다. <단비뉴스>가 2021년 매미나방의 삶을 전망해봤다.

7~8월에 나타나는 매미나방 성충

매미나방은 유럽 매미나방(Lymantria dispar dispar), 일본 매미나방(Lymantria dispar japonica), 아시아 매미나방(Lymantria dispar asiatica) 등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의 매미나방은 아시아 매미나방 가운데 하나다. 영어로는 집시나방(Gypsy moth)이라 불린다. 수컷이 짝을 찾아 날아다니는 행태를 집시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 건물에 알을 낳은 모습. ⓒ 정승현
▲ 산지 수목에 알을 낳은 모습. ⓒ 최은솔
▲ 알에서 깨어난 직후 애벌레 모습. ⓒ 환경부

매미나방은 1년 살이다. 나무줄기에서 짝짓기를 벌이고 나무줄기나 가지에 무더기로 산란한다. 알은 알집 형태로 나무에 붙어 겨울을 보낸다. 노란 눈물방울 모양의 알 덩어리는 암컷 복부에서 나온 두꺼운 털 뭉치로 덮여 있다.

알은 9개월 여간 월동을 마치고 4월 중순경 애벌레로 부화한다. 처음 4~5일은 알 덩어리 주위에 머무르다 스스로 만들어 내뱉는 실을 이용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은 보통 45~66일간이다. 그동안 수컷은 6~7번 탈피하고, 암컷은 7~8번 탈피한다. 이후 2주일 정도 번데기 상태로 살고 7~8월에 성충으로 자란다. 입이 없는 성충은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7~8일간 번식 활동만 하다가 죽는다.

▲ 매미나방 애벌레. ⓒ 정승현
▲ 매미나방 번데기. ⓒ 산림청

따라서 매미나방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애벌레 시절에 발생한다. 활엽수 잎은 매미나방 애벌레의 주식이다. 매미나방 애벌레가 먹잇감으로 삼는 수목 종류는 광범위하지만, 주로 참나무를 선호한다. 밤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등도 섭식 대상이 된다. 넓은 지역에서 해충이 한꺼번에 많이 나타나는 것을 ‘대발생’이라고 부르는데, 온갖 나뭇잎을 먹어치우는 매미나방의 대발생은 숲과 과수의 피해로 이어진다.

▲ 2020년 제천 시민공원에서 대발생한 매미나방 성충. ⓒ KBS

애벌레에 비해 성충이 주는 피해는 많지 않다. 특히 사람에게 직접 주는 피해는 없다. 다만 매미나방이 대발생하면 도심 건물의 벽면에 빼곡히 붙어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들 성충은 밤에 활동한다. 그러나 개체 밀도가 높아지면, 낮에 활발히 움직이는 개체들이 생긴다. 지난해 대발생 때도 밤낮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매미나방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매미나방이 독성을 띠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화학적 독을 품고 있지는 않다. 피부조직이 약한 사람이 애벌레의 털이나 성충의 인편(비늘 모양을 띤 얇은 조각)과 접촉하면 두드러기나 붉은 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알레르기 반응이다.

▲ 매미나방 유충이 나뭇잎을 갉아 먹고 잎이 남아 있지 않아 피해를 입은 낙엽송 임지. ⓒ 환경부
▲ 매미나방 유충 때문에 발생한 대왕참나무 잎 피해(오른쪽). ⓒ 환경부

특정 조건에서만 대발생하는 돌발해충

지난해 개체수와 밀도가 급증해 한국 바깥에서 침입한 곤충처럼 보이지만, 매미나방은 원래부터 한국에서 서식했다. 다만 매미나방은 ‘돌발해충’으로 분류된다. 돌발해충은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 특정한 조건에서 개체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 사람이 사는 곳으로 확산되는 곤충을 뜻한다.

매미나방이 처음 해충으로 분류된 때는 1940년이며, 1959년 서울에서 나무 1,200여 그루에 피해를 입힌 기록이 있다. 1950년대 전라도에서 대발생이 보고되기도 했다. 최근엔 1996~1998년 제주 한라산 일대, 2011~2012년 부산 해운대, 2013년 서울 관악산과 충청 음성군 등 일부 지역에서 매미나방이 다수 발생했다.

매미나방처럼 돌발적으로 대발생하는 해충의 개체수는 일련의 단계를 반복하며 늘었다 줄어든다. 이장훈과 이해풍이 쓴 「매미나방 개체군 변화의 단계별 특징과 페로몬 트랩에 의한 포획 효과」(2000)에 따르면, 매미나방 무리가 발생할 때 개체수 변화는 무해(innocuous), 증가(release), 폭발(outbreak), 감소(decline) 등의 단계를 거친다. 한국에 서식하는 매미나방의 경우 증가 단계부터 무해 단계로 되돌아가기까지 2~3년 정도 걸린다. 최근 2년 동안 매미나방이 증가 또는 폭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면, 올해 또는 내년부터는 감소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매미나방이 해충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무조건 박멸하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매미나방을 먹고 사는 생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연구소장의 <"생태계의 견제와 균형"...괴물곤충 '매미나방' 대 발생을 보며>(뉴스펭귄, 2020)에 따르면, 수시렁이는 매미나방 알집에 침입해 부화 전의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금개구리, 참개구리, 두꺼비가 잡아먹는다. 딱정벌레와 왕주둥이노린재는 매미나방의 성충을 먹고 산다.

