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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문 닫으니 담장 밖에 다닥다닥

기사승인 2021.05.18  20: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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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진 기자 beautifulday9577@gmail.com

- [단비현장] 14개월 폐쇄한 ‘노인공원’, 행정편의주의 아닌가

일요일인 지난 9일 낮 열두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작년 2월 20일 서울 종로구가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별도 조치 시'까지 공원 출입을 금지하며 문을 걸어 잠근 뒤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공원은 굳게 닫혀 있다. 공원 정문인 삼일문 근처에는 사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탑골공원의 역사가 적힌 판넬 뒤에 쌓여 있는 돗자리와 이불, 패딩 파카들이 노숙인들이 드나든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 종로2가 탑골공원 정문 앞에 붙어 있는 공원폐쇄 안내 표지(왼쪽)와 안내판 뒤에 노숙인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들이 놓여 있다(오른쪽). ⓒ 임예진

코로나 잊은 듯한 탑골공원 뒷골목

문을 닫기 전 공원 안을 가득 채운 노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궁금증을 안고 공원 오른쪽 담을 따라 길게 나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대로변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폐지와 기름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리어카 4대 옆 공원 담벼락을 따라 노인들이 줄을 이었다. 어림잡아도 70명은 넘어 보이는 이들이 여기 저기 모여 앉거나 서서 커피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담벼락 건너편 구석의 커피 자판기 세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커피를 마시려고 마스크를 벗은 이들은 종이컵 밑바닥이 드러나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옆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탑골공원 왼쪽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삼일대로변에도 공원 담벼락 앞 넓은 인도를 따라 열두 개 테이블 위에 장기판이 놓여 있고, 그 앞뒤로 수십 명 인파가 몰려 있다. 테이블 하나에 장기 두는 사람 둘과 구경꾼 5~6명이 모여 있고, 어떤 테이블에는 10명이 넘게 몰려 있다.

   
▲ 공원 담벼락을 따라 길게 놓여 있는 장기판 주변에 노인들이 몰려 있다. ⓒ 임예진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나오는 공원 북문 앞은 노숙인 아지트다. 잠겨있는 문 양쪽으로 캐리어와 이불, 플라스틱 바구니 등이 2m 넘게 쌓여 있다. 문 앞에 여자 1명에 남자 4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좀 떨어진 곳에도 박스를 깔고 음식을 먹는 노숙인이 여럿 눈에 띈다. 이들은 간이 의자나 바닥에 앉아 인근 식당에서 얻어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쿠킹호일에 싸온 김치와 전, 제육볶음 등을 먹고 있는데, 먹고 난 뒤에도 여전히 마스크는 벗고 있다.

북문을 지나 더 들어가자 담벼락을 따라 네모반듯한 대리석 의자가 일렬로 20여 개 놓여 있는데 모두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의자가 끝나는 자리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의자에, 서너 사람은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과자봉지 하나를 펼쳐놓고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마신다. 어디선가 한 사람이 소주 한 병을 들고 나타나 자리에 꼈다. 여러 사람이 드나들면서 술판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코로나 19 감염예방을 위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가 이곳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돼 있는 듯하다.

행정당국이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공원 문을 닫아 걸자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종로 통 큰 길가만 빼고 나머지 공원의 동·서·북쪽 담벼락 밖으로 몰려 들어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탑골공원 북문 앞은 노숙인 아지트로 변했다. ⓒ 임예진

"길바닥도 외로운 것보단 낫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으니 나오지 말라며 공원 문을 걸어 잠가도 나와서 공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 탑골공원에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수도권 일대에서 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명예퇴직자와 실직자는 물론 무료급식 혜택을 받으려는 빈곤층 사람들도 가세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기 전까지 탑골공원에는 하루 3000명 넘게 노인이 드나들며 은퇴자와 실직자 또는 갈 데 없는 노인들의 소일공간이 됐다.

