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최영길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급등은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아파트 32평형의 매매가는 2017년 9월 14억 원에서 2021년 1월 25억 원으로 11억 원이나 올랐다. 가격상승률이 무려 78.5%다. 하지만 충북 제천에서 고급아파트로 꼽히는 강제동 롯데캐슬아파트 같은 평형대는 이 기간 중 2억3천만 원에서 2억9천만 원으로 6천만 원(26%) 오르는 데 그쳤다.

제천의 한 시멘트회사에서 일하던 K씨는 2017년 말 본사가 있는 서울로 인사발령이 났다. 그는 서울 집값 혹은 임대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제천에 가족을 두고 혼자 본사 부근에서 원룸 생활을 하고 있는데,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폭등세를 보며 속앓이를 많이 했다. K씨는 “그때 대출을 받아서라도 (가족과 함께 이사하고) 서울에 집을 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걸 크게 후회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5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어도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방 도시도 들썩이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신문방송에서 떠드는 부동산투기 논란은 완전히 ‘남 얘기’일 정도로 가격 변동이 없는 지역도 많다. 돈과 사람과 기회가 서울과 인근 도시로만 몰려,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 도시는 ‘소멸’이 거론되는 구조에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이런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부산 등의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동산을 둘러싼 국민 분노를 헤아린다며 종합부동산세 인하와 대출규제 완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매우 낮아 투기꾼들이 맘 놓고 ‘주택 사재기’를 해온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공시지가 현실화 등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꾸준히 높이는 것,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현재 7%대에서 10%대로 높이는 것 등 수요공급대책을 추진하면서, 무엇보다 ‘국토균형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 5178만여 명 중 수도권인 서울·인천·경기에 2589만여 명이 몰려 있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 전체의 11.8%인데, 인구는 약 50%가 모여있는 것이다. 이유는 대기업과 금융사의 본사 등 ‘좋은 일자리’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고, 돈과 인재와 기회도 쏠려있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교통, 문화 등 사회 인프라가 월등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지방 중소도시에 남았다간 좋은 일자리도, 삶의 질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한다. 그래서 지방엔 빈집이 늘고 수도권의 집값과 임대료는 고공행진을 하는 것이다.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의 80~90%도 못 채운 지방대학이 수두룩했던 것은 ‘지방 소멸’의 증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지방을 살리는 대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국회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가적으로 추진하고, 대기업의 본사와 공장도 수도권 밖으로 나가도록 행정과 세제 등의 유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지역균형 뉴딜’을 논의했는데, 스마트 그린시티와 에너지 자립도시 조성 등 기후위기에 대응한 그린뉴딜 투자가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 도시들이 연계해 산업·교육·문화·의료 등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메가시티 구상도 발전시키기 바란다. 돈과 일자리와 사람이 수도권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뒤집지 못하면 ‘서울 부동산 난리’와 ‘지방 소멸 위기’는 해결할 길이 없을 것이다.


편집 :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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