기후변화가 대발생 초래

2020년 매미나방 대발생 현상에는 기후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국립산림연구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정종국 연구사(박사)는 예년보다 높았던 평균 기온과 적은 강수량으로 매미나방이 대발생했다고 밝혔다. 작년 겨울철 한국 평균 기온은 1월 1.6도, 2월 2.5도를 기록하며 10년 사이 가장 높았다. 제천도 각각 0.6도, 0.8도로 최근 10년 가운데 최고치를 보였다. 날씨가 추우면 겨울을 나는 알이 더 많이 폐사한다. 그런데 2020년엔 기온이 높아 죽지 않은 알이 그만큼 많았다. 다 자란 매미나방의 개체 밀도가 높아 숲뿐 아니라 도시 주택가까지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기온이 높을수록 매미나방이 살기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켈리 후버 교수 연구팀이 2017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아시아 매미나방이 번식하는 데 적절한 기온이 있다. 기온이 각각 15, 20, 25, 30℃인 실험 환경에서 매미나방을 키워 유충과 성충을 관찰한 결과, 30℃일 때 생존 및 번식력이 15~25℃일 때보다 나빠졌다. 다시 말해, 매미 나방 입장에서는 겨울 온도가 따뜻해야 알에서 유충으로 부화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여름 온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야 짝짓기와 번식을 수월하게 치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대발생 때를 보면, 남부보다 중부지방의 피해가 더 컸다. 정종국 외 6명(2020)이 한국응용곤충학회지에 낸 논문에 따르면, 2020년 매미나방 유충이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각각 1,638ha, 1,134ha만큼 숲에 피해를 입혀 특히 심각했으며, 충북(726ha), 서울(476ha), 경북(264ha), 충남(48ha), 부산(20ha) 순으로 피해를 줬다. 

작년 매미나방 대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나서 산림청과 지자체는 방역에 나섰다. 생태계에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화학물질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나무나 건물에 붙은 알집을 직접 털어낸다. 매미나방은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골라 집중 산란하기 때문에 알을 제거하는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정 연구사는 설명했다. 

페로몬 트랩(Pheromone Trap)과 유아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페로몬 트랩은 페로몬으로 수컷을 유인하는 덫이다. 용기에 수백 미터 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매미나방 페로몬(Disparlure)을 담아 수컷을 끌어들여 덫에 가둔 뒤 살충제를 가한다. 유아등은 나방을 유인하는 등불로, 나방이 선호하는 특정 파장의 빛을 내보내 유인한 후 가두거나 물그릇에 빠뜨린다.

▲ 페로몬 트랩. ⓒ 산림청
▲ 유아등. ⓒ 산림청

매미나방만 없애는 친환경 살충제도 개발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월 매미나방 알집 방제 전용 친환경 살충제를 개발했다. 계피나 오렌지오일 같은 천연원료로 만들어 동식물에 축적되지 않으며 자연 상태에서 빨리 분해된다. 또한 알집을 일일이 긁어낼 필요가 없어 노동력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3월부터 경기도 군포시, 여주시와 함께 친환경 살충제로 알집 방제를 시범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제 노력에 따라 대발생 막을 수도

지난 3월 산림청은 보도자료를 내 매미나방 부화가 임박했다는 점을 경고했다. 1월 중순부터 평년보다 따뜻했고 특히 3월 평균기온은 2020년과 비교해 1도 높았다. 이 때문에 매미나방의 월동 치사율도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월동한 알 덩어리를 25℃의 항온기에 넣고 부화를 유도한 결과, 알 덩어리 당 평균 84.1%의 부화율을 보였다.

그러나 5월 말 현재까지 매미나방이 대발생할 징조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정 연구사는 말했다. 정 연구사는 “알이나 어린 유충은 눈에 잘 안 보이지만, 애벌레가 자라면 잘 보이고 활동이 활발해진다”며, “작년 이맘때는 애벌레 활동이 눈에 잘 들어왔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그 시기가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단할 수 없지만, 지자체 방제 정도에 따라 실제 매미나방 발생률은 달라질 것이라고 정 연구사는 덧붙였다.

참고 문헌
정종국·남영우·김동수·이상현·임종환·최원일·김은숙 (2020). 2020년 산림해충 대발생에 의한 산림의 식엽 피해. <한국응용곤충학회지>, 59권 4호, 40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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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2010), 매미나방의 생태와 천적. <산림과학정보>, 230호, 22-23.
이장훈, 이해풍 (2000), 매미나방 개체군 변화의 단계별 특징과 페로몬 트랩에 의한 포획 효과. <한국생태학회지>, 23권 1호, 65-70.
Limbu, S.,  Keena, M.,  Chen, F., Cook, G., Nadel, H., & Hoover, K. (2017). Effects of Temperature on Development of Lymantria dispar asiatica and Lymantria dispar japonica. Environmental Entomology, 46(4), 1012–1023.
Pemberton, R., & Lee, J. H. (1993). Natural Enemies of the Asian gypsy moth. Annals of the 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 86(4), 423-440.


편집: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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