20년 전부터 탑골공원에 매주 3~4차례 나오고 있는 ㅇ(72·서울 영등포구) 씨는 "일찍 퇴직해 아내와 둘이 살고 있는데,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고 무료해 공원에 나오게 됐다"며 "코로나로 공원을 폐쇄해도 갈 곳이 없어 여기로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동네 복지관에 몇 번 갔지만 동네에는 아는 사람이 없고 친구 만들기도 쉽지 않아, 여기 저기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탑골공원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자주 어울리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7~8명 생겨 '패'를 만들어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탑골공원의 터줏대감이라 할 만한 ㅅ(68·서울 강서구) 씨는 40년째 공원으로 출근한다. 국민학교를 중퇴한 그는 젊은 시절 바닷가에 놀러 갔다 물에 빠진 여성을 구조해 그 인연으로 결혼한 부인과 딸이 모두 대학을 나와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15~16년 전 이혼하고 혼자 산다. 건설현장과 공공취로사업장 등에서 일하며 혼자 살아온 그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탑골공원에 나오기 시작해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이곳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곳이 됐다. 그는 이날도 술판에 끼어 소주잔을 기울이며 "혼자 사니 낙이 있어야지, 그래서 매일 마시다 보니 속이 다 썩어 내려 앉았다"며 "그래도 낙이 이것뿐이니 매일 공원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원에 나온 지 5년쯤 된 ㅎ(73·서울 강북구) 씨는 아들 부부와 한 집에 살게 된 뒤부터 평일에는 매일 이곳으로 나온다. 그는 아침 일찍 탑골공원에 나와 점심을 먹고 저녁 무렵 아들이 퇴근할 때쯤 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아침에 아들이 출근하고 나면 며느리와 단 둘이 남게 돼 집에 있기가 불편해서 나온다"며 "공원 문을 닫아도 갈 곳이 없으니 이곳으로 나와 공원 밖에서 친구들 만나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가끔 날이 좋을 땐 기차를 타고 춘천 등지로 소풍을 겸한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갈수록 부족한 은퇴자 실직자 공간

"예전에는 종묘공원(종묘광장)에 엄청 사람이 많았어요. 나무가 크고 많으니까 그늘이 많아 좋았어요. 그런데 거기도 그런 걸 다 없애고 작은 나무를 새로 다 심어 가지고 그늘도 없어요. 의자도 다 없애고 몇 개 안 두고. 나가라는 거죠. 근데 그렇게 하니까 공원은 깨끗해 보이지만 우리는 갈 곳이 없어진 거죠."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번갈아 다닌다는 ㅂ(67·서울 서대문구) 씨는 "3~4년 전부터 공원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도 마땅히 갈 만한 곳이 많지 않다"며 "코로나까지 겹쳐 그나마 자주 가던 탑골공원까지 문을 닫아 갈 곳이 더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 새로 정비된 서울 종묘광장공원. 큰 나무들을 베어내고 작은 묘목을 심고 넓은 산책로를 만들어 체류형 공원이라기보다는 관람형 산책로 위주로 돼 있어 휴식이나 소일할 공간으로써 기능은 많이 부족하다. ⓒ 임예진

종로에는 노인이나 퇴직자 실직자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 세 곳 있다. 탑골공원, 동묘공원, 종묘광장이다. 이 중 개방형으로 조성돼 있는 종묘광장을 제외한 두 공원은 방역을 위해 폐쇄됐다. 종묘광장에 들렀다 왔다는 ㅇ 씨는 종묘광장이 열려 있는데도 탑골공원 주변에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그늘 때문이라고 말했다. 종로구는 2000년대 초부터 '성역화 사업'을 통해 구내 공원들을 정비해왔는데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노인들이나 은퇴자 실직자들의 공간은 줄어들었다.

종로구는 지난 2001년 "공원 내 '부적절한' 행위들을 없애고 3.1운동이 일어난 '민족 성지'라는 위상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바꾼다"며 공원 내에서 장기나 바둑 등 일체의 위락행위를 금지하고 의자들도 없애버렸다. 공원 출입도 가이드 안내에 따라 투어 형식으로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1시간 이상 공원에 머물 수 없도록 시간 제한을 했다. 하지만 이곳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통제 자체가 더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종로구는 공원을 다시 개방했다.

