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 비교

올해 2월 26일부터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많은 생명과 일상생활을 앗아간 전염병에 가하는 반격이다. 코로나19 종식에 온 국민의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불안의 목소리도 못지않다. 백신의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불안한 시선은 단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쏠렸다. 지난 2월 아스트라 백신이 혈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보류 결정을 내렸다. 언론은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속보 경쟁을 시작했다.

2월 22일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은 "아스트라 백신 접종 이후 고령층 입원율이 낮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아스트라 백신의 안전성을 검증할 객관적인 정보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언론은 불안 보도를 이어갔다. 이는 아스트라 백신 부작용을 다룬 가짜뉴스로 이어졌고, 정부의 백신 수급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타났다. 접종 이후 3월 31일까지 판이한 시선으로 ‘백신 불안’을 다룬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보도를 살펴본다.

불안만 가중한 아스트라 백신 보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두 신문은 총 63건의 아스트라 백신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조선 66%, 한겨레 55%)’을 다룬 기사다. 두 신문은 속보 경쟁을 하듯 '어지럼증' '호흡곤란' '뇌출혈' '사망' 등 자극적인 단어를 내세워 부작용을 보도했다. 아스트라 백신의 부작용을 검증할 객관적인 정보는 없었다.

▲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뉴스는 63건이다. 두 신문 모두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난 이상 반응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 유희태

한겨레는 이상 반응을 다룬 12건 중 9건의 기사 제목에 '인과관계 조사 중’ ‘연관성 조사 중’ ‘경미’ 등의 단어를 사용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조선은 27건 중 4건의 기사 제목에만 ‘미확인’ ‘인과관계 입증 안 돼’ ‘희귀 사례’ 등 표현을 덧붙였다.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스트라 백신에 대한 불신은 증폭됐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기사를 종합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기사’와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기사’로 분류했다. ⓒ 유희태

접종 당일인 2월 26일부터 조선은 아스트라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 해외 사례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유럽의약품청(EMA)을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의 추가적인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유럽의약품청은 3월 18일(현지 시각) “아스트라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코로나19 위험성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며 접종을 독려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보도된 해외 사례는 조선이 8건, 한겨레가 2건이다.

유럽의약품청의 발표 이후부터는 객관적 정보를 담은 발표 및 통계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선 4건, 한겨레 3건에 불과했다. 그 외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만 보도한 셈이다. 발표 전에는 한겨레가 객관적 정보를 제공했다. 3월 2일,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의 분석 결과를 언급했고, 주요국의 고령층 접종 여부를 종합해 논란이 됐던 사안을 다뤘다. 다음날에는 백신 부작용을 검증하기 위한 통계적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내 아스트라 백신 논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기도 했다.

두 신문은 아스트라 백신 접종 초기 단계에서 자극적인 단어를 내세워 진행 상황을 중계하듯 전달했다. 인과 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백신으로 사망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당시 고조된 불안감은 유럽의약품청의 발표 이후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종식은 적극적인 국민의 참여에 달려있다. 객관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신중한 보도가 절실한 이유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

백신 접종은 자연스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두 신문은 대체로 백신 접종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억눌린 소비심리가 풀리고 고용지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신 접종과 경기 회복의 연관성을 다룬 기사는 총 22건(조선 8건, 한겨레 14건)이었다.

▲ 한겨레는 백신 효과를 기대하는 기사를 조선일보의 두 배 이상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에 관한 기사는 서로 비슷했지만, 기대와 우려의 시각은 상이했다. ⓒ 유희태

한겨레는 구체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 이후 경기 회복을 전망했다. 3월 한 달 동안 정부와 IMF의 발표를 인용해 경기 회복을 예측했다. 조선은 백화점에 줄 선 인파를 취재하며 백신 효과로 소비가 촉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 심리가 낙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백신 접종 이후 이어질 물가 상승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 유희태

두 신문이 이견을 보인 것은 물가 상승 부분이다. 조선은 백신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보도를 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발언을 인용해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한겨레는 오히려 ‘건강한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내세워 물가상승을 반기는 기사를 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이 소비 심리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웠다.

정부의 백신 수급 논란

아스트라 백신 이슈는 정부의 백신 수급 문제로 이어졌다. 조선은 일본의 사례를 들고 와 '코로나 백신, 맞는 사람이 고를 수 있게 하겠다'는 기사를 냈다. 두 신문은 3월 한 달 동안 정부의 백신 수급 문제를 꾸준히 다루면서도 방식에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조선은 백신 공급에 성공한 국가들의 사례를 나열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 정부의 백신 수급 문제에 관한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해외 사례를 가져와 우리 정부의 실패를 강조하려 했고, 한겨레는 정부의 발언을 인용해 수급 상황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 유희태

조선은 3월 2일 '백신이 돌려준 미국의 봄, 영화관에 크루즈에 줄 섰다'는 기사를 냈다. 백신 접종 이후 애플스토어와 영화관, 헬스장 등에 줄 선 사람들을 취재했다. 3월 31일 '국민 절반 항체 생긴 영국, 집단 면역 고지 눈앞'이라는 기사를 내 영국이 정상화에 도달한 것처럼 묘사했다. 특히 두 기사는 모두 잔디밭에 모인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을 내걸었다. 미국과 영국이 코로나19 종식에 들어선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내용이다. 조선은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를 부풀리면서 정부의 백신 수급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조선일보는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보도했다. 야외 잔디밭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있는 장면이다. ⓒ 조선일보 인터넷뉴스 갈무리

한겨레도 이스라엘 백신 접종 성공에 관한 기사 2건을 보도했지만, 전체 보도는 우리 정부의 수급 상황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수급 상황을 다룬 10건 기사 중 2건에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을 전달하고, 8건에서는 정부의 수급 계획을 비판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 한겨레는 정부의 백신 수급 계획의 현실적인 가능성보다는 단순 전달자 역할에 충실했다. ⓒ 유희태

5월, 2차 접종을 앞두고 접종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당시 한겨레의 기사는 희망 고문에 가까웠다. 3월 10일 '백신 접종 속도 높인다... AZ 백신 ‘2차 물량’ 앞당겨 투입 검토' 기사는 추후 2차 물량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가정하에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정부가 더 많은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긍정 여론만 부추기고 있다.

조선은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해외의 성공 사례만을 가져와 국민으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했고, 한겨레는 정부의 백신 수급 계획을 비판 없이 수용해 혼란을 가중했다. 집단면역에 성공한 국가의 상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당 국가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면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정부의 수급 계획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능한 것인지 분석하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편집: 이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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