서울시가 공원 이용 노인 등을 위한 복지센터를 운영했지만 탑골공원에서 내쫓긴 노인들은 복지센터 대신 인근의 종묘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종묘공원도 지난 2007년 시작된 광장정비사업으로 각종 문화행사와 놀이문화의 중심이던 국악정이 철거됐고 큰 나무를 다 베어 낸 뒤 작은 묘목을 옮겨 심으면서 그늘도 사라졌다.

   
▲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한 패스트푸드점 출입문에 붙어 있는 출입객수 제한 및 방역수칙 안내문. ⓒ 임예진

탑골공원이 남성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견주어 여성 노인들이 소일하던 공간은 주로 종로 2가에서 3가에 걸쳐 있는 패스트푸드점들이었다. 이들 점포도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출입자 수를 제한하고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가 취해지면서 여성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이날 탑골공원 건너편 한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를 먹는 젊은 손님 몇 명만 있을 뿐 한산했다. 

'빨리 먹고 나가는 음식점'이란 의미로 '패스트푸드점'이라 부르지만, 이 근처 패스트푸드점들은 여성 노인들이 식사하면서 상당히 오래 시간을 보내던 공간이었다. 여럿이 와서 커피 한두 잔 시켜놓고 뜨거운 물을 타 나눠 마시고 햄버거를 나눠 먹기도 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ㄱ(67·서울 동대문구) 씨는 "햄버거 먹으면 맘껏 있어도 되고 커피만 마시면 1시간 있다 나가라 하는데, 비싼 돈 주고 햄버거를 시킬 수도 없고 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한 시간 있다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고령층 친화공간 시급

지난해 베이비부머 첫 세대인 1955년생이 만65세 이상으로 편입되면서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가 됐다. 통계청은 4년 후 고령인구는 20.3%에 이르러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인구는 현재 고령층 인구와 맞먹는 765만명에 이른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불릴 정도로 여가 및 사회활동 욕구가 강해 이에 맞추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2016년 탑골공원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거리를 '어르신문화특화거리'로 조성하고 즐거울 '락(樂)'자와 기쁠 '희(喜)'자를 조합해 '락희거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리 곳곳에 탑골공원 일대 지도와 함께 안내 표지가 있었지만 레트로 풍의 간판 몇 개와 60~70년대 영화 벽화가 볼거리의 전부이고 노인들을 위한 문화·휴식 및 소일 공간은 없었다.

   
▲ 서울시가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조성한 어르신문화특화거리 '락희거리' 안내판(왼쪽). 이 거리에 있는 노인친화 가게 '추억 더하기'는 코로나 여파로 작년 12월부터 휴업중이다(오른쪽). ⓒ 임예진

드나드는 노인들은 이곳이 '락희거리'인지도 알지 못했다. "낚시거리? 그게 뭐야?" 탑골공원에 20년째 나온다는 ㅇ 씨는 '락희'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몇 번을 되물었다. 일부 가게에는 '생수 제공', '어르신 우선 화장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처럼 실제 이용자는 거의 없는 전시행정용 쇼윈도우로 전락한 문화거리 대신 노인이나 실직자, 은퇴자를 위한 휴식·소일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탑골공원 밖으로 밀려나 담벼락 근처를 배회하는 상당수 노인은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의 노인여가시설보다 활동적이고 개방된 소일공간을 원한다.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이 좋은 도심공원은 갈 곳 없는 노인이나 실직자,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소일공간 기능을 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노인친화형 공원의 확대 및 정비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 공간, 바둑이나 장기를 둘 수 있는 오락 공간, 쉬거나 기댈 수 있는 정자나 벤치 등 공간 분할에 관한 상세한 기준이 요구된다.

법적, 정책적 측면에서도 노인을 위한 공원 관련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우리나라 공원 관련 법률에는 어린이교통공원을 제외한 어린이공원과 어린이놀이터와 관련된 것만 50여개 조례로 규정돼 있다. 노인 공원에 관한 법령은 '부산광역시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 조례'의 간략한 조문이 전부다. 노인인구 증가와 노인여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도 노인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원에 관한 제도적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 국가법령정보센터에는 '고령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 50건이나 올라와 있지만 이 중 노인친화공원 내용을 포함한 조례는 부산광역시 조례가 유일하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노인친화공원에서 노인놀이터로

외국에서는 노인친화공원은 물론이고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으로 노인 놀이터까지 도입하는 추세다. 핀란드 랍셋(LAPPSET) 그룹은 '노인들을 위한 스포츠'라는 개념으로 유럽 전역에 1,000개 이상 놀이터를 만들었다.

   
▲ 핀란드 랍셋 그룹이 조성한 복합세대형 놀이터. ⓒ 2020시니어콘텐츠포럼 자료집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19년에 펴낸 <인간다운 삶, 공존의 시대>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는 노인의 접근이 쉬운 공원 일부 공간을 노인 전용 놀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맨해튼에 있는 '존 제이 파크'에서는 요가, 고정 자전거, 코어 트레이너, 태극권 머신, 운동 매트, 체스 겸용 식탁을 개방된 공간에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스태튼 아일랜드의 '워터 파크'는 심장박동을 조절하고 근육을 발달시키는 강화 요법을 제공한다. 뉴욕시는 5개 자치구 전역에 14개 공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비영리 공원이며 60세 넘은 노인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2002년 건립한 오리곤에 있는 '포트랜드 메모리 가든'은 기억력 장애를 갖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조성된, 자연친화적 슬로우 공원이다. 노인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정원을 둘러싼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다.

2009년 캐나다 오타와에 생긴 '컴벌랜드 노인공원'은 노인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든 세대, 모든 인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문화·다세대 놀이터다. 공원 안에 시니어가 즐길 수 있는 노인놀이터와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어린이놀이터가 별개로 있고, 또 여러 세대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부모들이 출근하면 노인이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한 공원 안에 어린이 전용 놀이터와 노인 전용 놀이터를 구분해 안전하고 연령에 맞게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 서울 양천구의 '오솔길 실버공원'과 2009년 강북구 오동 근린공원의 '웰빙테마공원' 같이 노인 친화 공원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름만 그럴듯할 뿐 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문화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공원 폐쇄만이 최선인가?

선진국 수준의 노인 및 실직·은퇴자 친화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은 문을 닫고 있는 공원부터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탑골공원은 매일 낮 12시에만 관리인력을 배치해 무료급식소 대기공간으로 잠깐 개방할 뿐 일반개방은 하지 않고 있다. 종로구청 공원녹지과 김중겸 주무관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당분간 공공에 개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방역을 위해서 공원 문을 닫았다고 하지만 다른 공원들은 개방하고 있는 곳이 많아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성도 없다. 지난 3.1절 기념행사 때는 문을 여는 등 국가 행사가 있으면 열고 일반에는 개방을 안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는 많은 공원의 이용을 제한했지만 탑골공원처럼 1년 넘게 줄곧 폐쇄한 곳은 드물다. 서울숲(성동구)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공원을 개방한 채 내부 시설들을 부분 폐쇄하거나 개방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튤립이 만개해 일부 구간 이용객이 늘자 지난달 15일 튤립 정원만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관리 인원을 배치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했다. 

5개 공원으로 이뤄진 마포구 월드컵공원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44일간 억새축제가 예정된 하늘공원만 전면 폐쇄했고, 같은 기간 노을공원은 운영시간만 단축했다. 강남구 도산공원은 폐쇄는커녕 공원 담장이 시민 편의를 저해한다며 담벼락을 없애는 공사를 하고 있다.

탑골공원도 무작정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게 아니라 다른 공원들처럼 방역수칙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키면서 실질적으로 공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개방하는 유연한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


편집 : 이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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